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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력위기, 9월에는 나아질까

[취재파일] 전력위기, 9월에는 나아질까
 올여름 참 더웠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예년보다 기온은 높지 않았지만 덥게 지냈습니다. 아예 냉방을 하지 않는 공공기관 건물들이 적지 않았고, 민간 기업들도 절전하느라 불 끄고 후텁지근한 사무실에서 여름을 났습니다. 전력 취재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핸드폰 어플로 수시로 일기예보를 보며 낮 최고 기온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행여 30도를 웃돌기라도 하면 불안함에 마음 졸이곤 했습니다.

 사실 또 전력 얘기를 한다는 건 좀 피곤하고 지겨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올여름 많은 시민들이 전력난에 분통 터뜨리고, 그러면서도 꾹꾹 참아가며 여름을 났으니까요. 기온이 떨어지면서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는데요, 9월은 어떨지 전망해 볼까 합니다.

 어제(2일) 피크 타임때 최대 전력 수요는 6천5백만 킬로와트, 예비 전력은 천만 킬로와트가 넘었습니다. 놀라운 수칩니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전력난 속에 시행됐던 각종 절전 규제들이 지난 주 금요일로 모두 끝났기 때문입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업체들에 대한 강제 절전, 휴가를 나눠 가는 조업 조정, 문열고 냉방하는 매장 단속이나 실내 온도 제한 같은 각종 에너지 규제들이 모두 끝났습니다. 지난 여름 이런 조치들로 하루 평균(평일 기준) 원전 4기 분량에 해당하는 4백만 킬로와트 이상의 전력 수요를 줄였습니다. 더구나 지난 수요일부터는 한빛 1호기와 서인천 복합 화력 등 발전소들이 정비에 들어가면서 공급 능력도 줄어들었는데 말이죠.

 때문에 전력 거래소가 지난 주 후반 예상했던 이번 주 최저 예비력은(별다른 조치가 없었을 때) 4백 40만 킬로와트 정도였습니다. 전력 경보 1단계인 '준비'가 발령될 만한 수준입니다. (다만 실제 경보가 발령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습니다. 9월에도 또 전력 경보가 발령되면 국민들의 불만이 어마어마할테니까요. 이 때문에 기업들에게 절전을 대가로 돈을 지불하거나, 혹은 전기 경매 시장을 열어 전력을 아낀 기업들에게 낙찰 가격으로 돈을 지불하거나 하는 여러 방법들이 준비됩니다. 경보 발령을 피하기 위해 결국 돈을 주고 절전을 유도하는 셈인데, 실제로 실행되기까지 여러가지 정치적인 고려까지 해야합니다.)

 예상을 뒤엎고 수급이 여유로와진 배경에는 한결 달라진 날씨가 있습니다. 오늘 서울 지역 낮 최고 기온은 26도로 평년보다 1도 낮고, 지난주 월요일보다는 5도나 낮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주 월요일 순수 최대 전력 수요가 7천 3백만 킬로와트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사이 8백만 킬로와트 이상 냉방수요가 줄어 들었습니다. 

전력 캡쳐_500
 통상 봄여름과 비교해 여름 전력 수요가 2천만 킬로와트 정도 높습니다. 이 정도를 냉방 수요로 보는데, 더위가 물러가며 지난주 월요일과 비교해 거의 절반 가까이 냉방 수요가 줄어든 것입니다. 10월 초 정도까지는 계속해서 냉방 수요가 줄어들다가 10월 중순 정도부터는 난방 수요가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전력 수급이 위기를 넘긴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몇 가지 변수는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여름 내내 풀가동했던 발전기들이 정비에 들어갑니다. 지난주 2곳 들어갔고, 이번 주말에는 태안과 서평택 화력 발전소들이 정비를 시작합니다. 냉방 수요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공급도 따라서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재작년 전국적인 순환 정전이 일어났던 건 여러 발전기가 동시에 정비에 들어갔던 9월 15일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물론 이 때 일을 교훈으로 삼아 전력 당국은 이제 최대한 발전기 정비 계획을 조절하고 있지만, 갑작스런 늦더위라도 찾아오면, 그리고 예상 못한 고장이라도 일어난다면 수급 상황은 또 나빠질 것입니다.

 몇 달 남은 이야기지만, 올겨울 상황은 별로 좋지 못합니다. 요 몇년 사이 연중 피크는 여름이 아닌 겨울에 발생합니다. 난방 수요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인데, 그 때까지 공급을 대폭 늘릴 만한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10월을 목표로 요금 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수백만 킬로와트의 수요를 분산할 만한 묘수가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올 겨울에는 문 열고 난방하는 매장 단속이나, 외투와 목도리 두르고 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취재하러 다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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