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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뫼비우스', 김기덕 감독의 불편한 실험…최고와 최악 사이

[리뷰] '뫼비우스', 김기덕 감독의 불편한 실험…최고와 최악 사이
영화 '뫼비우스'는 김기덕 감독의 또 한편의 문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성기를 매개로 욕망의 시작과 끝을 다룬 이 작품의 표현 방식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거칠고 잔혹하다.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은 뒤 내놓은 차기작이 이렇게 불편하고 난해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될까. 연출 스타일은 가학과 피학으로 인간 본연의 욕망을 시각화했던 초기의 몇몇 작품과 맞닿아 있다.
 
남편(조재현 분)의 외도에 증오심에 차 있던 아내(이은우 분)는 그에 대한 복수로 아들(서영주 분)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집을 나간다. 남편은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 아들을 위해 갖은 시도를 해보지만, 곧 돌이킬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결국, 그는 모든 원인이 된 자신의 성기를 절단하고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한다. 그러던 중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아오고 더 무서운 파멸이 가족에게 닥친다.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의 작의(作意)에 대해 "가족, 욕망, 성기는 애초에 하나일 것이다. 내가 아버지고, 어머니가 나고 어머니가 아버지다. 애초 인간은 욕망으로 태어나고 욕망으로 나를 복제한다. 그렇게 우린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로 연결된 것이고 결국 내가 나를 질투하고 증오하며 사랑한다"고 설명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은 욕망의 굴레 아래에서 태어나고 파멸되는 인간의 비극이다. 이 비극은 인간 개인에게 머물지 않는다. 영화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아들이 치르면서 돌이킬 수 없는 비극과 마주하게 되는 한 아버지의 고통도 그린다. 이는 김기덕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또 다른 메시지 '업보'(業報)와도 연결된다.

영화는 욕망의 굴레를 시각화하기 위해 가학과 피학의 행위들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이를테면 아들의 성기를 절단한 뒤 입에 넣고 씹는 엄마, 거세한 뒤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몸을 가해해 쾌락을 느끼는 남편 등 인물 대부분이 상식을 능가하는 행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성기'는 인간의 욕망을 형상화 시키는 가장 중요한 매개. 거세당한 인간들의 몸부림을 보여주며 김기덕 감독은 '성기는 거세해도 욕망은 쉬이 거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성기 불능(不能)의 인간에게 찾아오는 쾌락에 대한 욕망, 분명 비극이다.  

'뫼비우스'는 날 것의 표현 방식을 통해 욕망의 밑바닥까지 보여주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선을 자극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이야기 전개가 불완전하다. 오디이푸스 컴플렉스(남성이 부친을 증오하고 모친에 대해서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기에도 충분치 못하다.

또 아버지의 뜨거운 부성애에 비해 모성은 기형적이라 할 만큼 차갑다. 남편의 외도에 미쳐버린 엄마의 파행이라고 하기엔 뒷받침 되는 이야기가 너무나 불친절하다. 인물의 전사(前事), 가족 관계에 대한 묘사 등이 생략된 탓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충격과 경악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인물의 감정을 읽을 수는 있어도 행위에는 쉬이 공감하기 힘들다. 공감이나 동화보다는 인상을 찡그리거나 실소를 터트리게 되는 상황이 여러차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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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에서 무언극 형식을 택했다. 출연 배우들은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이 오로지 행위와 표정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다. 욕망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실어나르는 데 있어 몸보다 더 훌륭한 표현 도구는 없다는 감독의 생각이 투영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배우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을 캐릭터를 성실하게 수행해냈다. 대물림되는 비극에 가슴 아파하는 아버지로 분한 조재현이나 전라 노출을 불사하며 어머니와 불륜녀를 1인 2역 한 신인 이은우의 연기도 박수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10대의 나이에 소화하기 녹록지 않았을 극한의 감정을 연기한 서영주의 연기는 돋보인다.

'피에타'를 통해 절제된 감정과 정제된 표현 형식을 보여주며 세계 영화계의 호평을 받았던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를 통해 다시 한번 파격을 선택했다. 어쩌면 '피에타' 이후이기에 가능한 과감한 시도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지난달 28일 개막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미국의 영화전문 사이트 '트위치'는 '뫼비우스’는 대사가 없지만, 관객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강력하고 자연스러운 힘이 있다”고 평했으며, 독립영화전문 사이트 '인디와이어'는 "비록 영화를 보고 구토한 사람도 있었지만 영화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사랑, 성적인 사악함, 용서 그리고 남성성에 대한 깊은 생각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직계 간 성관계에 대해 반기를 들며 이 작품에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렸다. 김기덕 감독은 국내 개봉 의지를 보이며 문제가 된 장면 3분여를 덜어낸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뫼비우스'는 관객 다수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불편함을 경험할 지 말지는 오로지 관객이 결정할 문제다. 안타까운 건 김기덕 감독이 애초에 만들었던 무삭제판은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심의 때문에 영화 후반부 주요 장면 3분을 삭제할 수 밖에 없었던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불구(不具) 영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상영시간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9월 5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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