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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운대를 어쩌시렵니까?

[취재파일] 해운대를 어쩌시렵니까?
■ 변해가는 내 마음속 해운대

부산 해운대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개인적으론 여름마다 TV화면에 비친 가득한 인파가 생각납니다. 어릴 적엔 그 화면을 보며 "아우, 사람이 너무 많다"라면서도 내심 가보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었죠.
처음 해운대를 가봤을 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첫 경험의 설렌 마음과 왠지 모를 자유로움을 느꼈었습니다.
아마 탁 트인 바다 풍경과 넓은 백사장은 물론 부산의 멋과 향에 취했던 게 아닐까요?

저에겐 이런 기억이 가득한 해운대건만, 최근엔 사실 해운대 가기가 좀 부담스럽습니다. 예전에 비해 깔끔하게 정돈된 맛은 있는데, 왠지 뭐랄까? 정이 덜 간다고나 할까? 화려하게 지어 놓은 고층 건물에 뭘해도 비싼 가격, 사람들의 무표정한 표정들, 어느새 해운대에 대한 제 인상 속엔 개발과 돈이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취파


■ 해운대 백사장 앞 101층짜리 빌딩

동백섬 반대편 미포 방향 해운대 끝자락엔 지금 공사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시작한 지 한달 남짓됐다고 합니다. 축구장 9개가 족히 들어가는 2만평(약6만6천제곱미터)엔 101층 건물 한 동과 85층 건물  두 동이 세워진다고 합니다. 이른바 해운대관광리조트 건설 사업입니다. 101층 빌딩엔 거주형 호텔 561세대가, 85층 빌딩 2동엔 882세가 2018년까지 들어설 계획입니다. 101층 빌딩 높이는 무려 411미터입니다. 어마어마하죠. 여기에 워터파크, 쇼핑몰은 물론 외국인 전용카지노를 짓는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어마어마한 규모의 해운대관광리조트 사업은 2006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지난 몇년동안 제자리 걸음을 걸었습니다.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엘시티 PFV가 시행사였는데, 문제는 공사를 맡을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건설 공사를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이 왜 마다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가 PF보증까지 요구하는 사업에 국내 건설사들이 뛰어들 이유가 없었던 거죠. 실제로 해운대 달맞이 언덕 위에 세워진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도 미분양 문제로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을 정도로 초고층 건물 분양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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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최대 건설사 CSCEC

이쯤되면 사업이 좌절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시행사측이 말그대로 비장의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중국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 CSCEC사를 시공사로 끌어들인 겁니다. CSCEC사는 중국내 초고층 건물과 세계적인 관광리조트 사업에 경험이 많은 건설회사입니다. 시행사측은 내친김에 호텔 561세대를 중국인에게 분양해 공사 비용 일부를 충당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말 그대로 침몰직전의 리조트 건설 사업은 중국 자본이라는 말 그대로 구세주를 만나 기사회생했습니다.

■ 공사비용 3조 원은 어떻게?

하지만 이런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공사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해운대 리조트 건설에 드는 비용은 자그마치 3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CSCEC의 건설 기술력이 아무리 훌륭하다하더라도 공사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면, 건설 사업이 계속 진행될 수 있을까요? 어설프게 짓다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노릇입니다.

시행사측이 밝힌 사업비 충당 계획은 대략적으로 이렇습니다. 호텔 561세대를 중국인에게 분양해 1조2천억원 정도를 우선 충당하고, 나머지 비용은 아파트 882세대를 국내 분양을 통해 메우겠다는 겁니다. 행사측과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예상을 종합해볼때, 호텔이건 아파트건 20억원 안팎일 거라고 합니다.

시행사측의 자신감 넘치는 설명과 달리, 국내 부동산 경기를 감안할 때  해운대에 위치한 한 세대당 20억원에 가까운 1400여 세대의 분양이 쉽게 진행될까요? 해운대 리조트 인근 달맞이 언덕 주변 초고층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평당(3.3 제곱미터당)1000-1200만원 수준이었고,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마린시티 우동의 80층짜리 아파트에도 대부분 임대 거주일 뿐, 소문과는 달리 매매하는 외국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현장 21] 해운


■ 부산시, 어쩌려고 그러세요?

아슬아슬했던 해운대 리조트 사업이 지금까지 진행된 건 부산시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사업 부지도 처음 계획보다 훨씬 늘려줬고, 117층 아파트 한 동만 지으려던 계획도 101층 한 동, 105층 두 동을 짓는 것으로 변경해줬습니다. 관광리조트 사업이었는데도 처음 계획에 없던 아파트 건설을 허가해준 것도 아파트 건설 없이는 사업성이 없다는 시행사 요구를 들어준 측면이 큽니다. 여기에 해운대 주변 건물 60m미터 고도제한도 101층짜리 해운대 리조트 건설을 위해 폐지해버렸습니다.
 
지난해 5월 해운대 리조트를 외국인 투자이민제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부산시가 말 그대로 발벗고 뛴 결괍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는 시행사측 요구를 받고 난 뒤 부산시는 국회, 법무부를 뛰어다니며 기여코 투자이민제 대상으로 지정받았습니다. 부산시 민원을 받은 한 의원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부산시가 해운대 리조트 한 곳만 대상지로 들고 왔는데, 너무 눈치 보인다는 이유로 동부산 단지를 끼어넣어줬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그만큼 부산시는 이 리조트 건설 사업을 위해 온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간선도로가 없는 해운대 주변은 리조트가 들어서면 교통전쟁이 벌어질 게 뻔한데도, 부산시는 도로 확장 등의 비용도 시행사에 요구하지 않았고, 오히려 녹지공원도 시 예산으로 만들어 줄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로 해운대 리조트 사업에 애정이 많은 부산시로선 당연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중국인 투자 유치 상황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있겠죠? 하지만 부산시 분위기는 예상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담당과에 문의해보니 해운대 리조트 건설 사업이 민간 사업이라서 별고 아는 바가 없다고 하네요. 중국인 투자 유치 현황에 관한 자세한 내역도 당연히 모른다고 합니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허남식 시장이 기공식에 참석했던 사업이었는데 이제는 민간 사업이라며 나몰라라하는 부산시의 입장이 이해가 되시나요? 부산시는 그러면서 공사가 진행되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란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부산시청 로비에는 커다란 부산시 모형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산시청에 두번째 찾아간건데, 갈때마다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그 부산시 모형에는 101층짜리 해운대 관광리조트가 이미 세워져 있습니다. 해운대 관광리조트 말고도 지금 부산 곳곳에선 말 그대로 초고층 빌딩 건설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아끼던 부산의 모습이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처럼 우뚝 솟은 마천루가 즐비한 모습일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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