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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요한 건 CCTV가 아니라 사람이야

[취재파일] 중요한 건 CCTV가 아니라 사람이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우리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지난 1년 간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전국에 초중고등학생이 어림잡아 700만 명 정도 되니까 70만 명은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얘기입니다.

끔찍한 일입니다. 실태 조사 결과 중에는 자살에 관한 내용도 있는데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10명 중 4~5명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학생이 1년 전 조사 때는 30%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45%에 육박할 만큼 늘었습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동시에 복수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학교폭력 피해 학생 10명 중 7명은 복수충동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복수를 생각한다는 학생도 20%나 됐습니다.

학교폭력을 막겠다고 숱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학교폭력이 정부 대책과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은 대부분 교사가 없는 쉬는시간, CCTV가 비추지 않는 교실이나 복도에서 발생합니다.

학교폭력의 유일한 목격자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같은 반, 같은 학교 친구들입니다.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없으면 폭력은 덮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학생들이 폭력을 묵인한다는 사실입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학생은 절반 정도 되지만, 이 중에 45%는 피해 사실을 보고도 모른 척 한다고 합니다. 같이 피해를 당할까봐, 보복이 두려워서 폭력을 모른 척 못본 척 방관하고 방치합니다.

해결책은 없을까요?

올해 초 학교 CCTV 화질이 문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CCTV 화질이 너무 떨어져서 식별이 안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화질을 높이자는 대책이 나왔습니다. CCTV 화질을 높이면 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CCTV가 빤히 녹화되고 있는걸 아는데 그 앞에서 대놓고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은 없습니다. CCTV는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나마 없는 것 보다는 있는게 낫습니다. 그런데 관리가 안되면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효과는 빵점입니다. 현재 학교 내 CCTV를 체계적으로 모니터하는 지자체가 60곳 정도 됩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CCTV 통합관제센터에 학교 CCTV를 연결해 관리하는 방식인데, 전문 요원이 투입돼 24시간 모니터하고 학교폭력 징후가 포착되면 학교와 경찰에 통보합니다.

하지만 모니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10명 안팎의 모니터 요원들이 보통 3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하는데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CCTV가 70~80대에 달합니다. 이 많은 걸 8시간 동안 앉아서 줄곧 들여다봐야 합니다. 눈이 침침하고 목이 뻐근한 건 물론이고, 이렇게 해서 모니터가 얼마나 잘 될지도 의문입니다.

해법은 사람입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친구의 폭력을 방관하는 학생들이 변해야 합니다. 방관자인 주변 친구들을 피해학생의 조력자와 적극적인 신고자로 변신시키는 것. 신고자가 보복을 걱정하지 않도록 학교는 이 학생들을 확실하게 보호해줘야 합니다.

가해학생들을 변화시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가해학생들을 만나보면 친구를 때리고 돈을 빼앗고도 뭐가 잘못됐는지 모릅니다. 그저 장난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반응이 재미있어서, 다른 친구들도 하니까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가해자가 됩니다. 가해학생들이 폭력을 잘못이라고 인식하도록 정교하고 철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나 더, 폭력 위기학생들의 학업과 인성 진로까지 학교생활 전반을 관리해주는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돼야 합니다. 올 들어 예산문제로 전문상담교사 천 여명이 한꺼번에 해고됐는데, 화질 좋은 CCTV나 장비에 투자하는 것보다 사람에 투자하는게 먼저가 돼야 합니다. 학교폭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사람에 대한 투자가 희망이자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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