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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한길호' 안철수 풍랑 넘을까?

10월 재보선서 '격돌'? 아니면 '연대'?

[취재파일] '김한길호' 안철수 풍랑 넘을까?
지난 4일 민주당 새 대표에 김한길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비주류 좌장으로 불려온 김한길 후보가 재수 끝에 2년 간 당을 이끌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지난 해 한명숙 대표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치러진 당 대표 경선에서 친노 주류 측이었던 이해찬 대표에게 접전 끝에 고배를 마신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친노 주류 측 후보인 이용섭 후보와 양자대결을 펼쳤는데요. 예상보다 큰 표차로 낙승했습니다. 총 득표율을 비교하면, 김 후보가 61.72%, 이 후보가 38.28%였습니다.

후보자 대의원 권리당원 일반당원.시민여론조사 총 득표율
김한길 57.41% 63.65% 69.58% 61.72%
이용섭 42.59% 36.35% 30.42% 38.28%


이렇듯 20%p가 넘는 큰 표차로 당선된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친노 책임론'을 들 수 있습니다. 총선과 대선에서 당권을 잡은 친노가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비주류에게 당을 맡겨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된 결과입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심지어 친노 진영 의원의 보좌관도 김한길 후보를 선택한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일단은 권한을 넘겨 주고 잘 못하면 다시 일합을 겨루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김한길 신임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재건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새로운 민주당', '더 큰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3대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서 '당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밝혔습니다.  김 대표가 내건 혁신 과제는 상향식 공천제도 정착 등 정당 민주주의 실천, 정책정당 면모 강화, 외부 인사 발굴과 대탕평 인사입니다. 김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혁신은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지만, 우리 모두는 기꺼이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고강도 쇄신 작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겁니다. 그러나 당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당내의 동력 확보가 절실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친노 주류 (이제는 구주류라고 해야겠죠)가 지도부에서는 물러 났지만, 여전히 민주당 의원의 절반은 차지할 정도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당의 통합'입니다. 김한길 대표가 계파주의를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유물로 간주했지만, 통합을 위해선 친노 세력을 아우르고 함께 가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당 대표 경선이 비주류 대 친노 후보 대결 구도로 치러진 만큼 어느 정도 후유증이 예상됩니다. 혁신을, 그것도 고강도 혁신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 통합을 해야 하는 과제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단행할 지명직 최고위원과 당직 인선을 지켜 봐야 하겠고요. 그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도 나올 것입니다. 

김 대표에게는 당내 과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큰 도전과 과제는 오히려 당 밖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24 재보궐 선거를 통해 여의도 정치에 입성한 안철수 의원의 존재입니다. 김 대표는 안 후보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해 대표 경선에서 김 대표가 당선됐더라면 야권의 대선 지형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민주당 대표 선거 초반 '김한길 후보가 대표가 되면, 안철수 의원에게 민주당을 통째로 넘길 것'이라는 악성 루머가 나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엄연한 제1 야당의 대표입니다. 김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만약 야권 재편의 상황이 온다면 민주당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대표가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을 '경쟁적 동지관계'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 대표는 "중요한 것은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이다. 민주당이 제대로 혁신을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안철수 지지층도 민주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안 의원의 선택지도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민주당 입당을 기대한다는 말입니다.

민주당
문제는 민주당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당장 1차 분수령은 10월 재보선입니다. 법원 확정 판결이 나와 봐야 알 수 있겠지만요,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구가 많게는 10곳에 이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도 재보선 지역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 측은 10월 재보선에 자기 진영 인사들을 출마시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벌써부터 어느 인사를 어느 곳에 출마시킬 지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한길 대표는 당선 당일 SBS와의 앵커 대담에서 '안철수 의원 진영이 10월 재보선에  독자 후보를 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단히 서로를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철수 의원이 새 정치를 추구하면서 생각하는 고민이 민주당과 유사하다면, 그 고민을 공유하고 충분히 의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 가서 상황을 지켜 봐야 하겠지만, 연대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그리고 지난 대선 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듭하면서 유권자에게 연대와 단일화에 대한 피로감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또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이 연대를 제안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서로 연대를 하면 각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요. 기존 정당과 차별화를 내 건 '안철수식 새 정치'의 명분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쨌든, 이제 막 출범한 '김한길호'가 어떻게 '안철수 풍랑'을 넘어 순항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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