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마 먹은 배추들이 버려지면서 배추 값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물 먹은 배추가 햇볕에 녹아내리는 이른바 '꿀통 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손승욱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오늘(25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배추 특품 1망, 그러니까 3포기 경매가가 1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1주일 전 6천 800원대였던 배추 3포기 가격이 어제(24일) 8천600원을 넘더니, 하루 만에 1만 원을 넘어선 겁니다.
[고행수/농수산물 시장 경매사 : 강원도 고랭지 지역에 물량들이 사실은 비 때문에 약간 좀…]
그런데 시장 한켠엔 3포기에 2천 원에서 3천 원 하는 배추가 있습니다.
비에 상해 상품성이 없어진 배추가 경매에 나온 겁니다.
현지 사정은 어떨까.
수확이 한창인 밭 곳곳에 배추가 버려져 있습니다.
왜 멀쩡한 걸 버렸나 했더니, 속이 완전히 짓물러 있습니다.
[이광길/배추 재배 농민 : 여기는 전체적으로 작황 상태가 아주 좋다고 봐야 하는데… (그래도)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것은 다 버리고.]
계속된 장마에 뿌리가 약해져 흔들거리거나 물을 먹고 퍼져버린 배추도 적지 않습니다.
[이광길/배추 재배 농민 : 예상에서 한 30~40% 정도밖에 수확을 못 한다고 봐야죠. 나머지는 녹아서 쓸 수가 없이 다 폐기처분…]
오랜만에 비가 그치고 해가 떴습니다만, 여름 배추 작황에는 고비가 한 번 더 남았습니다.
이른바 '꿀통 현상' 때문입니다.
'꿀통 현상'이란 배추 속에 들어간 비가 남아 있다가, 갑자기 해가 나면 수분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배추가 가운데서부터 녹아버리는 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농민들과 유통업계는 장마가 끝나도 배추 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합니다.
[장희성/대형마트 배추 담당 : 출하될 수 있는, 유통될 수 있는 물량은 대폭적으로 줄어들어서 가격은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됩니다.]
결국, 향후 배추 값은 정부 비축분에 달려 있는데 그 배추들이 언제, 얼마나 풀릴지, 또 품질이 얼마나 좋을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우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