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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익 위한 내부 고발 보호해야

전 CIA직원의 폭로

[취재파일] 공익 위한 내부 고발 보호해야
 미국 국가안보국 등 정보기관의 민간인 전화통화·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한 기밀을 폭로한 주인공이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으로 밝혀지면서 내부 고발자(Whistleblower;호루라기를 부는 사람)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폭로의 주인공은 CIA 요원으로 활동한 29살 에드워드 스노든입니다. 최근까지 컨설팅업체 부즈알렌해밀턴에서 일했다는 그는 "정보 유출에 따른 위험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국가 기밀 유출자에 대한 범죄 수사를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스노우든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생활을 보장하는 나라로 망명을 요청할 뜻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드워드 스노우든_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 NSA의 민간인 전화 통화 기록 수집을 처음으로 보도한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 했습니다.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현재 심경과 폭로 이유를 밝혔습니다. 핵심 내용은 "미 정보 당국이 모든 사람의 통신 기록을 타깃으로 삼았고, 특히 외국 정부와 관련된 내용에 초점을 맞춰 개인의 통화 기록을 수집했다"는 겁니다. 특히 그는 "아무 잘못이 없는 개인의 통화 기록과 정보를 녹화(recorded)하고 의심하는 행위는 분명히 문제가 있으며 그 정당성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공공(Public)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위해 내부 고발자로 나선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 전 세계의 관심을 끈 내부 고발자는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병입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정보분석병으로 일한 매닝은 72만 건의 비밀외교 전문과 군사 문서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지난 2010년 체포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매닝은 최근 법정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명을 경시하는 일부 미군의 행태를 폭로해 공개적인 토론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기밀 유출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매닝은 기밀문서 불법 소지와 외부 무단반출 행위 등 10가지 항목의 혐의를 인정해 20년 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 뒤에도 내부 고발자가 있었습니다. 이 때는 당시 유명한 포르노 영화의 제목인 '딥 스로트'(Deep throat)가 내부 고발자의 암호명으로 사용됐습니다.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사용된 '딥 스로트'는 이 때부터 기자 사회에서 익명의 취재원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지요.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는 하루 16시간에 달하는 취재를 100일 넘게 진행하면서 '워터게이트 도난 사건' 뒤에 숨어 있는 권력의 비리와 부정을 세상에 폭로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 절도 사건 취재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끈질긴 후속 취재, 보도 과정을 거쳐 결국 현직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이 사건은 미국 탐사보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1972년 6월, 5명의 괴한이 미 워싱턴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체포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내부 고발자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이 사건에 관한 단서를 제공해 사건 배후에 백악관이 있음을 폭로하도록 도왔습니다. 결국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사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더스틴 호프만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을 보시면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딥 스로트의 신분은 30년 동안 비밀에 부쳐졌다가 2005년에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을 지낸 마크 펠트로 밝혀져 화제가 됐습니다.

 앞서 1971년 베트남전쟁 1급 기밀 문건인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타임스에 건넨 내부고발자도 당시 국방부 소속 군사전문가 대니얼 엘스버그였습니다. 미국이 베트남전 발발에 군사적으로 깊숙이 개입한 과정이 수록된 이 문서를 뉴욕타임스가 폭로하면서 미국 내 반전 여론이 급속히 퍼졌고,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이 불출마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저널리즘 역사에서 '현존하는 명백한 안보 위협' 문제와 국익 또는 공익, 그리고 사실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임원으로 일했던 담배회사 브라운 앤드 윌리엄슨이 담배의 중독성을 강하게 하려고 니코틴량을 늘린 사실을 폭로한 제프리 위건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는 내부 고발 사례에 속합니다. 이 사례는 마이클 만이 만든 영화 '인사이더'에 잘 소개돼 있습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러셀 크로우가 담배회사 중역 제프리 위건드 역을 맡았고, 알 파치노가 CBS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 팀의 제작 담당 PD 로웰 모건 역을 잘 소화해냈습니다.

 이밖에도 에너지회사 엔론의 회계부정을 고발한 셰론 왓킨스 전 엔론 부사장도 대표적인 내부고발자로 꼽히고, 농산물 중개업체에서 일하던 마크 휘태커는 자신의 회사를 비롯한 업계의 가격담합 관행을 만천하에 공개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르윈스키 성추문' 폭로에 핵심 역할을 한 린다 트립은 백악관 직원이었고, FBI의 테러대응 부실을 지적한 콜린 로울리는 FBI 특수요원 출신입니다. 뉴욕경찰(NYPD)의 부패에 경종을 울린 사람은 전직 뉴욕경찰관 프랭크 서피코였고, 핵연료 재처리 공장에서 은폐된 방사성 물질 오염 사고를 폭로한 이 역시 공장에서 일하던 카렌 실크우드였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들 10명을 '가장 유명한 내부고발자'로 꼽았습니다. 이들 중 서피코와 실크우드, 휘태커의 이야기는 각각 '형사 서피코'(1973), '실크우드'(1983), '인포먼트'(2009)로 영화화됐습니다. 

 자신이 몸 담은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는 내부 고발자 혹은 딥 스로트는 그 어떤 정치인이나 언론인보다 더 용감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가장 우선시한 것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했지만, 내부 고발자들 대부분 공공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스노우든 역시 미국을 떠나 제3국으로 망명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보입니다.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우는 내부 고발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정교하지 못한 공공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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