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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民보다 못한 官

[취재파일] 民보다 못한 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지난21일 아침 한 실종자 가족이 체육관 안에 있는 자원봉사자를 불렀습니다. "바로 옆자리에 있던 가족이 돌아갔으니 매트리스와 이부자리를 치워달라"고 말했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20대 청년은 즉각 달려가 체육관 바닥에 놓여있던 이부자리와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16일 저녁부터 이곳에는 아들 딸을 찾으러 달려온 실종자가족 5백여 명이 뜬눈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금쪽같은 자식들이 차디찬 검푸른 바닷속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날벼락 같은 충격에 가족들은 이미 초죽음상태지만 마지막 한 명이라도 살아돌아올 지 모른다는 기적을 바라며 하루하루 견디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체육관 바닥 1평 남짓한 공간에 매트리스를 깔고 희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가족을 지키는 사람은 다름아닌 자원봉사자들입니다. 가족들이 머무는 곳의 청소는 기본이고, 몸이 쇠약해 식사가 힘든 분들 에겐 죽과 음료를 날라주고 언제 자신들의 손길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원봉사자들은 24시간 교대로 체육관을 지키고 있습니다.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할뿐 아니라 씻는 곳이기도한 화장실 청소도 젊은 자원봉사자들 몫입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보니 하루에도 몇번씩 바닥청소를 해야합니다. 이렇게 맨몸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은 가정주부 부터 회사원까지 잠시 일상을 뒤로하고 달려와 내일처럼 힘을보태고 있습니다. 

  체육관 안 한쪽 가장자리에는 휴대폰 무료충전서비스를 비롯해 속옷과 양말 등 생필품지원, 의료봉사단들이 실종자가족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체육관 밖에도 적십자사를 비롯해, 20여 개 각 단체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진도체육관과 수색.구조현장인 팽목항에는 매일 1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머물며 사고수습에 구슬땀을 쏟고있습니다. 23일까지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수는 1만 2천3백명, 구호품도 66만 8천점이 들어왔습니다.

  일주일 넘게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돼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은 엄숙한 분위기속에 실종자 가족들이 힘겹게 아픔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5백여 명의 가족들이 머무는 곳인데도 생활불편을 호소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일부 작은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곧 수습되고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때문입니다. 

  가족들의 요구사항이 생기면 오래 지체하지않고 바로바로 해결해준 덕분입니다. 또 네일, 내일 따지지 않고 가족 편에 서서 생각하고 도움주려는 마음이 크다보니 화합이 잘 되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 단체별로 자신들의 위치를 잘 지키고 역할과 책임을 분담해 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민간단체와 시민들의 선진의식과 달리 관청과 공무원들의 태도는 여전히 후진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고발생 첫날부터 지금까지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간결하고 명확했습니다. "생존자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해달라","구조작업 진행상황을 궁금증없이 알려달라"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세월호에 몇명이 탔는지 탑승객 숫자도 제대로 파악못해 허둥댔고,여론의 질타를 받은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출발부터 스스로 신뢰를 내팽개 쳐버렸습니다. 또 대부분 고등학생인 승객들의 생사가 촌각을 다투고 있는데도 구조작업을 지휘할 책임자 선정에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해버렸습니다. 수중 구난,구조의 베테랑이라는 요원들은 세월호가 침몰한뒤에 현장에 도착했고,사고후 4일째인 19일밤 늦게야 선체 유리창을 깨고 배안으로 진입에 성공했지만 이과정에서도 민간다이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간수색을 위해 조명탄에 의존했던 정부에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 활용을 제안한 사람도 민간인이었다고 합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가동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고 안전을 지켜야할 정부가 결국 민간만도 못한 무능함을 보인꼴입니다. 시신 수습현장을 관광지로 착각한 고위공무원의 후안무치한 행태는 실종자가족 뿐 아니라 온 국민을 절망케했습니다.

 정부는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읽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자원봉사요원과 국민들의의 헌신적 태도를 본받아야할 것입니다.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제2의 세월호 사고를 막기 위한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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