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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부패관리 위장술(僞裝術)…누가 제일 청렴(?)

[월드리포트] 中 부패관리 위장술(僞裝術)…누가 제일 청렴(?)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영화 '투캅스' 기억나십니까?  지난 1993년에 첫 상영됐으니 개봉된지도 벌써 20년이나 됐습니다. 지금은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하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늘 꾀죄죄한 옷차림으로 사치스런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안성기 형사가 어느 날 퇴근해 집으로 간 장면인데요. 말단 형사로 청빈한 생활을 하는 것 처럼 보였던 그가 이 날은 숨겨둔 자기 집으로 퇴근했는데, 으리으리한 저택에 최고급 승용차, 고급 가구며 최신 가전 제품 등등이 그야말로 '회장님 댁' 이 따로 없을 정도였습니다. 남들 눈에는 청렴한 경찰이지만 실상은 뇌물 등 '뒷돈'을 챙겨 배를 불린 전형적인 부패 형사였던 거였죠.

중국에서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이후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부패' 아닐까 싶습니다. 시진핑 정부는 "'파리' (하급 관리)든 '호랑이'(고위급 관리)든 다 잡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요. 그런데 부패 관리, 탐관 오리에도 나름 유형이 있다며 중국의 인터넷 매체인 텅쉰 닷컴이 재미있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대놓고 부를 과시하다 적발된 '무개념 과시형' 탐관오리가 있는가 하면 궁상맞게 청빈을 떨다가 적발된 안타까운(?) 부패 관리도 있다는데요.
윤영현 월드리포트

'허세형' 부패 관리의 대표격으로는 산시성의 이른바 '시계 형님‘(表大哥)으로 불린 양다차이 국장이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 '미소 국장'으로도 많이 소개된 인물인데요. 회의 석상이나 현지 시찰에 나설때 롤렉스 등 명품 시계를 수시로 번갈아 차고 나와 '시계 형님'으로, 또 참사 현장에서 '미소'를 띤채 사진을 찍어 '미소 국장'으로도 불리다 결국 낙마했습니다. 난징시의 조우지우징 국장은 '지존 담배' 국장으로 불렸는데요. 한 갑에 우리 돈으로 3만원쯤인 '95 지존(至尊)'이란 상표의 담배를 피워 붙여진 이름입니다. 역시 부패 관리로 찍혀 수감됐습니다. 이런 과시형 부패 관리보다 실제로는 청빈궁상형 부패 관리가 훨씬 많은데요. 한때 다른 사람들을 완벽하게 속게 만든 중국 부패 관리들의 뛰어난 '위장술(僞裝術)'이 어땠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장중하이: 짚신 신고 현지 시찰

전 충칭시 상무위원겸 선전부장으로 일명 '짚신 서기'로 유명했습니다.
충칭시 런치앙쟝구의 서기 시절 짚신(공산 혁명 시절 풀로 만든 신발)을 신고 현지 시찰에 나서 서민층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기층민들과 하나가 됐고, 그의 소박한 복장은 친근감을 더했습니다. 청렴한 이미지는 그가 부성장급 간부로 초고속 승진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가 3백만 위안(우리 돈 6억원) 가량의 뇌물 수수 혐의로 적발될 줄을... 게다가 해외에 나가서는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류중샨: 농민처럼 소박했던 청장

쓰촨성 교통청장이었던 류중산은 한때 청렴한 관리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옷차림이 늘 수수해 꼭 농민 같았다고 합니다. 접대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 음식과 술을 간소하게 했고, 기회 있을때마다 반부패를 외치고 청렴을 제창했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그의 검소하고 청렴한 자세를 대서특필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류 청장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하루는 "밖에 보안(경비원) 있는가? 여기 나에게 뇌물을 주려는 사람이 있는데 빨리 내쫓아버리게!"라고 말해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정기관이 그의 집을 수색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합니다. 140만 위안(2억8천만원)이 넘는 벤츠 승용차에 현금과 부동산, 주식 등 드러난 재산 총액만 1300만 위안(26억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판타이민: 1년 내내 해방화만 신어

산시성 바오지시 공안국장 출신으로 1년 내내 해방화(고무바닥에 국방색의 천으로 만든 신발로 과거 인민해방군이 신어서 붙여진 이름)만 신었다고 합니다. 또 어깨에는 군용 더플백을 메고 다녀 '더플백 국장'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직권을 남용해 10만 위안 (2천만원)을 수뢰하고 30만 위안(6천만원) 넘는 축의금을 받았습니다. 사기업 소유의 고급 빌라를 제 집마냥 무단으로 사용하다가 적발됐고 불법적으로 영리 활동도 도모해 폭리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루총요우: 외출시 헌 옷만 입어

장수성 렌윈항시 부시장 출신으로 외출할때면 늘 헌 옷에 헌 구두를 신었다고 합니다.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은 청빈한 관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평가가 180도로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는 접대를 잘 받고 난 이후 최고 백화점에 들러 '눈'으로만 쇼핑한다고 하네요. 그러면 수행비서나 스폰서들이 '알아서' 비용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한 벌에 수백만원하는 최고급 양복을 11벌 씩이나 구입하기도 하고,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날때면 먹고, 자고, 움직이는데 드는 비용을 전부 공금으로 쓰거나 이른바 스폰서가 해결해 줬다고 합니다.

왕춘: 은행 기숙사에 살다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재산이 적발돼 낙마한 지린성 부서기 출신입니다. 청렴하고 묵묵히 일처리하는 스타일의 본보기였습니다. 가난한 농민 가정 출신으로 언제나 스스로에 대해 엄격했습니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았고 유흥업소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는 은행 기숙사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거액을 수뢰한 혐의로 적발됐을때 많은 사람들이 설마하며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윤영현 월드리포트
치총웨: 하루 3끼 만두와 죽만 먹다

장쑤성 옌청시 상임 인민대표 주임이었던 치총웨.  매일 하루 3끼를 죽과 만두로 해결했습니다.
옷도 회색 무명옷만 입는 단벌 신사였습니다. 보다못한 친척이 도움을 주기도 했고 그의 집 세간 살림은 2만 위안(4백만원)이 넘지 않았습니다. 담배와 술은 입에 대지 않았고  마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250여차례에 걸쳐 부정하게 받은 돈만 3백만 위안(6억원)이 넘었습니다. 장장 11년 동안이나 뒷돈을 챙겨와 장쑤성 부패 관리 역사상 많은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위엔바오웨이: 2-3원짜리 싸구려 담배 피워

위엔바오웨이는 평소 근검 절약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2-3원(4백원~6백원)짜리 싸구려 담배를 즐겨 피웠습니다. 집도 단촐했고 가구나 장식품 가운데 사치품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이사할때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그만 이삿짐 일꾼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일꾼이 47만 위안(9천4백만원)이 든 예금 통장을 2개나 찾아낸 것입니다.

밍지우진: 구멍난 양말을 신고 다니다

우한시 건설관리국 부국장이었던 그는 아마도 '소박한'관리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습니다. 싸구려 양말을 신었을 뿐 아니라 늘 양말에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출장을 가서는 사발면으로 식사를 때웠고 그의 친동생은 삼륜 인력거를 끌었습니다. 높은 관리자였지만 사사로이 개인과 집안의 이득을 위해 직위를 활용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390만 위안(7억8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뢰했고 출처가 불분명한 돈도 650만 위안(13억원)에 달했습니다.

진룽중: 테이프로 붙인 휴대폰

난추안시 우지아오화 회사 책임자였던 진룽중은 다름 사람의 재물을 빼앗고 공금을 유용하다 적발됐습니다. 세금을 빼돌리는 탈세에도 능해 그의 죄목만 보면 일일히 열거하기도 힘들정도로 '전과'가 화려하다고 합니다. 수뢰 액수가 164만 위안(3억2천8백만원)에 달하는데 그는 늘 낡고 오래된 휴대폰을 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휴대폰이 깨져 너덜너덜해졌는지 테이프로 본체를 붙이고 다녔습니다. 옷도 수수한 헌 옷만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의 아내도 옷차림을 보면 마찬가지였답니다.

누구의 '위장술'이 가장 그럴듯했나요? 물론 모두 위장이 벗겨지면서 실상이 드러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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