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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원조 친박'이 '친박 싱크탱크'를 혼낸 사연은?

[취재파일] '원조 친박'이 '친박 싱크탱크'를 혼낸 사연은?
지난 달 31일 유승민 의원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를 돌렸습니다. 당과 정부, 청와대까지 고위 인사 76명이 총출동했던 당정청 회의에서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보도됐으니 억울하다는 겁니다. 콕 집어서 적어놨습니다. 유민봉 수석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관해 발표할 때 “여기에 대통령과 10년 넘게 일한 사람들이 있는데 3개월 일하고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느냐”고 말한 것은 자신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자신이 한 말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당시 보도 자료에 명시된 발언을 옮겨 봅니다.

“국정기획수석께서 국정철학과 국정과제에 관한 발제를 하는 도중에 끼어든 것은 유감이지만, 대통령이 쓰신 단어들을 모아서 국정철학이라고 하고 몇 가지 에피소드를 국정철학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 정부가 성공하려면 한 자도 못 고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합니다. 창조경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복지재원 등의 이슈에서 교조적으로 고집할 게 아니라 여건에 맞게 수정할 게 있으면 수정해서 국가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합니다. 창조경제가 뭐냐를 두고 5년을 보낼 수는 없으며, 현재의 위중한 안보위기에 대응하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고칠게 있으면 고치고, 134.5조원의 복지재원도 비현실적인 부분은 고쳐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박근혜 정부가 성공 할 수 있습니다.”

보도 자료를 통해 오히려 정확한 발언이 확인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현 시점에서 대통령이 참고할만한 적절한 충고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새누리당에서는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의원들을 찾기 힘듭니다. '원조 친박'이라는 상징성과 중량감을 갖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한 말이었기에 어쩌면 더 아프게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유승민 의원이 어제(4일) 또 한 번 쓴 소리를 내뱉었습니다. 안보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현안에 대한 답변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장관이 아니라 차관이었습니다.

백승주 차관은 최연소 국방차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국방연구원의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역임했고, 국방 분야 전문가라는 점에서는 별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부적절한 경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국방연구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경력은 당시에도 문제가 됐었나 봅니다. 국방연구원에서도 징계 위원회가 열렸고 서면 경고를 받았다고 백 차관은 답변했습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순수 연구 단체였기 때문에 서면 경고 수준에서 마무리 됐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안규백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백 차관의 이런 부적절한 경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갔습니다.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정확한 발언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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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국방위원장): 방금 안규백 의원님이 지적하신 것 중에요, 국방연구원 재직할 때 국가미래연구원으로 이름을 공개적으로 등록한 거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아닙니까?
백승주(국방차관): 국가미래연구원이 선관위가 정한 정당이라든지 정치단체로 당시에 규정돼 있지 않았습니다.

유승민(국방위원장): 방금 말씀하신 그 해석은 누가 한겁니까?
백승주(국방차관): 국방연구원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그때 판단한 것입니다.

유승민(국방위원장): 국방연구원 법에는 직원들이 국가공무원 법 7장을 따르도록 돼 있고, 국가공무원법 7장 65조에 정치활동의 금지라고 돼 있는데요, 법적으로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제가 여당 의원이지만, 저는 국책 연구소 특히 군사기밀을 다루는 연구소에 있는 분이 국가미래연구원같이 특정 예비후보를 돕는 단체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옛날에 김대중 대통령 하시는 게 하도  못마땅해서 저도 KDI에 13년 근무를 했지만, 사표를 내고 아예 한나라당에 입당을 했는데요, 국방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그게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 단체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 차관께서 차관 역할을 하시면서 정치적인 편향성을 없애야 합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인 소신과 맞는다고 하더라도, 유승민 의원의 지적대로 국책연구소 신분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만 해 보입니다. 그것은 연구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정치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조 친박이 자신이 만든 대통령을 위해 일한 친박 싱크탱크를 꾸짖은 이유가 더 크고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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