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미국 경찰의 '엉뚱한' 총격

무고한 시민 총격에 비난 여론

유희준 기자 yoohj@sbs.co.kr

작성 2013.09.17 15: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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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미국 경찰의 엉뚱한 총격
 연간 5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엉뚱한 총격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범죄자가 아닌 행인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해 2명의 여성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경찰이 의심한 남성은 비무장 상태였다는 점과 경찰이 대응 사격으로 쏜 3발의 총알이 근처를 지나던 행인에게 날아갔다는 겁니다. 뉴욕을 다녀오시는 분들께서는 이제 요주의 목록에 뉴욕경찰(NYPD)도 포함시키셔야 할 것 같습니다. 행인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다친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격 사고가 일어난 곳은 번화가인 맨해튼 42번가와 8번가가 만나는 교차로였습니다. 지난 14일 밤 한 남성이 비틀거리며 뭔가를 찾는 듯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게 경찰에 포착됐습니다. 경찰은 이 사람이 버스 터미널 앞으로 걸어가면서 일부러 차량에 충돌하려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관 2명이 접근했지만, 이 남성이 경찰을 잽싸게 피했고 그런 다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뺀 뒤 마치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고 뉴욕경찰 국장 레이 켈리는 설명했습니다. 총 쏘는 시늉에 놀라 경찰이 대응했다는 말입니다.

  뉴욕 한복판서 엉뚱한 '탕탕탕'…행인 봉변

 하지만 이런 경찰의 총격 대응으로 54살 여성이 무릎에 총을 맞았고, 35살의 다른 여성은 엉덩이를 다쳐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행인 2명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된 겁니다. 경찰은 총격 이후 문제의 남성을 테이저 총을 이용해 붙잡았는데, 총기 등 어떤 무기도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궁색해진 뉴욕경찰은 이 남성이 35살 클렌 브로넥스로 과거에 협박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경찰 총격

 뉴욕경찰이 도심 번화가에서 행인에게 총을 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8월에도 초고층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밖에서 행인 9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다쳤습니다. 당시 경찰은 전 직장 동료를 죽인 한 남성과 총격전을 벌였는데요. 당시 경찰이 문제의 남성을 사살했지만, 행인이 너무 많이 다치는 바람에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구조 요청한 흑인에 경찰 '묻지마' 총격 살해 

 같은 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는 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무고한 흑인 남성을 강도로  오인해 총격 사살한 것입니다. 
 
  플로리다 A&M대학 미식축구 선수 출신의 24살 조너선 패럴은 지난 14일 아침 샬럿의 한 주택가에서 차를 몰고가다 사고가 났습니다. 차량이 심하게 부서지는 바람에 패럴은 차량 뒷창으로 겨우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패럴은 가까운 집을 찾아가 구조를 요청해야 했습니다. 
미국 경찰 총격
  패럴은 근처 집 대문을 여러차례 두드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집 안에 있던 여주인은 "맨처음엔 남편인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그 사람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순간 문을 걸어 잠그고 비상벨을 킨 뒤, 911에 전화했죠"라고 지역방송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일반인 여성 입장에서 이른 아침 시간에 덩치 큰 흑인 남성이 자기 집 문을 두드리는 행위를 위협적으로 느낄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대응이었습니다. 불과 몇 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패럴이란 남성을 발견한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총격으로 대응했습니다.  

  구조를 요청하다 경찰을 본 패럴은 반가운 마음에 경찰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3명 중 그 누구도 그에게 사정을 묻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로 여기에 있는지? 차량 사고는 어떻게 난 것인지? 최초 신고자 집에는 왜 갔는지? 이른 아침 시간에 조용한 주택가에서 그가 왜 남에 집 앞에서 문을 두드렸는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관 중 1명은 여러 발의 총을 그에게 발사했습니다. 갑작스런 차량 사고 이후 구조를 기다리던 패럴은 그렇게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샬럿 경찰은 이번 사건을 매우 중대한 사고로 규정하고, 총을 쏜 랜덜 케릭 경관을 고의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고는 "경찰에 큰 슬픔과 근심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파괴했다"며 거듭 유감을 표시했지만, 경찰이 인종 편견으로 무고한 시민을 살해했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흑인 소년을 총격 살해한 자율 방범대원 조지 짐머만 사건이 결국 무죄로 끝나면서 미국 내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