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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가 왕따라는 뜻?…역사 교육 부실

<앵커>

5·18이 폭동이었다는 망언과 유언비어가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안타깝다 못해서 공분을 자아내는 이런 병리 현상이 왜 커지는 걸까요? 망언을 견제할 제대로 된 역사인식과 교육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5·18 주화 운동의 비극을 기록한 사진입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선 이 사진 밑에 희생자를 택배에 비유하며 조롱하는 글을 달았습니다.

고려대 학생회가 개최한 5·18사진전에선 사진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동춘/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 광기죠. 광기. 일반사람들의 이성적이고 합리적 인 양심이 견제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혼자 떠들다가 마는 거지만,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사회가 위험해지는 거죠.]

이 합리적 양심을 키워주는 것이 역사교육인데, 현실은 너무 부실합니다.

[고등학생 : ('민주화'가 뭔지 얘기해 줄 수 있어요?) 민주화요? 그게 뭐야?]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안 좋은 거.]

중고생도, 대학생도, 민주화의 참의미와 가치까지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단 겁니다.

[대학생 : (자세한 현대사를)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았고요. (자료를 어디에서 찾아보세요?) 인터넷으로 본 다음에 (주위에서 찾죠.)]

인터넷에는 이미 5·18이 폭동이었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넘쳐나고, 일부 종편은 5·18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방송하는 지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학생까지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 (5·18배웠어요?) 지하철 갔더니 5·18 포스터 붙여놨더라고요. 뭘 그런 걸 붙여. 뭘 자랑이라고 붙여놨나.]

[고등학교 2학년 : 5·18 빨갱이들 처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광주 폭동.]

20대 아이돌 가수는 방송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를 이렇게 사용했습니다.

[전효성/그룹 '시크릿' 멤버 :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 시키지 않아요.]

개성을 억압하거나 왕따시킨다란 나쁜 뜻의 은어로 '민주화'라는 단어를 쓴 겁니다.

[청소년 네티즌 : 진보 계열의 상징인 '민주화'를 반대 뜻으로 쓰는 거죠.]

중·고등학교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포함한 현대사를 교과서 맨 뒤, 아주 짧은 분량으로만 다루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역사교육이 부실한데, 이 부분은 안 배우고 그냥 넘어가기 일쑤입니다.

[고등학생 : 근현대사가 시험 범위 뒤에요. 그래서 잘 안 배워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 내용이 바뀌고, 정치권이 좌우 이념을 교육에 들이미는 것도 교사 입장에선 부담입니다.

오늘은 5월 18일입니다.

5·18 33주년을 맞았지만 이 땅의 민주화와 올바른 역사교육은 아직 갈 길이 먼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박현철, 영상편집 : 위원양,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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