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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헌법 26년 만에 손질 시동…제7공화국 여나?

수차례 개헌 시도…이해관계에 따라 무산

[취재파일] 헌법 26년 만에 손질 시동…제7공화국 여나?
 여야가 지난 12일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 기구를 구성하기로 전격 합의했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여야 6인 협의체'에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먼저 제안하고,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수용한 겁니다. 물론 박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임시국회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제껏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 논의 기구가 구성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양당 원내대표들은 개헌 논의 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통치.권력 구조 개편 같은 개헌의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87년 마지막으로 헌법이 개정된 이후 26년이 지났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할 때가 됐다는 거죠. 두번째는 개헌 논의가 산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면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방지하고 총의를 효율적으로 모아보자는 겁니다. 지난 18대 국회때도 개헌 주장이 곳곳에서 분출됐지만, 국회의장 산하에 헌법연구 자문위원회가 설치됐을 뿐 공식 기구가 없었고, 여야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서 번번이 소멸됐습니다.

 개헌이 이뤄질 지 전망은 조금 뒤로 미루고, 먼저 그동안 이뤄진 헌법 개정 내용과 그동안의 논의 과정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헌법은 초등학교 사회 과목에서 한 국가의 최고법이라고 배운 기억이 나실 겁니다. 조금 더 풀어 보자면, 헌법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입니다. 그런데, 보통 헌법 개정이라고 하면, 통치 조직, 그러니까 대통령제인지, 의원 내각제인지 같은 권력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초점을 맞춰 보게 되죠.

 대한민국 헌법은 현재까지 모두 9차례 개정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서 해방된 지 3년만인 1948년 7월 17일 건국 헌법이 제정.공포 됐습니다. 대통령제와 국회 단원제가 핵심이었죠. 이때는 대통령을 국민이 뽑지 않고 국회에서 뽑게 돼 있었죠. 1차 개정은 대통령 직선제와 국회 양원제 도입이었습니다.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이 일어난 뒤 헌법이 다시 바뀌게 됩니다. 이것이 3차 헌법 개정입니다. 권력 구조가 대통령제에서 의원 내각제로 바뀌게 됩니다. 장면 국무총리 정권의 제 2공화국이 탄생한 것이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5차 개정입니다. 이후 5.16 쿠데타가 일어난 뒤 1962년 헌법 개정은 3공화국의 출범을 낳습니다. 대통령제와 국회 단원제로의 환원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대통령에게 3선까지 허용하는 '3선 개헌'은 6차 개정 때의 일이고요. 1972년 이뤄진 '유신헌법'은 7차 개정 헌법을 말합니다. 대통령 7년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1980년 8차 개정에 이어 대통령을 다시 국민 손으로 뽑는 대통령 직선제, 5년 단임제가 9차 개헌때 도입됐습니다. 1987년 9차 개헌은 여야 합의를 통한 최초의 개헌이라는 점과 15년 만에 대통령 직선제로 환원됐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신설된 시기도 바로 이 때군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겠네요. '그럼, 지금은 몇 공화국이지?' 라는 거죠. 지금까지 개헌은 모두 9차례 이뤄졌지만, 공화국은 헌법 개정 회수와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는 6공화국 체젭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6공화국 첫 대통령이고요.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6번째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6공화국 6기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화국을 구분하는 기준이 '통치구조의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상황이 크게 바뀌어서 헌법 상 권력 구조도 크게 변화해야 새로운 공화국으로 간주한다는 겁니다.

 그럼, 과연 이번에 10차 개헌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아직 국회에서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여야 합의가 없으면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2/3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의원 2백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개헌이 가능한 구조이죠.  국회 의석 구조는 현재 새누리당이 152명, 민주통합당이 127명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87년 이후 개헌 논의는 수차례 있었지만,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을 만큼 어렵습니다.

 87년 개헌을 손보자는 논의는 DJP 연합 때도 있었습니다. 당시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손을 잡았죠. 대통령 후보는 김대중 총재가, 초대 국무총리는 김종필 총재로 하고 16대 국회에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도 개헌론은 불이 붙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월 대국민담화를 통해서 '원 포인트'개헌을 제안했습니다. 대통령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많지 않다며 그 주기를 맞추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선거 비용을 줄이고 정치적 갈등도 줄이자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야는 다음 국회인 18대 국회 초반에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18대 국회 들어서도 여러 차례 개헌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현 권력 구조인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고치기 위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초점이 맞춰 졌습니다. '이원 집정부제'와 함께 미국처럼 정.부통령제를 도입하는 '4년 중심 대통령제'가 제시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개헌을 언급했지만, 6.2 지방선거와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 다른 현안에 밀려서 다시 수면 밑으로 내려 갔습니다. 다시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이 '개헌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친이계를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의견 조율이 안되면서 무산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요. 이른바, 친박계가 반대하면서 개헌론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개헌은 이처럼 어렵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현재의 정치적 상황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조금은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차기 대권 주자들이 가시화되고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에 개헌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시간도 여유가 있고요. 더욱이 뚜렷한 차기 대선 주자가 등장하지 않은 환경은 개헌 논의의 적기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우선은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 기구가 출범한 뒤 여야 논의 상황을 지켜 봐야 관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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