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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느 사설 스포츠 도박 중독자의 고백 "장난으로라도 시작하지 마세요”

[취재파일] 어느 사설 스포츠 도박 중독자의 고백 "장난으로라도 시작하지 마세요”
"이거 듣고 어이없다 생각하시겠지만, 저 이 인터뷰 끝나고 또 피씨방 갑니다. 오늘 저녁에 프로농구 경기 있거든요."

"회사 일이요? 손에 안 잡히죠. 현금 서비스, 카드론, 카드대출, 차 보증까지 지금 뭐... 회사가 눈에 들어오겠어요?"

취재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이번만큼 가슴이 턱 막혔던 때가 있나 싶습니다. 사설 스포츠 토토에 중독돼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한 30대 남성을 만났습니다.

사회부 기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로, 전 도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가끔 친구들이랑 술자리에서 하는 가벼운 게임이라면 모를까, 한 번에 수백, 수천만 원까지 잃는 도박을 왜 하는지, 재미로 한 두번 했다면 왜 멈추지 못하는 건지 늘 궁금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메이저리그 좋아해서 인터넷 중계방송으로 야구 보는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류현진이나 추신수. 그런 경기 보고 싶은데 물론 TV 방송에서 중계 해 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MLB 경기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팀이 있고 정말 야구 좋아하는데, 그걸 다 못 보니까. 그런데 인터넷 방송 가면 항상 메이저리그를 해주더라, 라이브로 해주더라 그래서 봤는데.”

“이게 경기를 오래 보고, 몇 년 보다 보니까 승패가 대충 어떻게 될 지 다 알 것도 같고. 그런 순간이 온다고요. 선수들도 대충 파악이 됐고, 팀 성적도 운인지 진짜 경기 볼 줄 알아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맞추는 확률이 높아지고. 근데 어떤 사람이 귓말 와서 승패만 알아 맞춰도 돈을 벌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입문하는 경우가 많죠, 저처럼. 초반에는 합법 사이트에서 시작을 하게 돼서 4년 전부터 시작을 하다가."

"근데 하면 할수록 아 이게 방식이나 배당도 그렇고 합법(스포츠 도박)으로 하면 도저히 이길 수가 없구나, 이걸 깨닫는다고요. 나쁜 일인 거 알아요. 그래도 나아요. 어차피 배터 입장에서는. 사설로 가는 게.”

“사설 토토 가입은 비공개 추천 방식이에요. 경찰이 들어올 수도 있고 기자님들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무조건 추천인한테 추천인 코드 받고 들어가야 돼요. 근데 그 코드를 인터넷에서 채널 열어놓고 스포츠 중계 방송해주는 데, 거기서 알려준다고요. 이름? 주민등록번호?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서 중요하게 보는 건 오로지 통장이에요.”

“예를 들어서 XX은행이다, 그러면 XX은행 통장 계좌번호 상 이름이랑 제 이름만 일치하면 그걸로 되는 거예요. 근데 미성년자도 통장은 발급할 수 있잖아요, 내가 나이가 고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제일 중요한 게 통장번호인데 고등학생들도 통장 있기 때문에 쉽게 시작할 있는 거예요.”

"사설 토토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국 사이트처럼 한 경기만 배팅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한 경기라도 승패에 대해서. 그러면 경기 결과도 빨리 나오고 맞출 확률도 50대 50이 되는데 유일하게 우리나라 합법 토토만 2경기 이상을 배팅을 해야만 배팅을 할 수가 있어요. 안 그러면 배팅 자체가 성립이 안돼요. 확률이 훨씬 줄어드는 거죠."

"그리고 똑같은 경기를 배팅하더라도 토토는 배당이 낮기 때문에 외국 사이트 혹은 사설로 갈 수밖에 없어요. 외국의 합법 사이트하고 한 번 비교해보시면 그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건 일단 알게 되실 거고."

"100만원 배팅해서 똑같은 경기를 걸었는데 토토는 2만원을 따는 구조고 사설은 80만 원을 딸 수 있는 거죠. 합법 토토는 1주일에 살 수 있는 금액 한도가 10만 원이에요. 1주일에 10만 원 그거 지키는 사람이 솔직히 몇 명이나 되겠어요?“

"그리고 토토는 또 밤 9시 50분 이후부터 아침 8시까지는 아예 안 되잖아요. 근데 새벽 축구, 유럽 축구 같은 거, 미국 NBA, 미국 야구 같은 거 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시간, 저녁 시간에 열리는데 어떤 경기 정보, 선수, 구상, 기후관계, 감독 그런 걸 모른 채 배팅을 해야 하니까."

"근데 사설은 예를 들어서 5분 전까지만 해도 배팅만 하면 되니까 새벽 3시든 5시든 배팅만 하면 되니까 정보가 더 확실하고 더 살아있는 정보를 근거로 하니까.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설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내가 100만 원을 배팅하든 200만 원을 배팅하든 한 방에 해결 되는데? 배당도 사설이 훨씬 더 좋아요. 그러니까 복구의 가능성도 거기가 더 크다고 생각을 하는 거기 때문에 토토 하는 사람들의 모든 종착점은 제가 자신 있게 말하건대 다 사설로 갈 수밖에 없어요.“

”시간 문제죠, 시간 문제. 아무리 이게 불법이다 뭐다 뭐다 뭐다 그래도 일단 자기 주머니에서 돈 잃었는데 사설 배당으로 가서 받아가면서 구매 가격 제한, 시간 제한 그런 거 없이 한 번만 가면 다 해결되잖아요. 한 번에 금액 제한 없고 새벽 경기라도 5분 전까지 분석하다가 배팅할 수 있고 자신있게 한 경기지만 배팅할 수 있고 그러니까 사설로 갈 수밖에 없는 거에요."

”처음부터 사설로 가고 싶은 사람 하나도 없어요. 저부터도 그렇고. 불안하게 걸리면 범법자 되는 거고 운영자가 먹튀할 위험도 있는  누가 좋아서 가겠어요.“

(그런데도 왜 그만두지 못하시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손을 떼면 되지 않을까요?)

”이게 너무 재밌어서 더 하고 싶다? 설마 그러겠어요? 우리 표현으로는 ‘복구’하고 싶은 거죠. 복구하고 싶은데 도저히 합법 토토 방식이나 배당으로는 아예 이길 확률이 없으니까. 정말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사설로 가는 거예요. 종착점이죠, 종착점. 안갈 수가 없어요. 집도 잃고, 차도 잃고 다 잃었어요. 시작을 안하면 모를까. 한 번 발 들이면 이제 멈출 수 없는 거예요...“

고등학교 교실, 농촌 마을까지. 재미로 시작한 사설 스포츠 토토에 가산을 탕진했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즐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그 끝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공공연한 사회악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요? 늘상 사설 불법 스포츠 도박범을 검거했다는 사실만 전하던 중, 직접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더 가슴이 무겁고 안타까웠습니다. 가능하다면 시작을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꼭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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