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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적 유용 드러나면 사퇴"…문형표 후보자 카드 내역 실제 보니

[취재파일] "사적 유용 드러나면 사퇴"…문형표 후보자 카드 내역 실제 보니
정책 검증 청문회 될 줄 알았는데…

'기초 연금의 구원투수'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사실 정책 검증 청문회가 될 줄 알았습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현 정부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문 후보자에게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느냐가 큰 관심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사 청문회는 엉뚱하게도 문 후보자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 더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장관의 직을 건 위험한 도박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장관직을 건 법인카드 사용 진실 공방

논란의 시작은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지급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민주당 이목희 의원의 질의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의원이 문 후보자의 최근 5년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집계해봤는데, 한국개발연구원 관외 지역에서 사용한 카드 사용 건수는 455건, 총액은 6천3백여만 원이었습니다. 공휴일과 주말에 사용한 것은 70건, 액수로는 6백여만 원이었습니다. 휴가 때 사용한 것도 나왔는데, 5건에 54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모두 합쳐보니 7천만 원 넘는 돈이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문 후보자는 공휴일이나 휴가 때 카드를 쓰게 된다면 사유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본인은 사유들을 다 제출한 걸로 알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쉽게 놔주지 않았습니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청문회 내용을 옮겨 봅니다.

@ 이목희 민주당 의원
"이거 제가 사적으로 쓴거 밝혀내면 장관 임명 그만 둘 겁니까? 자신 있습니까?"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제가 기억은 다 못하지만 최대한…"
@ 이목희 민주당 의원
"아니오, 약속 할 수 있어요? 제가 밝혀내면 사적으로 쓴 게 밝혀지면 그만두겠다 하겠어요?"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식사 한 적 없다"는 사람이 법인카드 소명서에

법인카드 사적 유용논란이 장관직을 건 큰 싸움판이 됐습니다. 문 후보자는 그만큼 자신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이목희 의원이 제시한 몇 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김수형 취파_500

첨부된 자료는 지난 2010년 7월 19일 저녁에 문 후보자가 이태원의 한 중식당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입니다. 금액은 69,740원으로 4명이 같이 식사를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 시점이 문제였습니다. 7월 19일은 문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연차휴가를 낸 날이었습니다. 사용 목적도 좀 이상합니다. '울릉도 경비행장 건설 관련한 내부 회의'라고 돼 있는데, 같이 식사를 한 사람은 보건사회연구원의 이 모 박사 등 3인입니다. 울릉도 경비행장과 보건사회연구원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의원실에서 참석했다는 이 박사에게 확인을 해보니 "목숨을 걸고 그날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답니다.

@ 이목희 민주당 의원
"울릉도 경비 현장을 건설하는 일인데 무엇 때문에 보건사회 연구원하고 밥을 먹어요? (중략) 같이 밥 먹은 사람한테 물어봤어요. 목숨을 걸고 만난 문형표 박사 만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그 점은 양해를 드리겠습니다. 어떤 회의를 하고 할 때는 프로젝트에 걸어서 회의를 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했을 때 근데 공식적으로 끝났는데도 연속되는 경우에는 할 수 없이 다른 프로젝트에 걸어서 쓰는 경우도…"

문 후보자가 다른 프로젝트에 걸어서 썼다고 한 말이 법인카드에 다른 사람 이름을 올리는 걸 의미하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김수형 취파_500

특1급 호텔 저녁 식사를 2만 6천원에 해결?

또 다른 자료를 보겠습니다. 지난 2008년 3월 24일 문 후보자는 모 교수를 비롯해 8명과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9명이 저녁을 먹었는데, 24만 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한 사람당 2만 6천원 꼴입니다. 서울시내 특1급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이정도 가격에 할 수 있다는 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내용입니다. 게다가 3월 24일은 공교롭게도 문 후보자 배우자의 생일입니다. 물론 가족의 생일이라고 업무와 관련된 저녁 식사를 못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특1급 호텔에서 저렴하게 식사를 했다는 건 뭔가 더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혹시 접대를 3만원 이상 할 수 없다는 한국개발연구원 내부 규정에 뒤늦게 끼워맞췄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제대로된 성명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현금으로 재래시장을 주로 이용한다"는 해명

법인 카드 사용 내역만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개인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일반인의 상식으로 비춰봤을 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또 눈에 띕니다. 지난 2008년 문 후보자는 배우자 명의 카드까지 합쳐 4천2백만 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2009년도에는 1천9백여만 원을 사용합니다. 사용액이 절반 넘게 급감합니다. 2010년에는 2천4십여 만원을, 2011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 7백8십여만 원을 카드로 지출했습니다. 2012년에는 5백6십여만 원을 썼습니다. 한 가지 감안해야할 거는 2011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문 후보자는 외국에 체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체류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3년 전부터는 개인카드를 거의 쓰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왜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던 걸까요?

@ 이목희 민주당 의원
"(일 년에) 560만원이면 한 달에 50만원 가지고 생활이 안 되잖아요. 그러면 생활비 어디서 조달해서 썼습니까?"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몇 가지 말씀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우선 카드가 실적인 작다는 것은 제 처가 카드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로 재래시장을 이용해서 금액이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 최동익 민주당 의원
"문형표 후보님 계속 당황하시는 것 같은데, 반포에 사시는 곳 주변에 재래시장 없습니다. 아까 이목희 의원님 질문하실 때 의사진행 발언 하려다 말았는데 사시는 곳 주변에 재래시장 없는데 사모님이 재래시장에 가서 돈을 썼다는 것도 말이 앞뒤가 안 맞고요."

개인 카드 사용 의혹은 개인 금융 정보라는 이유로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해서 더 이상 소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현금으로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한다는데, 이것 역시 선뜻 납득이 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해명 없는 청문회, 장관직을 왜 걸었는지 궁금

카드 사용을 둘러싼 의혹제기는 청문회의 단골 메뉴입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의 인사청문회에서 다른 장관들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후보자들은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넘어가고, 해명할 부분은 해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게 흡족하지는 못할망정 국민들이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해명을 들을 필요는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카드 사용에 대해서 이미 소명을 했고, 자신의 장관직을 걸 정도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청문회를 내내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해명이 없었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장관직을 왜 걸었을까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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