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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진숙 장관의 변신은 무죄?

[취재파일] 윤진숙 장관의 변신은 무죄?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바뀌었다. 외모 뿐 아니라 말투도 지난 2일 인사청문회 때 보여준 모습과는 매우 달라졌다. 20여일 동안 윤 장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윤 장관은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특유의 '낙천적 모르쇠' 답변으로 여야 국회의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국회의사정보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상황이고 인사청문회를 하는 자리가 분명했음에도당시 윤 장관 내정자는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돼~'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모르겠다면서 크게 웃어 넘기기도 했다.

극심한 자질논란이 일자 윤 장관 내정자는 7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경험해보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집중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당혹스러운 나머지 알고 있는 내용조차도 충실한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고 입장 자료를 배포했다. 그렇지만 윤 내정자를 지지하는 여론은 좀처럼 형성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했다고 하면 정상적으로 있어야 하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해 여야 농해수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모였지만 야당의 채택 거부로 허사가 됐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윤진숙 장관 내정자가 임명되면 '식물장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부처 내부에서 신망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 였다. 윤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처구니가 없다, 식물장관이 될리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연일 인터넷과 방송뉴스와 신문지면을 덮는 '윤진숙'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윤 장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청문회가 치러진지 보름만이었던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적 우려를 무릅쓰고 윤 장관을 임명했다. 닷새전 박 대통령은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면서 인사 문제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윤진숙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지켜보고 도와달라"고 당부한 뒤였다.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도 윤 장관은 대통령에게 "염려를 끼치지 않겠다"고 재차 다짐해야했다. 그런데 이 날 부터 윤 장관은 변했다.

눈에 띄게 붉은 입술로 호탕하게 웃었던 인사청문회때와 달리, 은은한 화장에 절제된 디자인의 정장을 입었다. 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졌다. '이제 좀 장관 같다'는 거였다. 누군가가 윤 장관에게 '외모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모양이었다. 좋게 말하면 '외모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 나쁘게 말하면 '외모로 자신을 포장하는 법'을 알려준 게 틀림없었다.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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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장관 임명 추진 과정에서 씁쓸한 일들은 또 있었다. 여당에서 윤 장관 임명을 지원하려는 인사들은 요상한 논리를 펴곤 했다. 요약하면 '불쌍하니까 임명해주자'는 논리였다. 농해수위에서 모 새누리당 의원은 "다른 여자들 처럼 부동산이나 재산에 관심도 없이,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일해온 사람"이라며 임명을 지지해주자고 설득했다. 이 무슨 소리인지. 어떤 이는 '재산이 1억5천밖에 없는 사람이다. 임명해주자'고 하는 가 하면, 윤 장관 내정자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방대 무시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이해하기도 했다.

이런 여권의 윤 장관 임명을 위한 논리들이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는 데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윤 장관은 임명 뒤 청와대 해양수산부 업무 보고에서 적극적으로 부처의 사업을 설명해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 등 참석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진짜 평가는 국회에서 이뤄진다.  해양수산부를 담당하고 있는 국회 농해수위에 업무보고를 해야하고 25일부터 열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도 출석해 국민들을 대신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해야 한다. 국민들이 생중계를 통해 윤 장관의 업무 능력과 자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 업무보고는 무산됐다. 민주당이 임명 철회를 요구했으나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으로 부터 업부 보고를 받을 수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어 태안유류피해 특별법 개정안 심사를 하는 법사위 전체회의에도 윤 장관은 출석했어야 하지만 나오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야 의원들이 전달한 우려를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한 민주당의 항의 그 자체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으로서 해야할 의무이자 권리인 국회 출석과 답변을 하지 못하게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기대 이하의 방법이다. 그런다고 해서 장관임명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감정 싸움으로만 비쳐진다. 청문회 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관찰하게 된 윤 장관 성격상 그런 엄포에 기가 죽을 사람도 아니다. 박 대통령도 물론이다.

윤진숙 장관이 본인의 해명대로 더이상 당혹스러워하지 않고, 제대로 국회에서 답변하고 해수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스스로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으로선 가꾸고 다듬은 윤 장관의 외모만 보일 뿐이다. 본연의 실력을 바탕으로 외모 변신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장관상에 부합하는 노력을 해준 것이라야 윤 장관의 변신도 '무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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