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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쉽지 않은 北-美 협상

[취재파일] 쉽지 않은 北-美 협상
  유엔의 대북제재와 북한의 반발, 정전협정 파기 위협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 양쪽에서 ‘협상’이라는 말이 실종된 것은 아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호전적 수사의 한편으로 협상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들이 북미 모두에게 관찰되고 있다.

북미, 각자 ‘협상론’ 제기 

  먼저, 협상이라는 말을 들고 나온 쪽은 북한이다. 북한은 장거리로켓 발사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87호에 반발해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2003/1/23, 北 외무성 성명)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논의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 무게중심이 있긴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방식 즉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 이뤄진다면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유엔 제재 국면이 일단락된 뒤) 다른 방향에서 협상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월 11일(현지시간)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의에 참석해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불끈 쥔 주먹을 푸는 이들에겐 손을 내민다”며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통해 진지함을 보인다면 미국은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의미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오바마 미 대통령은 3월 13일(현지시간) A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핵실험을 중단함으로써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고 미사일 실험을 끝냄으로써 시작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뜻을 밝히는 “신뢰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다시 입장을 내놓았다. 3월 16일 외무성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조선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북한)는 미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뒤집어보면 ‘미국이 대북적대 정책을 포기하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뜻으로, 미국에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 것이다. 이는 1월 23일 외무성 성명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지만, 북한이 지금 바라는 것이 ‘미국과 어떻게든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착안할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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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변화’ 요구하는 북한과 미국

  북한과 미국 공히 협상을 말하지만, 두 나라가 바라보는 협상의 방향은 확연히 다르다.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거나 적어도 그럴 의사를 밝혀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미국이 대북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 나서야 협상장에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은 북한이 변할 것을 요구하고 북한은 미국이 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협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 있다. 위기가 최고조에 달할수록 서로가 상대의 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파국을 피할 길을 찾다 보면 협상으로 급반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지금 북미가 언급하는 협상론은 서로 ‘번지수’가 다른 것이어서, 한쪽이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물론, 북미의 상이한 입장 표명이 결국은 협상으로 가기 위한 힘겨루기일 수도 있다. 북한과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데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완고해보이는 듯한 양측의 엇갈린 입장은 이번 대치국면의 타개가 상당 기간 쉽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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