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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국인학교 이대로는 안된다

[취재파일] 외국인학교 이대로는 안된다
국내 외국인학교에 자격도 안되면서 입학한 163명이 서울시교육청에 적발됐습니다. 모두 해외 거주 기간이 3년이 안되거나 외국인의 자녀가 아닌 자격미달 학생들입니다. 지난해 인천지방검찰청에서 부정 입학을 저지른 외국인학교 학부모 48명을 기소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부정 입학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자격 없는 학생들을 받아준 외국인학교는 모두 8곳인데 영미계가 4곳, 유럽계 2곳, 화교학교 2곳입니다. 이중에 유럽계에 속하는 불어권 외국인학교 한 곳은 전교생 211명 중에 91명이 부정 입학자로 나타났습니다. 또다른 화교학교 한 곳도 부정 입학자가 48명이나 됐습니다. 

외국인학교들이 자격미달 학생들을 받아준 이유를 들어보면 참 황당합니다. 입학서류를 꼼꼼히 확인하는 우리와 본국의 문화가 다르고 한국의 입학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데, 고의는 아니고 행정상 실수였다는 게 교육청이 밝힌 이유입니다.

부정을 저지른 학교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부정 입학자를 제적하거나 전학시켜야 하는데 애초에 자격이 안되는 학생들을 받았다가 규정에 따라 내보내는 거니까 당연한 수순이죠. 이건 처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학교는 더이상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물론 학생들을 내보내면 당장은 일부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겠지만, 학교 자체에는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몇달 적응하면 또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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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학교는 학비가 수천만 원입니다. 일반 서민 가정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학교죠. 적발된 학생들의 부모 면면을 봐도 사업가가 27명, 의사가 14명, 교수가 8명입니다. 고학력 고연봉에 배울 만큼 배운 분들이 간단한 입학 규정을 몰랐을리 없고, 학교들도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는 만큼 잘못이란 걸 알면서 입학장사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현행법상 교육당국이 외국인학교를 제재하고 감독할 권한이 거의 없다보니 결과는 이렇습니다. 적발된 학교들이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입학장사를 하지 않겠다고 지장 찍고 각서를 쓴 것도 아니고, 정원을 대폭 감축해 재정적 부담을 주거나 학교 문을 닫아버린 것도 아닙니다. 입학비리를 샅샅이 파헤치겠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아닙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 키우는 서민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점점 더 커집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간다는 것은 요즘 특목고라든지 자사고라든지 하면서 3류 고등학교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학비가 굉장히 높고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갈 수 있는 외국인학교를 실질적으로 자격조건이 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서 갈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하게 교육을 받으려고 하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상처와 상실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요즘 일반고가 위기가 이런 이야기들 많이 합니다. 일반고의 자신감을 키워주겠다고 교육당국이 온갖 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래 놓고도 정작 평범한 우리 학생들의 기를 확 죽여놓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처벌할 도리가 없다고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외국인학교의 이사장이 교장이 교감이 교사가 모두 외국인이라도 그 안에서 배우고 자라는 건 다수가 우리 학생들입니다. 그렇다면 외국인학교로서 자율성을 부여하더라도 우리의 법체계와 교육시스템 안에서 불법과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엄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이번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에서 외국인학교를 제재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반가운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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