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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 제1비서가 화가 난 이유

[취재파일] 김정은 제1비서가 화가 난 이유
  김정은 제1비서가 18일 ‘1월 18일 기계종합공장’을 현지지도했다. 그런데, 이날의 현지지도 분위기는 다른 때와는 사뭇 달랐다. 공장이나 군부대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만족감을 표시하던 여타 현지지도와는 달리 김정은 비서의 질책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김정은, 혁명사적교양실 건설 못 끝낸 데 역정

  북한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69년 1월 18일 직접 터를 잡아준 곳으로 김일성 주석이 14차례, 김정일 위원장이 8차례나 방문한 곳이라고 한다. 더구나, 김정일 위원장은 생애의 마지막해인 2011년 1월 18일 공장창립 42돌이 되는 날에도 이 공장을 찾았다고 하니, 이 공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가 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이 곳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2011년 마지막 공장 방문 자료들을 어디에 전시하였는지 물었다. 공장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2011년 방문 자료들을 새로운 혁명사적교양실을 만들어 전시하려 한다고 보고했는데, 새로운 혁명사적교양실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김 위원장의 2011년 방문 자료들을 전시할 혁명사적교양실 건물은 골조만 만들어진채 아직 미완공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정은 취파_500

  김정은 제1비서는 이 때부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방문한지 2년이 지나도록 2층짜리 혁명사적교양실 건설을 끝내지 못한 것은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영도업적을 고수하고 빛내이려는 자각이 바로 서 있’지 않은 것이라며, 이 공장이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다고 질책했다.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영도업적을 심장깊이 새기지 못한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리 호소해도 생산을 절대로 늘릴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혁명사적교양실 건설현장에까지 들린 김정은 제1비서는 여기저기 쌓여있는 골재더미들을 보면서 ‘한심하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까지 말했다고 조선중앙TV는 보도했다.

정치사상적 지도가 모든 것의 우선

  북한의 생산증대 방식은 당의 정치사상적 지도를 앞세우는 방식이다. 노동자들을 정치사상적으로 각성시켜 생산에 대한 열의를 높여줌으로써 생산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사상교양사업을 첫 자리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공장 일꾼들이 ‘기술실무주의’에 빠진 것을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생산에 앞서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앞세워야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논리인 셈이다.

  물론, 북한에서 정치사상교양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김일성 일가의 정권 안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한의 정치사상교양사업이라는 것은 결국 김일성 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비서로서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강조하는 것이 자신의 정권안정과 연결된다는 측면을 당연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질책,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김정은 제1비서 집권 이후 김 비서가 현지지도 과정에서 간부들을 나무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5월 평양 만경대유희장을 방문해 잡초를 직접 뽑으면서 관리부실을 질타한 적도 있고, 최근에는 5월말 해군부대를 시찰해 ‘함정들 위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며 군인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간간이 보도되는 이같은 김정은 비서의 질책은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하려는 계산된 행보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적관이 제대로 완공이 되지 않았다고 간부들을 나무라는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김일성과 김정일 위주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나라인데, 김 부자의 업적을 제대로 기리지 못했다고 최고지도자로부터 꾸중을 듣는다면, 경제 부문 책임자들마저 생산보다는 김일성, 김정일 모시기에만 더욱 혈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정말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죽은 김일성 김정일보다 현존하는 것들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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