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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운의 음악가' 안익태, 이름 되찾다

<앵커>

애국가 작곡가이면서도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됐던 비운의 음악가 안익태 씨는 유럽에서 '에키타이 안'이라는 일본인 음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걸 바로잡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김수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1943년 8월 18일에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회 프로그램입니다.

안익태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베를린 필을 지휘한 기록입니다.

하지만, '에키타이 안' 일본식 이름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안익태의 1941년 부다페스트 공연을 다룬 당시 헝가리 뉴스 영상입니다.

역시 '일본인 지휘자 에키타이 안'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두 공연 모두 연주곡에는 일본의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그가 직접 쓴 '에텐라쿠'가 들어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그가 광복 후 '강천성악'이라는 작품으로 개작 발표한 것으로 보기도 하는 곡입니다.

이처럼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유럽의 기록물에 '안익태'는 없고 '에키타이 안'만 남아 있습니다.

일본과 동맹국이었던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음악계에서 인정받기 위해 일본인으로 활동했던 정황을 보여줍니다.

[이경분/음악학자·서울대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 : 독일에서 일본인으로 활동했던 확고한 정체성이 '에키타이 안'이라는 이름 속에 들어 있는데, 항상 유명한 일본 지휘자 유명한 일본 작곡가 이렇게 나와요.]

그러나, 최근 베를린 필은 디지털 아카이브에 기록된 일본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에키타이 안'이 한국인 안익태라는 국내 음악평론가의 지적을 받아들인 겁니다.

학술적인 목적을 위해 일본 이름은 괄호 안에 병기했습니다.

[박제성/음악평론가 : 손기정 선수도 원래는 일본식 이름으로 표기돼 있다가 한국 국적을 한국 이름을 찾은 지 얼마 안 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었는데요, 안익태 선생님도 뒤늦게나마 한국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빈 심포니 등 유럽의 다른 연주단체도 에키타이 안으로 기록된 자료를 수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애국가와 한국환상곡을 작곡한 민족주의자와 일제 말 친일 음악가의 면모가 혼재돼 있지만, 객관적인 연구를 위해서라도 한국인 안익태라는 정체성을 다시 찾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영상취재 : 김찬모·장운석,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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