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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친노' 봉하에 총집결…재편 통해 부활 모색

정치 굴곡史..차기 친노의 얼굴은?

[취재파일] '친노' 봉하에 총집결…재편 통해 부활 모색
지난 23일 김해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노란 물결로 뒤덮였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여든 여야정 인사들과 시민들이 햇볕을 가리기 위한 모자와 천막, 그리고 현수막까지 모두 노란색이었습니다. 꼭 4년 전 노 전 대통령의 발인 때 추모객들이 하늘에 날렸던 종이 비행기가 노란색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색깔이 노란색이었고, 노란색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으로 통했습니다.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함께 시민 5천여명과 함께 했습니다. 여야정 인사들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서울광장 추모문화제에서 봉변을 당한 김한길 대표, 그리고 전병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50여명이 왔고요.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등 광역 자치단체장도 보였습니다. 여권에서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여당 지도부가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3년 전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참석한 이후 처음입니다.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친노 인사들이었습니다. 문재인 의원과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그리고 얼마 전 민주당을 탈당한 문성근 전 대표 권한 대행도 눈에 띠었습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전날 유족과 함께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친노 진영이 사실상 총집결한 셈입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패배, 그리고 5.4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내 준 뒤 사실상 첫 공식 행보라고 하겠습니다.

친노만큼 대한민국 정치사상 정치적 굴곡이 많은 세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친노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과 함께 등장합니다. 불과 5년 뒤인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서 정권을 내 주면서 대선 패배 책임의 쏟아지는 화살을 맞고 폐족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등 대표적인 '노무현의 사람'들이 정치 전면에서 물러 났습니다. 친노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10년 6.2 지방선거 때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안희정 후보와 이광재 후보가 충남과 강원에서 각각 도지사로 당선됐고, 노무현 정부때 행자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후보는 경남 지사에 당선됐습니다. 참여정부 총리를 역임한 한명숙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0.6%p 차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결론은 친노의 화려한 부활이었습니다.

노무현 4주기


친노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한 단계 도약을 합니다. 2011년 12월 민주당과 시민사회 세력, 한국노총이  결합한 민주통합당이 출범합니다. 이해찬 전 총리가 전면에 다시 나섰고, 문재인 의원과 문성근 전 권한 대행도 이 때 정치권에 입문합니다. 친노 그룹은 이듬해 2012년 1월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 지도부 전면에 등장합니다. 한명숙 후보가 대표로 선출되고, 한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문성근 후보가 최고위원에 당선됩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제 1야당의 당권을 거머쥔 겁니다. 그러나 총선에 패배하고 한명숙 대표가 사퇴하면서 위기를 맞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문성근 대행 체제를 거쳐 6월 임시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후보가 김한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당권을 유지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가 됐고요. 그야말로 승승장구였습니다. 그러나 대선에서 패배한 뒤 책임론이 제기됐고, 계파 정치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결국 당권을 내줬습니다.

친노 그룹은 여전히 당내에서는 최대 계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림잡아서 친노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이 40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친노 진영에서조차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했다고 해서, 참여정부 때 관료를 지냈다고 해서 서로 뭉친 사람들이 친노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적 네트워크가 아닌 가치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 즉 '사람사는 세상'과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노무현 정신'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친노라는 설명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절친인 문재인 의원은 추도식 전에 기자들과 만나 친노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친노라는 의미가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데 노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지지하고 함께 하는 분들이 친노"라고 말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시간이 흘러 대부분 자연스럽게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듯이 지금의 친노도 자연스럽게 2선으로 후퇴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친노 진영이 추구하겠다는 '친노 간판'을 내린 가치 중심의 '새로운 친노'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친노라고 불리지 않았던 정치인들이 기존의 친노 세력과 결합할 수도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로운 친노가 될 수도 있고, 송영길 인천시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친노의 재편 과정에서 구심점 역할은 현재로선 문재인 의원이나 안희정 충남지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친노가 부활할 지, 그 시험대는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성공할 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폐쇄성과 배타성으로 인한 지지 세력 확장에 한계라는 지적을 받아 온 친노 세력이 이 약점을 극복하고 진정 가치를 중심으로 결합할 때에 또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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