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운이 끼었다며 여의사를 상대로 '굿 사기'를 벌인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죗값을 치르게 됐다.
2010년 7월께 여러 사업을 벌이다 빈털터리가 된 무속인 김모(54·여)씨는 속칭 '굿 사기'에 나섰다.
점을 보러오는 손님의 불안감을 악용, 액인이 끼었다고 속여 고액의 기도제를 하도록 현혹했다.
김씨의 레이더망에 걸린 피해자는 여의사 A(34)씨.
김씨는 "가족에게 큰 병이 올 것"이라거나 "남편과 사이가 나빠질 형상"이라며 A씨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리고는 기도를 올리면 액운을 말끔히 씻을 수 있다며 2천만원을 요구했다.
A씨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망설이자 기도 효과가 없으면 돈을 돌려주겠다며 안심시켰다.
김씨는 또 높은 이율의 이자를 쳐주겠다며 A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빌리기도 했다.
김씨에게 속은 A씨는 불과 5개월 새 16차례에 걸쳐 2억9천800여만원에 달하는 돈을 건넸다.
A씨의 독촉에 김씨는 2억2천여만원은 갚았지만 나머지 7천800여만원은 끝내 되돌려 주지 않았다.
김씨는 가로챈 돈으로 사채를 갚거나 명품을 구입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해왔다.
1심 재판부는 이런 혐의(사기)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김씨의 점괘가 거짓이라 속단할 수 없고, 빌린 돈도 상당 금액을 갚은 만큼 단순한 채무 불이행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인 A씨의 사회적 지위와 경험, 교육 정도를 고려하면 당시 집안에 우환이 있었다 하더라도 거짓말에 현혹돼 단기간 내에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12일 김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미신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 가로챈 돈을 사치스러운 생활에 쓰고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심신이 힘든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득실을 따져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의사라는 직업에 거는 기대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청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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