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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여름엔 야구, 겨울엔 축구 '하야동축(夏野冬蹴)'

류현진 메이저리그 첫 선발 관전기

[데스크칼럼] 여름엔 야구, 겨울엔 축구 '하야동축(夏野冬蹴)'
하야동축(夏野冬蹴)이란 말 처음 들으시죠. 제가 만든 조어입니다. 여름엔 야구보고 겨울엔 축구보며 즐기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저는 일년 중 4월초부터 6월까지가 제일 즐겁습니다. 해외야구와 축구를 함께 즐길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즐기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가 6월까지 이어지고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시즌이 4월에 개막하거든요. 특히 올해는 ‘괴물’ 류현진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진출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고, 신시내티로 이적한 추신수 선수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의 이대호선수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주중엔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중계보고 주말엔 영국 EPL과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등 거의 일주일내내 이어지는 경기중계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거든요. 유럽의 축구시즌이 끝나는 6월이후에는 야구에만 집중하다 유럽의 프로축구시즌이 시작되는 8월이후엔 또다시 야구시즌이 끝나는 10월까지 축구와 야구를 동시에 즐길수 있습니다. LA다저스의 고문이자 전설적인 감독였던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은 "야구시즌이 끝나는 날이 일년 중 가장 슬프다"고 했는데 제 심정도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크게 공감합니다.

해외 야구,축구만을 좋아하냐구요? 그렇진 않습니다. 국내리그도 열심히 봅니다만 저는 해외리그가 더욱 재미있습니다. 왜냐고요. 세계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세계 최고기량의 선수들과 겨루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하는 게 즐겁습니다. 제가 20대였던 지난 80년대엔 해외리그에 진출해 활약하는 한국선수가 드물었습니다. 물론 독일 분데스리가의 차범근 선수가 있어지만 제대로 생방송 중계를 보기가 쉽지않았죠. 그러다 90년대 초반에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부터 해외중계가 보편화됐고 저는 박찬호 선수의 경기에 매혹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선다는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낸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는 그의 표정은 정말 지금도 눈에 선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당당한 체구의 메이저리거들을 압도하는 그의 모습은 서양에 대한, 미국에 대한 우리 기성세대들의 열등감(?)을 해소해주며 대리만족을 줬죠. 박찬호 선수는 잘 나갈 때만 멋있지 않았습니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불펜으로 전락한 뒤에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일본을 거쳐 지난해 국내리그 한화를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도 힘닿는한 버티겠다며 던지고 또 던졌습니다. 억만장자가 된 그가 돈이 아쉬워서 그랬겠어요. 어떻게든 재기해보고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충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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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 박찬호의 새까만 후배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 첫 경기에 나섰습니다. 6과1/3이닝에 3실점, 1자책점, 탈삼진 5개를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습니다.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안타를 10개나 맞았지만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이 빛났습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어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80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류현진의 일견 서운한 듯한 표정이 아쉬웠지만 앞으로 큰 기대를 걸기에 충분한 투구였습니다. 다저스 스타디움에 모처럼 많이 모인 한인교포들은 파도응원으로 힘을 실어주었고 구장에 걸린 LG, HYUNDAI 등 한국기업 광고판도 보기에 흐뭇했습니다. 앞으로 거의 매주 선발로 등판하는 류현진 선수를 지켜보는 재미로 올 여름을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 류현진 뿐입니까?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는 벌써 4할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올 시즌 3할 타율, 홈런 30,타점 100개란 목표를 향한 첫 발을 내디뎠고 신시내티 레즈의 추신수 역시 순항중 아닙니까? 영국 프리미어리그도 이제 폐막을 7라운드 남겨놓고 박지성의 QPR등 하위권 잔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그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독일 함부르크의 손흥민 선수도 이제 올 시즌 9 골을 기록하며 10 골이라는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20대 청춘이던 1980년대와 비교하면 지난 30년동안 우리 스포츠는 국력신장에 걸맞게 성장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야구와 축구무대 등 거의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세계 10위권이고 문화도 ‘한류’ 라는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까?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놀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저와 함께 하야동축(夏野冬蹴)을 즐기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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