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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양학선이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까닭은?

양학선 신기술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취재파일] 양학선이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까닭은?
## 양학선 "신기술을 무조건 뛴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벨기에 도착 첫 날,양학선 선수의 호텔 방을 찾아갔습니다.

기자 : "신기술 연습은 잘 됐어요?"
양학선 : "여기에 와서 8번 시도했는데 한 번도 성공을 못했어요ㅜㅜ"

당연히 신기술을 시도할 줄 알고 벨기에까지 출장왔던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쭉 이어가다 보니까 연습 때 실패에도 불구하고 양학선이 자신감을 갖는 근거를 발견했습니다.

도마 경기의 실전은 90cm 높이의 포디움(단상)에서 치러집니다. 그런데 양학선이 8번 모두 실패했던 연습은 단상이 아닌 평평한 마루 바닥에서 실시했던 것입니다.
높은 곳에서 시도하면 그만큼 도움 닫기 때 탄력을 받아 힘차게 뛰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양학선은 '양학선 1' 신기술을 성공했던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연습 때는 줄곧 실패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관중으로 가득찬 경기장 포디움에 올랐을 때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무대 체질'이란 얘기죠.그리고 앞의 7명의 선수들이 어떤 점수를 받건간에 무조건 신기술을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 주영삼 감독 "양학선의 자신감을 믿습니다."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의 주영삼 감독도 양학선이 무대 체질이라고 인정하면서 그의 자신감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신기술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에 나오는 공식 인터뷰를 마치자 마음 속에 담아뒀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양학선의 컨디션은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허리 통증이 완쾌되지 않은데다 이곳에서 훈련 도중 목까지 삐끗했습니다. 몸에 엄청난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는 신기술을 시도하다 행여 부상이라도 당한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그래서 전략은 이렇습니다. 일단 1차 시기 양학선, 2차 시기 신기술로 신청하겠습니다. 그런데 1차 시기 양학선에서 이미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면 굳이 무리하지 말자고 양학선을 설득시키겠습니다. 반대로 1차 시기에서 양학선에 실패해서 역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계획대로 최고 난도 6.4의 신기술로 가겠습니다."
양학선 캡쳐_500
## '결선 1시간 전 기술 신청은 계획대로 1차 양학선, 2차 신기술'

주영삼 감독은 저에게 얘기한대로 1시간 전 기술 신청은 1차 양학선, 2차 신기술로 했습니다.결선이 시작됐고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양학선은 코치와 함께 선수 대기석을 떠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5번 째 선수의 순서가 됐을 때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밖에 있는 동안 양학선은 허리 통증을 풀기 위해 마사지를 받았던 것입니다. 신기술을 멋지게 성공시키고 싶어 근육을 풀어줬던 거죠. 그리고 8번째 자신의 차례가 되자 1차 시기에서 양학선을 시도했습니다. 착지 때 오른발이 한 발짝 앞으로 나갔지만 15.73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당시 2위를 달리던 미국의 레젠드레의 점수보다 이미 0.484점이나 앞섰습니다. 그러자 주영삼 감독은 저에게 얘기했던 시나리오 대로 심판진을 향해 신기술 대신 한 단계 낮은 난도 6.0의 로페즈를 시도하겠다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전광판에는 6.0이라는 숫자가 찍혔고요.광주체고 시절 부터 가장 자신 있어 했던 로페즈 기술입니다.그리고 가뿐히 성공시켜 2회 연속 세계선수권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 경기 후 양학선 "리세광이라는 라이벌이 없었던 게 오히려 아쉬웠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양학선의 컨디션이 안 좋았던데다 허리 통증으로 부상 위험이 있어 신기술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최고난도 6.4 기술 두 가지를 구사하는 최대 라이벌 리세광이 예선에서 탈락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동기부여,즉 절실함이 덜 했던 거죠. 양학선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라이벌이 없었기에 신기술을 못 보여줘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리세광 연합
## 양학선-리세광 "다음 번에 제대로 붙어 봅시다"

양학선은 이번에 미뤄둔 신기술 도전을 언제 하겠냐는 저의 질문에 올해는 이미 대회가 끝났고 내년 국제 초청 대회에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내년 9월에 시작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앞서 시도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그 때는 리세광도 나와서 서로 최상의 컨디션에서 제대로 한 번 자웅을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리세광 역시 했습니다.

신기술을 안 뛰고도 양학선은 월등한 기량으로 세계 1인자임을 확인시켜줬습니다.
다음 번 세계 1인자에 도전할 때는 기다리고 기다리는 리세광과 신기술이 함께 무대를 장식하겠죠?
물론 그 승자는 양학선일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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