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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태권도 간판' 이대훈의 화려한 부활

런던올림픽의 악몽 떨쳐냈다!

[취재파일] '한국 태권도 간판' 이대훈의 화려한 부활
이대훈은 고교생 신분으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혜성처럼 나타났고, 2011년 경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와중에도 꿋꿋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태권도의 간판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 2012년 5월 아시아선수권 우승까지 거머쥐었습니다. 한국 태권도 사상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에 올림픽 금메달만을 남겨 놓았습니다. 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에서 우리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단연 이대훈이었습니다.

182cm의 장신이라는 유리한 체격 조건에 쉴새 없는 발차기, 화끈한 공격력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그런데 런던 올림픽 태권도 경기장인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 들어선 그는 전혀 이대훈답지 못했습니다. 매 경기 무기력했고 힘겹게 이겼습니다. 간신히 결승까지 올랐습니다. 스페인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와 격돌한 결승전은 한마디로 참담했습니다. 3라운드에서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다운됐습니다. 충격이 컸고 코뼈를 다쳤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과는 17 대 8 완패. 무기력한 경기의 원인은 무리한 체중 감량이었습니다.

원래 체급이 63kg급이었던 이대훈은 이 체급이 올림픽에 없어 한 체급을 낮춰 출전했습니다. 평소 체중에서 7kg이나 감량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고 체력은 바닥났습니다. 이대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이번의 패배를 교훈 삼아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현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대훈의 경기를 지켜봤던 저는 아직 20살로 앞날이 창창한 그가 아픔을 빨리 떨쳐내고 한국 태권도의 간판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이대훈 연합

이대훈은 결국 1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원래 체급인 63kg급에 출전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내용도 런던에서와는 180도 달랐습니다.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하며 6경기 가운데 5경기를 '점수차 승' (2라운드 이후 12점차로 앞서면 이기는 제도, 야구로 치면 '콜드 게임승')을 거뒀습니다. 특히 8강전이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런던올림픽 결승에서 아픔을 안겼던 스페인의 곤살레스와 다시 만난 것입니다. 곤살레스가 한 체급을 올려 재대결이 성사됐는데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공격적이고 투지 넘치는 경기로 곤살레스를 압도하며 3라운드 20여초를 남기고 21 대 8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결승에서는 코뼈를 다치는 악재를 이겨냈습니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멕시코의 아벨 멘도사와 맞붙었데 2라운드에서 발차기를 한 뒤 넘어지는 과정에서 얼굴을 맞았습니다. 코피가 흘러내려 경기가 중단됐는데 응급 처치에도 출혈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픔을 꾹 참고 쉴새 없이 몰아붙이며 상대의 진을 뺐습니다. 결국 3라운드 종료 1분 30여초전 3점짜리 얼굴 공격을 성공시키며 16 대 4로 '점수 차 승리'를 거뒀습니다. 세계선수권 2회 연속 우승과 함께 대회 MVP에 선정되는 영광까지 누렸습니다.
이대훈
이대훈
이대훈

이대훈의 우승이 더욱 값진 이유는 그가 이번 대회에서 '태권도가 재미없다'는 통념을 보기 좋게 깨뜨렸기 때문입니다. 몇 년전부터 한 쪽 발을 들고 있다 '툭' 차서 점수를 뽑는 일명 '스카이 콩콩' 태권도가 유행인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발차기보다는 점수를 딸 수 있는 '요령'있는 발차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게 해야 이기기 쉽고 그것도 하나의 전술이겠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태권도가 보기에 지루하다는 사람들은 많아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대훈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재미있는 태권도는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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