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살인 진드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살인 진드기'는 공식 명칭이 아닐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살인 진드기'라는 말은 언론 만들어 낸 자극적인 말인데 일정 부분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살인 진드기라면 뱀이나 전갈처럼 맹독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진드기는 맹독이 없습니다. 다만 '플레보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서 이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들어오면 바이러스가 여러 병을 일으키는 겁니다.
미나리에 '간질충'이라는 기생충이 살기도 하는데요, 이 기생충은 담낭암을 일으켜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인 미나리'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살인 진드기로 불리고 있는 '작은소 참진드기'의 경우에도 플레보바이러스에 감염된 비율은 0.5%가 채 안되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렸다 하더라도 치사율이 6% 정도니까, 물리기만 하면 바로 생명이 위독할 것 같은 살인 진드기란 표현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미 늦은 감이 있습니다.
저는 올해 2월 5일, 일본에서 이 질병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보도를 했습니다. 그때 저도 '살인 진드기'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왜 이제 와서 이런 반성을 하느냐? 국내 '쯔쯔가무시병'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서울의대 미생물학과 조남혁 교수를 취재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쯔쯔가무시병 역시 진드기 매개 질환인데, 진드기 중에는 대부분 생태계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겁니다. 생태계가 잘 유지되면 결국 인간에게도 도움이 되는 건데, 지금처럼 모든 진드기를 박멸 대상으로 삼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의학전문기자이면서도 병명 자체에 대해서 고민 없었던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증 증후군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올바른 명칭은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중증 열성, 열이 심하게 나면서, 혈소판 감소, 즉 피를 지혈하고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혈액 속 혈소판이 부족해지면서 여러 감염병에 걸리기 쉽고, 몸 속에서 출혈이 일어나 위독해 지는 걸 말합니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플레보바이러스 때문에 생깁니다. 플레보바이러스는 2009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사람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사람에게 병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없었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도 발견된 지 수십 년 동안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지 않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 사람에게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바이러스도 변화된 환경에 자신을 바꾸면서 살아가는 건데 이번에 '플레보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중국이 진드기 매개 플레보바이러스에 의한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 환자의 경과를 발표 할 때 당시 중국에서 18명의 사망자가 있었습니다. 치사율을 12%에서 30%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조사를 해보니까 2천 47명의 환자를 확진 했고, 이 중 12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치사율을 다시 계산해봤더니 6% 였습니다. 게다가 작은소참진드게에 물려도 모두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증에 걸리는 건 아니니까 진드기에 물린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치사율은 훨씬 낮아집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15명이 진단받았는데 이 중 8명 사망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치사율이 유독 높은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은 중국에 비하면 폭넓게 진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18명의 규모로 치사율을 계산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 5월 25일 현재, 2명의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불운하게도 두 사람 모두 사망한 이후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5월 23일 기준으로 7명의 의심환자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6-7 명씩 의심 환자가 신고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확진 환자는 2명 입니다. 이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대응?
지난 5월 14일, 보건당국은 제주도에서 '국내 첫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 의심 환자'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지난 16일, 이 의심 환자가 사망했고, 아직 정확한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닷새 뒤인 5월 21일, ‘국내 첫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 사망 확진 환자’ 발표를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5월 16일에 사망한 제주도 환자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전혀 언급이 없던 다른 병원 환자였는데, 그것도 지난해 2012년, 8월 8일 이 다른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나흘 후인 8월 12일에 사망한 9개월 전의 환자였습니다. 첫 의심환자가 사망했는데, 첫 사망 확진 환자는 그 환자가 아니라 무려 9개월 전에 이미 사망한 환자였던 겁니다. 해당 병원에서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을 의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 해당 병원에는 다른 환자들로 너무 분비고 있었고, 원인을 모른 채 사망하는 환자는 드물지 않은 일이니까요.
우리의 질병관리본부 더 커져야 한다.
만약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어땠을까요? 미국 질병 통제 예방센터(CDC)는 바로 역학조사팀을 꾸리고, 작은소참진드기 생태와 범위 그리고 피할 수 있는 여러 주의 사항들이 며칠 내에 공지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병원에 관련 환자가 있을 경우 즉시 보고하라는 공지가 내려졌을 겁니다. 미국 CDC는 최고의 권위와 전문성을 갖추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향상에 이바지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구성원이 갖춘 전문성은 미국 CDC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제가 5년 동안 기자 생활하면서 접촉해 보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권위는 미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습니다. 저는 그게 규모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CDC의 직원은 15,000명입니다. 80% 이상이 이공계 석사 과정을 이수했고, 의사도 3,000명이 넘습니다. 예산은 연간 9조원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기준으로 617 명입니다. 미국의 1/20도 채 안됩니다. 그것도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원, 국립검역소 직원을 모두 포함한 숫잡니다. 물론 미국인구는 우리나라보다 6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질병 개수는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보건 당국이 이번에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에 대해 나름 최선을 다해 대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 때문에 피해 확산을 막은 것도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런 유사사건이 있었을 대 미국 CDC가 대응해왔던 모습을 떠올리면 조금은 비교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가 더 커지고, 더 권위있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본격적인 야외활동 철, 어떻게 주의해야 하나?
아직 치료약이나 예방약은 없습니다. 그래서 최선이 안 물리는 겁니다. 그러려면 긴 소매옷을 입고, 진드기 기피제를 미리 뿌려 두는 게 좋습니다. 치료약은 없지만 병원에 빨리 도착해서 수액이나 적절한 약제의 도움을 받으면 결과가 훨씬 좋습니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특징적인 증세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감기보다 열이 굉장히 심하고, 또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잘 안 떨어집니다. 근육통이 심하면서, 구토와 설사를 같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땐 단순 감기나 배탈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바로 병원을 가는 게 좋습니다. 특히 야외 활동 후라면 더 그렇습니다.
‘사람간 전염이 되느냐’ 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니까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과 접촉하면 이론적으로는 전염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람간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사람 간 전파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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