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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방'겔지수(房格系數)를 아십니까?…팍팍한 삶

[월드리포트] '방'겔지수(房格系數)를 아십니까?…팍팍한 삶
총가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지수'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요즘 중국 인터넷에서는 이 엥겔지수란 단어에서 첫 글자만 바꾼 '방'겔지수(房格系數)란 신조어가 유행입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채셨을텐데요.가계 지출비 가운데 식료품비 대신 집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합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물론 아니고요, 네티즌들이 치솟는 집값과 집세에 대해 불만과 자조 등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방'겔지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계 지출에서 집세(또는 대출이자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클수록그 만큼 집세에 짓눌려 고단하게 산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방겔지수 취재파일

현재 베이징에서 60㎡ 방 2칸 짜리 집의 경우 보통 월세가 5천 위안(90만원) 안팎에 달합니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지역이거나 집이 좀 허름해도 2~3천 위안 정도는 줘야합니다. 대졸 초임 평균 월급이 4천 위안 정도임을 감안하면 사회 초년병의 경우 월급의 절반 가량 또는 그 이상을 집세로 내야한다는 계산입니다. 집세 내고 나면 밥만 먹고 살아야한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초년병들은 집세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집단 생활을 하기도 하는데요. 아파트를 불법 개조해 이층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비좁은 공간에서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20여명이 공동생활을 하는 겁니다.

'개미집', 달팽이집', '비둘기 집' 등등 이런 집들을 부르는 이름도 다양한데요. 이런 곳에서는 침대 윗층이냐 아래층이냐 등에 따라 집세가 한 달에 500에서 900위안(17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법개조인데다 화재시 큰 인명피해가 나기 때문에 베이징 공안(경찰)이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는데 돈 없고 갈 곳 없는 세입자들은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방겔지수 취재파일

최근 베이징 등 중국 100대 도시의 8월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이 발표됐습니다. 1㎡당 1만442위안(188만 원)으로 전달보다 0.9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6월 이래로 15개 월 연속 오름세입니다. 지난 5년 간 잠깐씩 집값이 약세를 보인 적이 있기는 하지만 베이징의 경우 집값 상승률이 110%에 달합니다. 상하이도 114% 폭등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서민 불만의 원흉인 집값 상승을 잡겠다며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는 데도 집값은 반대로 뛰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언론에서조차 '백약이 무효다'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고강도 정부 규제에도 집값은 왜 계속 오르는 걸까요?

중국 언론들이 꼽는 주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먼저 정부의 '땜질식' 부동산 대책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정부가 각종 억제책을 남발하다가 상황이 다소 호전되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가 큰 틀에서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해도 결국에는 다시 계속해서 오르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땅값과 건설 자재 값이 계속해서 오르기 때문에 집값도 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토지 수입을 주요 재정 수입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지방정부들이 재정난 해결을 위해 토지를 고가에 부동산 기업에 팔아 넘기고, 이게 고스란히 집값에 반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땅 장사' 를 통해 손쉽게 재정난에서 벗어나려는 지방정부 책임이 크다는 것입니다. 토지 가격 외에도 철강과 시멘트 등 건축자재 원가가 오르고 있는 것도 집값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방겔지수 취재파일

중국인들의 내 집에 대한 집착도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내 집을 마련해야 안정적 생활이 가능하다"는 전통적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주택 구매를 인생의 중요 목표로 설정하게 되고 특히 최근에는 여자들이 "집 없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경향이 보편화되면서 남자들은 더욱 더 내 집 마련에 목을 메고 있다는 겁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거품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사두면 몇 배씩 올랐고, 그래서 너도 나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고 혈안이라는 겁니다. 부동산은 거주 공간 뿐 아니라 좋은 투자대상이라는 겁니다. 좋게 말해 투자지, 사실상 투기입니다.

한국에서는 요새 전세 값이 '미쳤다'고 합니다. 품귀 현상에 자고 나면 올라있는 전세값 때문에 잠 안자는 세입자들이 많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도 있던데요. 우리 사회의 '방'겔지수는 얼마나 될까요? 한국이나 중국이나 집 문제로 시름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놈에 집이 뭐길래 참...한국과 중국 여기 저기서 휴~하는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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