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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지성의 선택…소신 지킨 '캡틴 박'

서대원 취재파일용


  "지난 11년동안 대표팀에 뛰었던 것에 대해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너무나 행복한 일이 많았고, 제가 어렸을때부터 꿈꿔왔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을 하구요. 대표팀에 다시 복귀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얻고 브라질월드컵에 나간다면 당연히 그 노력한 것은 당시에 뛰었던 선수들이고, 대표팀에 있었던 선수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서 그 선수들이 월드컵을 통해서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도 복귀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1년 1월31일 박지성이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입니다. 박지성은 당시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대표팀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글쎄요. 뭐.. 누누히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요. 저는 아직도 대표팀에 복귀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고, 충분히 현재 좋은 선수들이 있고, 또 상당히 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제가 대표팀에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12월) 26일 박지성 재단 장학금 전달 행사에서 박지성 선수와 만나 인터뷰했던 내용입니다. 박지성 선수의 생각은 3년 전 은퇴 기자회견 때와 변함이 없었습니다.

  월드컵의 해 한국축구의 큰 화두로 떠올랐던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설은 박지성 본인이 직접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없다"라고 못박으면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일단락됐습니다. 홍명보 감독과 박지성이 다음달 네덜란드에서 만날 예정이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미국 전지훈련 중인 홍명보 감독도 "박지성을 설득하기 위해 만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월드컵을 앞두고 박지성 복귀 여론이 나오면 대표팀이 흔들릴 수 있어 일찌감치 복귀 여부를 매듭짓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명보 감독과 박지성이 직접 만난 자리에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눈 뒤 결론이 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박지성이 국가의 부름을 외면했다고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지성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복귀설이 불거졌을 때 저는 만약 박지성 선수가 대표팀에 복귀해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경우 세울 수 있는 기록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일단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으로 홍명보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홍명보 감독을 넘어 한국 선수 월드컵 본선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세울 수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16경기, 박지성이 14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박지성이 조별리그 3경기만 뛰어도 홍 감독의 기록을 넘어서게 됩니다.) 또 한가지, 브라질월드컵에서 골을 넣을 경우 한국 선수 역대 월드컵 최다골과 함께 월드컵 4개 대회 연속골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우게 됩니다.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1골씩 터뜨렸습니다. 4개 대회 연속 골은 80년이 넘는 월드컵 역사상 '축구황제' 펠레와 옛 서독의 우베 젤러, 단 2명만 이름을 올린 엄청난 기록입니다.

  과연 박지성 선수가 이번에 복귀 여부를 놓고 잠시라도 고민했을지 안했을지는 본인 만이 알 일입니다. 중요한건 박지성은 이미 3년 전 국가대표 은퇴라는 선택을 했고, 그 결정을 바꾼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대표팀 은퇴 기자회견 인터뷰와 지난달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박지성은 3년 전에 밝힌 소신을 변함없이 지켰습니다. 박지성의 선택이 아쉽기는 해도 비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태극전사 박지성'을 추억할만한 '결정적 장면' 6개를 영상과 함께 골라봤습니다.

1. 2002년 5월26일  프랑스와 평가전 동점골

2. 2002년 6월14일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

3. 2006년 6월18일  독일월드컵 프랑스전 동점골

4. 2009년 6월17일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동점골

5. 2010년 5월24일  한일전 선제 결승골 

6. 2010년 6월12일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쐐기골

  "후배들에게 기회가 가고 후배들이 월드컵을 통해서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하길 바란다"라는 캡틴 박의 말처럼 박지성의 후배들이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그런 '결정적 장면'들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봅니다. 박지성의 월드컵은 끝나도 한국축구의 월드컵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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