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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빈볼 사태, 두산이 잘못했다

[취재파일] 빈볼 사태, 두산이 잘못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언짢은 일은 경기에서 지고 매너도 나빴다는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21일 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국내 프로야구에서 이런 일이 비슷한 시각에 벌어졌습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의 베이징 궈안은 FC서울에 1-3로 역전패했습니다. 서울 구단은 베이징 궈안팀이 16강 2차전을 마치고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라커룸 기물을 다수 파손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정 클럽 라커룸을 알리는 표지판이 훼손됐고 전술 지시 때 쓰는 화이트보드도 부서졌습니다. 라커룸 출입문도 일부 파손됐고, 특히 합판으로 만들어진 문에는 축구화 발길질 자국도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서울 구단은 베이징 선수들이 패배로 인한 울분을 참지 못해 기물을 파손한 것으로 보고 변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궈안은 한마디로 경기에서도 지고 끝난 뒤에도 추태를 부려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이보다 약 1시간 앞서 잠실구장에서는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빈볼 사태로 얼룩졌습니다. 넥센이 12-4로 8점 앞선 5회초 원아웃 1, 2루에서 2루 주자인 넥센의 강정호가 3루 도루에 성공합니다. 점수차가 많이 있을 경우에는 리드하고 있는 팀이 도루나 번트를 하지 않는 것이 야구의 불문율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산 선수들은 넥센이 이런 불문율을 깼다고 판단하고 바로 보복에 나섰습니다. 구원투수 윤명준이 넥센 유한준의 몸을 맞힌데 이어 다음 타자 김민성에게는 머리 쪽으로 향하는 빈볼을 던졌습니다. 넥센과 두산의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이른바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습니다. 주심은 윤명준이 보복성 빈볼을 던졌다며 퇴장을 선언했습니다.
두산 넥센 벤클 1
 
 스포츠의 본질은 승부를 가리는 것입니다. 프로스포츠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승리를 거두기 위해 팀과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5회초에 8점 앞서 있으면 도루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물론 없고 설사 일부 선수들이 그런 불문율을 믿고 있다 하더라고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만약 넥센이 불문율을 지키기 위해 5회 이후부터 도루와 번트를 1개도 하지 않고 이후 추가 득점도 하지 못했다고 가정합시다. 이런 상황에서 9개 구단 가운데 팀타율 1위인 두산이 막강한 화력으로 9점을 뽑아 13-12로 역전승한다고 할 때 넥센의 패배를 누가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넥센이 도루와 번트를 하지 않으면 두산이 역전승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실제 이런 상황은 이미 10여 일 전에 두산이 겪은 바 입니다. 어버이날인 지난 8일 SK는 두산에 4회까지 1-11,  무려 10점 뒤져 있다가 기적같은 대역전승을 이끌어냈습니다. 두산 김진욱 감독으로서는 아마 "한 점이라도 더 벌여놓아야 하는데…"라며 뒤늦게 후회했을 것입니다. 선수는 매 순간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그리고 1초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스포츠의 최대 매력입니다. 강정호의 도루가 밉다면 그 막강한 타력으로 역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두산의 대량실점은 선발과 불펜진이 모두 무너진 두산 투수진 내부의 문제입니다. 5회초까지 8점이나 뒤진 것은 두산의 책임입니다. 누구를 탓할 계제가 아닙니다.

 야구가 상대 타자의 머리를 맞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시속 140킬로미터 넘는 볼이 머리를 강타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상대가 도루를 했다고 해서 두 타자를 상대로 연속으로 몸에 맞는 볼을 던진 것은 분명히 두산의 잘못입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부자도, 형제도, 자매도, 사제지간도 없습니다. 테니스 여제인 윌리엄스 자매의 맞대결은 다른 경기보다 더 치열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입니다. 두산 구단은 '불문율'을 주장하며 보복성 플레이를 하기에 앞서 정정당당한 승리를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야구팬들이 그런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늘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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