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좌파 앵커요? 진실이 무기입니다"

'진실을 짚어주는 뉴스'를 향해서

김성준 기자

작성 2013.09.04 16:05 수정 2013.10.31 16: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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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SBS 8뉴스 김성준 앵커가 '제40회 한국방송대상 앵커상'을 수상한 뒤, 수상 소감과 앵커로서의 각오를 시청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1993년 7월의 어느 날 목포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여객기가 인근 야산에 추락했습니다. SBS에 입사한 지 2년도 못된 새내기 기자 김성준이 엉겁결에 뉴스 속보 앵커로 데뷔한 날입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7분 동안 횡설수설하면서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리다가 스튜디오를 나왔습니다. ‘나는 안 되는구나’ 좌절해서 방송 일을 그만둘까도 고심했습니다. 어제 제40회 방송대상 앵커상을 받으면서 문득 그 시절 기억이 떠올라서 “그 때 그만두지 않고 버틴 게 천만다행’인 것 같다고 우스개 겸 수상 소감을 한마디 했습니다. 말은 그랬지만 진심은 ‘기다려준 분들, 격려해준 분들, 등을 밀고 손을 당겨준 분들께 고맙다’는 것이었습니다.김성준 박선영 캡쳐앵커상은 개인상이지만 다른 어느 분야보다 협업의 결과로 평가 받는 상입니다. 앵커가 날고 기어도 뉴스가 별볼일 없으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역시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의 영예는 지금도 취재현장을 지키고 있을 SBS 선배, 후배, 동료들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2011년 3월 21일 처음 SBS 8 뉴스 앵커를 맡은 날 저는 이렇게 클로징 멘트를 했습니다.

“SBS 8시 뉴스는 앵커까지 바뀌더라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뉴스의 진실을 찾고 파헤쳐서 시청자 여러분께 전해드리려는 노력입니다.” 저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약속하고는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SBS 뉴스의 구성원들은 약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뛰었습니다. 최선은 다 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최선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보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세상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에 파묻혀 삽니다. 저녁 뉴스가 전하는 20개 남짓 리포트 가운데 시청자들이 새롭게 얻는 정보는 절반이 못됩니다. 명색이 지상파 메인 뉴스를 봐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무엇인가를 갖춰야 합니다. 그건 ‘진실인지, 진실이 어디 있는지 짚어주는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여당은 이랬고 야당은 이랬다”고 사실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말고 “여야가 각자 이렇게 말했는데 우리가 알아보니 이쪽이 맞더라”까지 갈 수 있는 뉴스 말입니다. 이런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앵커가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한동안 SNS에서 ‘부정선거 은폐의 주범’이라고 공격을 받다가 최근에는 ‘종북 좌파 앵커’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극과 극입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진실이 무기입니다.

앞으로도 SBS 8 뉴스 앵커로서의 제 자세는 이럴 겁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갖지 못한 사람들의 한 중간에 서서 (공정), 한 발은 갖지 못한 사람들 쪽에 가깝게 내딛고 (배려), 두 눈은 반대 쪽을 향해 부릅뜬다 (견제). 어정쩡할 수도, 서있기 힘들 수도 있는 자세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진실을 찾는 작업은 어차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와 권력이 있든 없든, 경쟁에서 앞서있든 뒤쳐져 있든, 젊었든 늙었든, 여자든 남자든, ‘모두가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 때까지는 기자 일이라는 게 안락한 밥벌이가 되기는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감수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원동력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