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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동네 스프링클러는 안전할까?

불만 나면 먹통 스프링클러, 안 터뜨려봐도 미리 알 수 있다

[취재파일] 우리 동네 스프링클러는 안전할까?
 자고 일어났더니 내 차가 숯덩이가 되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것도 내 차 뿐 아니라 온 동네 차 수십 대가 한꺼번에 불탔다면. 도시괴담 같은 이런 일이 지난주 경기도 의왕에서 일어났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불이 나 차량 수십 대가 탔다”란 불과 한 문장이지만, 현장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불이 꺼진 뒤에도 시꺼멓게 타버린 주차장,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차 수십 대가 죽 늘어서 있는 광경이란...

  이런 일, 사실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올해 초, 경기도 용인에서도 비슷한 화재로 차량 70여대가 탔습니다. 규모가 달라서 그렇지 종종 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 동네 지하주차장은”하는 생각, 안 들 수 없겠죠.

  용인과 의왕 두 현장 모두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지하주차장엔 소방차가 들어가기도 어렵고 복층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에 상당히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유독 가스가 차면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불이 나면 알아서 불을 꺼주는 스프링클러가 필수적입니다. 앞선 두 곳 모두, 스프링클러 미작동이 대형 화재로 이어진 겁니다.

불 끄라고 달아놓은 스프링클러인데, 왜 이러는 걸까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집니다.

스프링클러_500
1) 기계적인 고장.
- 화재 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배관, 물탱크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원인은 다양합니다. 관리 불량, 노후화, 기타 다양한 기계적 오류 등. 대부분의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는 ‘준비작동식’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동파나 물이 샐 것을 우려해 배관에 물이 담겨있지 않지만 화재 감지기가 화재를 감지하고 물탱크에 신호를 보내면 그제야 배관으로 물을 올려 보내고, 이 때 스프링클러 끝부분의 ‘헤드’도 반응해 물을 뿌리는 방식입니다.
뭔가 복잡하죠? 그래서 그런지 아무래도 오작동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배관에 항상 물이 차 있다가 화재 열기로 헤드 끝부분 코일이 녹으면 물이 터지는 ‘습식’ 스프링클러 등과는 다릅니다. (습식으로 해놓지 않는 이유는 지하주차장이 실외다보니, 앞서 말씀드린 동파를 우려한 게 가장 큽니다)
모든 기계는 고장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주 점검하고 고장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방 설비 점검과 유지 보수는 소방안전관리 자격증을 가진 담당자가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전문업체에 의뢰하기 마련인데, 이래저래 거치다보면 소홀해 질 수 있기 때문이죠.

2) 인위적으로 수관 밸브를 잠가놓는 경우.
- 좀 황당한 경우입니다만, 의외로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스프링클러가 한번 터지면 일반적으로 1분에 80리터 분량의 엄청난 물이 쏟아지게 됩니다. 화재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 압력과 수량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죠. 저도 앞에서 직접 봤는데, 물줄기가 상당히 강력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샤워꼭지 수준의 물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게다가 수도꼭지 잠그듯 쉽게 잠글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본으로 물바다는 물론이요, 상당한 수손(水損)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잠가놓는 겁니다. 혹시 센서가 오작동하거나 아니면 작은 화재에도 스프링클러 전체가 터져서 수손 피해가 생길까봐 밸브를 잠가놓는 거죠. 이런 일이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역 지하철 승강장에서 때아닌 스프링클러가 터지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는 안이할 뿐 아니라 위험한 생각입니다. 차량 수십 대가 한꺼번에 타는 화재는 잦은 일이 아니지만, 분명한 건 여러 차례 사고가 났고 그때마다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단 겁니다.
이런 행위는 분명히 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그런데 잡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통 소방점검을 할 땐 건물주나 관리인에게 사전 통보를 해줍니다. 1년 365일 잠그고 있다 하더라도 점검 나올 때만 잠깐 틀면 소방서에서는 알 길이 없답니다. 제도의 허점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우리 동네 주차장은 안전할까요? 미리 점검하는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첫째는 화재 감지기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화재 감지기에는 두 개의 회로가 있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접합시켜 스파크를 내거나 신호를 줍니다. 그러면 스프링클러와 연결된 수신반(제어판)이 작동하는데 이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 층층마다 있는 시험밸브를 틀어보는 겁니다. 단, 이 방법은 습식 스프링클러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하주차장은 해당사항이 없고 대개 실내 스프링클러에만 해당합니다. (게다가 절대 함부로 개인이 틀어선 안됩니다. 이유는 다음 문장에)

 위 두 방법 모두 혼자서 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주민 입장에서 혼자 해보기 어렵단 얘깁니다. 소방 설비에 대한 전문 지식과 권한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화재 감지기 테스트 때는 다른 감지기가 울리지 않도록 차단해놓고 하지 않으면 온 아파트 감지기가 다 울리는 수가 있답니다. 두 번째 방법의 경우, 물이 스프링클러와 같은 수압으로 콸콸 쏟아지기 때문에 혼자 멋모르고 틀었다간 물바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철저한 점검과 시연을 요구하고 소방 점검 때 직접 참관하는 등 관심을 높이는 겁니다. 모든 아파트단지나 건물의 소방 설비는 1년에 한 번은 정밀기능점검을 받아야 하고 그로부터 6개월 되는 날엔 ‘작동기능점검’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이를 어길 시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 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소방점검 때 ‘공개 점검’을 요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관리비를 내는 주민들로선 당연한 권한입니다.

지하주차장_500
 더불어 국가적으로도 대책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화재보험협회에서 전국 1만 여개 건물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프링클러 양호율(정상작동율)은 72% 수준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머지 28%는 불량이거나 어쨌든 문제가 있단 겁니다. 1만 개만 하더라도 2천 8백개 정도가 됩니다.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인력과 예산의 문제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불시 점검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대안입니다. 적어도 몰래 물을 잠가놓는 경우는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요새 웬만한 새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다 있습니다. 점점 지하주차장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공간 활용과 조경 등에 유리하기 때문이죠. 어느 아파트 단지의 경우 안전 등의 문제로 아예 지하주차장만 이용하게 하는 곳도 있더군요. 운전자들도 지하주차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날씨의 영향을 덜 받고 손상 우려가 적기 때문입니다.(저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지하주차장과 아파트가 직접 연결된 곳에선 화재로 인한 연기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P.S 홀랑 타 버린 차는 어떻게 보상받을까요? 다행히 ‘보험처리’가 된답니다. 이런 걸 아셔서 그랬는지 아니면 너무 황당한 일을 당해서 그랬는지, 현장에서 만난 피해 차주들은 하나같이 오히려 담담하시더군요^^ (어안이 벙벙해 계셨단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단, 자차 보험에 반드시 가입되어 있어야 합니다. 보험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경우 대개 아파트에서 들어놓은 보험으로 1차 배상이 되고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 자동차 보험금이 지급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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