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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맛가루 파동

맛가루 수사발표 한달째, 무슨 일이 벌어졌나?

[취재파일]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맛가루 파동
경찰이 아이들이 밥에 뿌려먹는 가루, 일명 맛가루의 원료를 만드는 업체를 적발한 건 한 달 전이었는데요,수사결과 브리핑 당시 '건강에 유해하다'고 확정해 말했었죠.

바로 2주 뒤, 식약처가 정밀 조사를 실행한 후 경찰발표를 뒤집었는데요, 문제가 된 원료가 자투리 다시마, 채소의 겉 이파리 등으로 저가 원료라면서도 '사료용'은 아니었고 미생물에 오염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회수 등의 조처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불량식품업자를 적발하는 '수사기관'일 뿐, 불량식품의 유해성을 판정해 업체명을 공개할 지 결정하는 건 지자체와 식약처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의 경우, 식약처의 '인체엔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 때문에 문제가 된 업체의 이름을 공개하는 게 불가능해졌는데요.

경찰은 재료의 위생상태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수준이었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불과 2주 만에  정부 기관이 소비자 안전에 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셈이 됐습니다.

실제로 경찰 발표가 한달 지난 시점인 지난 주, 맛가루 업계 2위 업체에 찾아가봤는데요, 문제가 된 원료를 만든 업체와는 아무 관련 없는 곳이었지만 직원들이 일을 해야 하는 사무실에 반품된 제품이 1톤 넘게 쌓여 있었고, 파산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자금회수가 전혀 안되고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 맛가루 전체 판매량은 한 달 새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까지 떨어졌고, 서른 종 가까운 맛가루가 매장에서 아예 사라졌습니다. 아무 잘못없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생업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른 겁니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식품 이슈가 터져 일시적으로 물건 구입을 중단할 때마다 영세한 업체들은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도 그 같은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2004년 쓰레기만두소 사태, 2010년 중금속 낙지머리 사건, 더 거슬러 올라가 1989년 우지 라면 사태까지.
사건은 요란했지만 인체 유해성은 끝내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기관의 성급한 발표, 소비자 혼란, 선의의 피해자가 구제 안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이번 취재파일은 날짜별 각 기관과 관계자들의 발언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제가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전달이 될 것 같아서요. 왜곡이나 해석 없이 발언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이번 맛가루 파동이 어떻게 된 사연의 일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관계자들이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번 보시죠.

참고로, 전화 인터뷰 내용에서 대상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뺐습니다. 엄연히 취재상황이었긴 하나, 브리핑 같은 공식 발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맛가루 파동 날짜별 주요 사건,발언 모음>

7/2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맛가루 수사결과 발표


“이번에 압수한 전복 사료용 미역과 유통기한이 지난 당근 가루는 세척을 덜하거나 불순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피의자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서 폐기용이나 가축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각종 채소류나 해조류를 아이들이 주로 먹는 밥에 뿌려먹는 가루라든지 선식, 각종 면류에 사용해서 전국 230여개 업체에 납품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적발은 판매 목적으로 보관 중이던 전복 사료용, 건미역 2.5t 상당을 압수해서 폐기함으로써 추가 먹거리 피해를 사전에 차단했다는데에 그 의의가 있겠습니다.”

*브리핑 후, 기자 질의응답 순서

[기자 : 업체 이름이랑 제품명은 어떻게 돼요?]
“제품 명은 없습니다.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업체 이름은 공개하기가 조금. 어쨌든 제품명은 없습니다."

[기자 : 제품명이 없다고요?]
"어쨌든 없습니다. 완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 이름을 지금 뭐 공개하기는 좀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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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7/15
식품의약품안전처 맛가루 성분분석 조사결과 발표자료


-경찰이 비위생적이라고 적발한 밥에 뿌려 먹는 가루, 이른바 '맛가루' 제조업체와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저가 원료를 쓰긴 했어도 인체에 해롭지는 않아서 회수 등의 조처를 하지 않는다. 해당 원료가 자투리 다시마, 채소의 겉 이파리 등으로 저가 원료라일 뿐, '사료용'은 아니었고 미생물에 오염되지도 않았다.
경찰이 적발한 업체들이 기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 사법기관의 결정에 따라 행정 조처를 하겠다.

*식약처 관계자
"저가 재료와 불량식품은 다르다"
"저가 원료를 썼다고 처벌하거나 해당 식품을 회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사료로 만든 맛가루'라는 경찰 발표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됐지만 해당 원료가 사료용으로 분류돼 거래된 것은 아니었다"
"여러 기관에 맛가루 제조업체에 관한 내용이 제보돼 경찰이 발표를 서두르다 보니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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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맛가루 수사결과 발표 한달 후
식약처와 경찰 관계자 전화인터뷰 내용

*식약처 관계자


[기자 : 그럼 업체명이 끝까지 공개 안되는건가요?]
"저희가 지금 조사해본 결과는, 원료나 무슨 이게 인체에 진짜 유해한다든가 그때는 업체명이 당연히 공개가 되는데요 그게 아닌데. 정확한 법 위반이면 당연히 공개가 됩니다. 근데 법 위반이 아니고서는 그 업체를 공개하는 것은 그 업체에게 피해가 가니까요.

[기자 : 소비자들이 업체명이 공개가 안되니까 불안해서 맛가루를 아예 사 먹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 불량 업체의 원료를 납품했던 회사, 경찰이 단속했던 회사요, 그 회사에 대해서 그 다음에 원료 조사를 다 끝냈고 그 다음에 원료를 받았던 업체를 다 조사했는데도, 무슨 식중독균부터 해갖고 균조사부터 모든 조사를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거기서는 문제가 발생이 안됐던 거죠. 그런 경우인데 그러니까 문제가 없는데도 업체를 공개한다는 것은 좀 안맞는 것 같은데요. 업체한테도 나중에 공개했다가 업체가 망하고 나면 저희한테 다 항의가 들어올텐데. 문제가 없는 업체 갖다가 공개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기자 : 지금 상황 같은 경우에 말씀하신대로라면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는 있다는 건데요.]
"그렇죠. 예전에 만두 파동 사건도 마찬가지였잖아요. 만두 자투리 단무지를 이용해서 쓴 원료를 몇 개 만두 회사에서 잘못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전체 만두 업계로 다 퍼진 것처럼 이것도 그런 사건이랑 유사하게 볼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기자 : 잘 아시고 있으시네요. 그럼 이게 누구의 잘못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글쎄요. 경찰 입장에서 보면 경찰은 자기 소임을 다 한건데 이제 중간에 행정적인 부분을 갖다 생각을 미처 못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저희랑 같이 협업이 잘 됐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했던 것은 솔직히 사실이에요. 근데 그것은 그 이후에 다시 다 싹 수정을 해갖고 지금은 다시 잘 돌아가고 있구요. 지난번 만두 파동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일엔 항상 피해자가 생기는데 그때도 그것을 다시 구제받고자 소송을 냈죠. 대법원 판례 보셨나요? 판례 보면 수사한 것도 맞고 그 다음에 수사에서 자투리 만두를 비위생적으로 개조한 것이 맞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는 위반 사실이 맞다라고 판결이 났어요. 그래서 행정 소송을 했는데 피해자들이 졌죠. 피해자 측에서. 그런 것처럼 이것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근데 저희가 실제 업체를 구제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이 없어요. 실제로. 할 수 있는 방안도 별로 없고."

맛가루 인체유해성_
*경찰 관계자


[기자 : 식약처에서 15일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 발표 후 경찰의 입장은 어떻다고 보면 되는 거죠?]
"아니 뭐냐면 그게 시간이 지났으니까 보는 관점이 다른거 거든요. 쉽게 말하면 내가 그때 서울청 캡들한테도 설명을 드렸던 부분이거든요. 그게. 예를 들어서 이게 우리가 수사한 부분 보면은 국에 파리가 빠졌을 때 파리를 건져내면 남은 부분을 아무리 건사해도 먹을 건 없을거잖아요.

그러면 파리가 빠진 부분은 뭐가 됩니까. 불결하잖아요. 말그대로. 이물질이 들어가있고. 그러기 때문에 이런 건 처벌이 돼요. 우리가 알듯이. 식중독균이 발견되지 않아도. 그 식중독균이 나오고 그렇게 되지 않은 그 전단계인 이번 경우라 할지라도 처벌이 되는 거거든요. 이게 뭐 안전하다 아니다 하고는 별개의 문제인거죠. 그러니까 이게 이 사람이 예쁘냐 이 사람이 착하냐 이렇게 비교하는거나 똑같은 거죠."

[기자 : 브리핑 때는 워딩 그대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표현 쓰셨는데 지금 보면 그 전에 검증을 안하셨더라고요.]
"판례가 있구요. 쉽게 말하면 예전에 오징어 있었잖아요. 우리 마트에 가면 진공 포장해서 파는 오징어있잖아요. 무슨 구이 오징어 막 그런거. 그게 이제 일정 기한이 지나면 유통 기한이 지나면 회사에서 처분을 해야 되는데 회수를 해가지고 겉으로 보기에 곰팡이가 피어보이는 것은 다 빼고 없어보이는 것만 대충 한 번 씻어가지고 또 구워서 판 사건이 있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라고 봐서 처벌한 판례가 있거든요. 파리가 빠졌다가 건져냈으면은 검사해서 뭐 안나왔다 하더라도 우리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그게 이제 식약처에서 말하는 정말 실제로 검사했는데 이게 유해하지 않더라 이거하고 우리가 한 거랑 매치가 안된다 이렇게 몰아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은거죠. 저희 입장에서. 그래서 저희가 식약처하고 얘기할 때도 제가 경찰의견을 좀 반영을 시켜달라고 얘기했던 부분이고 한데 그런 차원이 있는 거에요. 그게."

[기자 : 5월에 경찰이랑 식약처가 앞으로 식품수사 관련 발표하기 전에 조율한다는 내용에 MOU 체결하셨잖아요. 이번 발표 전에 MOU 내용 지키셨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나 하는.]
"그니까 이번 건 때문에 다시 한 번 좀 MOU가 강화됐다고 보시면 되는건데 쉽게 말하면 이거에요. 이번 적발된 맛가루 자체가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라 2011년도에 대부분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이미 다 팔렸고 사람들이 먹었고. 유통 기한도 거의 다 마감이 됐잖아요.

그래서 저희들 입장에선 대부분 다 소진이 되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실제로 제가 브리핑하면서 식약처에 다 통보를 다 했고 포천시청에 통보를 했고 해서 실제로 유통되거나 하는 건 거의 없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언론에는 말 안했지만은 그 다음날 제가 직접 사장을 불러가지고 판매 중단 요청도 하고 해서 겉으로 드러나 보시기에는 잘 모르실텐데 내부적으로는 저희끼리 굉장히 많은 움직임이 있었죠. 먹거리의 안전을 위해서."

[기자 :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다 소진된 거면 그렇게 발표를 서두르실 필요가 없지 않았나. 식약처랑 조율도 안해보고 건강유해 실험도 안하시고 왜 그렇게 서두르셨나.]
"그거는 저거죠. 그때 보면 이 사건이 제보자가 여기저기 제보를 엄청 많이 한 상황이거든요. 식약처, 검찰에도 제보하고 이 기관 저 기관 많이 제보한 상황이어가지고 아시다시피 우리도 보면 검찰에 송치했다가 송치하는 과정에서 이게 새어나가가지고 그렇게 단속으로 나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거든요.

뭐 아시잖아요 그런 거 보면은. 그럴 때 저희가 역으로 이것을 그냥 했다가 어딘가에 새나갔을 경우에 경찰에서 은폐했네 뭐네 이럴 소지도 있고 해서 그나마 저희가 수사를 많이 진행했거든요. 다른 기관에 비해서.
= 그래서 그때 제가 기왕이면 정제된 표현으로다가 우리가 검거했다고 경찰에서 나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나름대로 식약처이랑 조율하고 했는데 이렇게 된거죠. 사안이."

[기자 : 조율하셨다는데 식약처에서 개별적으로 15일에 따로 유해성 없다고 발표한 건 어떻게 된 일이죠?]
"나름대로 물밑작업 하고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큰 파장은 아무도 예상을 못했던거죠. 저희 입장에서도 당연히 식약처에 자문을 구하니까 그것은 식약처에서 원래 하는 게 아니고 포천시청에서 하는 거기 때문에 제가 포천시청으로 자료를 다 넘겼었고 그날 바로 이렇게까지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까 이런 예상 못했던 일이 벌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한 다음에 하는 것으로."

[기자 : 업체명이 이렇게 공개가 안되면 억울한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요.]
"식품안전법상에 보면은 유해성이 확인된 경우에는 공표 명령을 할 수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근데 이번엔 유해성이 확인이 안됐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공표 권한이 없구요. 바꿔서 말씀드리면 공표 권한이 있는 기관은 따로 있어요. 식품위약품안전처장, 그 다음에 지자체장, 이 사람들한테 권한이 있거든요. 거기서 어떤 유해성 검사를 했을 때 유해성이 나왔을 경우에는 공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돼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사실 저희는 일단은 공표 권한은 없는거죠."

[기자 : 그럼 경찰에선 업체명 끝까지 공개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식약처 소관이니까 한 번 확인해 보셔야겠죠."

[기자 : 경찰에서는 건전성에 대한 수사결과만 발표한다는 거죠?]
"그렇죠. 예. 사안이 그러니까 저희는 수사 파트고 거기는 행정 파트이기 때문에 저희가 공개하고 말고 하는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저희도 법에 근거해서 발표할 수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폭행범이나 살인범 같은 경우는 법에 공개하도록 되어있잖아요. 어떤 경우에는. 당연히 저희는 그런 경우에 근거해서는 저희가 살인범 얼굴도 공개하자 근거가 있으면 할 수 있는데 단순히 국민들이 많이 궁금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수사를 공개할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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