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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쓰레기 '월정', '따방'을 아십니까?

[취재파일] 쓰레기 '월정', '따방'을 아십니까?
꼬박 1시간 반 가량을 차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새벽같이 나왔는데, 무조건 참고 기다렸습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배출한 쓰레기가 어떻게 수거되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쓰레기 수거 차량은 7시 반이 넘어서야 들어왔습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수거 장면을 화면에 담았습니다. 듣던대로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쓰레기는 수거 차량으로 직행을,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내용물만 차량에 싣고, 종량제 봉투는 탈탈 털어 다시 한 켠으로 빼놓더군요. 뭔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만, 종량제 봉투에 담긴 채로 수거가 되고, 종량제 봉투에 안 담긴 쓰레기는 수거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한 켠에 빼놓은 종량제 봉투를 들고 환경공단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무척이나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환경공단 내 청소를 도맡아하는 용역업체의 임원을 불러줬습니다. 당사자인 환경공단은 용역업체의 잘못이며, 본인들은 몰랐던 일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관리, 감독을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용역업체에 맡겼고, 계약을 통해 비용을 지불했으니 환경공단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색이 환경부 산하 기관인데, 자신들의 기관에서 한 달에 종량제 봉투를 몇 개나 쓰는 지, 쓰레기는 얼마나 어떻게 버리고 있는 지는 알아야하지 않을까요. 재활용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원이 절약되고 있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용역 업체의 변명은 간단했습니다. 환경공단과 총액입찰방식, 즉 전체 비용으로 계약을 맺다 보니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종량제 봉투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아꼈다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냐면, 쓰레기 수거업체 직원이 그런 불법 행위를 눈 감아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월정' 또는 '따방'이라는 용어입니다. 둘 다 같은 뜻인데 월정은 '월 정액'의 준말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는 대신 매달 일정 액수의 돈을 쓰레기 수거 업체 직원에게 주는 것을 일컫습니다. 가령 100리터 봉투 한 장이 3천 원이라고 봤을 때(지자체마다 다르지만 그 정도합니다), 하루에 열 장을 아끼면 3만 원, 한 달을 아끼면 60만 원 정도가 될 겁니다. 그 비용을 아끼게 해 주는 대신 수거 업체 직원에게는 그 보다 작은 일정 금액을 건네는 겁니다.

현장에서 만난 수거 업체 직원과 미화원은 돈 거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해당 수거 업체의 다른 직원은 환경공단이 포함된 구역 안에서만 월정이 100만 원 가량 된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른바 반장이라는 수거 업체 높은 사람이 구역별 '월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마음에 드는 직원들을 그 쪽에 꽂아 준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 쪽 업계에서는 누구나 알지만 쉬쉬하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뒷거래를 통해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따져봐야겠죠. 결국은 선량하게 꼬박꼬박 종량제 봉투를 사다가 법에 따라 잘 버리는 일반 서민들이었습니다. 봉투 값이 아까워서, 꽉꽉 눌러 담기도 하고, 덜 찼다 싶으면 한꺼번에 모아 버리는 그런 시민들 말입니다.

이유인즉, 직접 손해를 보는 당사자는 종량제 봉투 판매 수익이 줄어드는 지자체지만, 지자체가 내는 쓰레기 처리 비용은 모두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입니다. 해당 관할 지자체인 인천 서구청만 하더라도 1년에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80억 원을 쓰고 있지만, 종량제 봉투를 판매해서 얻는 수익은 3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50억 원은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었습니다. 쓰레기 수거 업체는 종량제 봉투 사용과 무관하게 처리하는 쓰레기의 무게를 달아 지자체에 비용을 청구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불법 수거는 환경공단 쓰레기 뿐아니라 밖에서도 무수히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킬 것 지키고 사는 사람을 바보 만드는데 환경공단이 앞장서고 일부 양심없는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환경공단은 세계적인 권위의 환경분야 상을 받았다는데, 일단 공단 내부부터, 작은 것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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