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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주 486'의 이유 있는 '탈 계파' 선언

당내 계파 청산 바람 부나?

[취재파일] '민주 486'의 이유 있는 '탈 계파' 선언
 민주통합당내 486 그룹이 이른바, 탈계파를 선언했습니다. 486을 주축으로 한 국회의원 25명이 참여하는모임인 '진보행동'이 공식 해체를 선언한 것입니다. 486은 40대, 80년대 대학 학번, 60년대생을 일컫는 사회문화적 용어입니다. 원래 386에서 시작했는데, 세월이 흘러 30대가 40대가 되면서 용어도 바뀐 것이죠. 일부는 50대 초반이 됐네요. 1980년대 민주화를 위한 학생운동을 벌인 세대를 뜻합니다. '개성이 강한 자기중심적 20대'를 뜻하는 X세대 등과 함께 1990년대 중.후반 쯤에 만들어졌죠. 386이란 용어는 386 세대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이들을 지칭하는 정치 용어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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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론으로 돌아가 보죠. 왜 이들이 탈계파를 선언한 것일까요? 이들이 제시한 이유는 계파 타파를 통한 민주당의 혁신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당이 뼈를 깎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친노.주류 대 비노.비주류 진영간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5월 4일에는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당의 비전과 혁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시기에 또 다시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간 대결이 재연될 경우, 국민들의 관심은 민주당을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을 혁신해 국민 속으로 다가가야 하는데, 계파 구도가 지속되는 한 한 쪽 진영이 혁신안이라고 제시해도 그 진정성을 반대 진영이 믿어줄 리 없겠죠.

 486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우상호 의원은 지난 19일 진보행동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486이 기존 관행 혁파에 주저했으며, 주류 집단 논리를 변호하거나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반성했습니다. 486 정치인들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의 '젊은 피 수혈론'에 힘입어서 국회에 입성한 게 사실입니다. 우 의원은 또 "공동의 목표는 없이 학생운동을 했다는 인연으로 만들어진 모임은 항상력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486들은 지난 2010년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을 바꿔 보겠다며 대거 당 대표에 출마를 했었습니다. 이인영, 최재성 의원과 백원우 전 의원 등 3명이 당권 도전에 나섰는데요. 후보 난립을 우려해 백 의원이 중도에 사퇴했고, 이인영 의원만 최고위원에 당선됐습니다. 당시 486은 당시 '빅 3'로 불리던 손학규,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전 의장과 손잡지 않고 스스로 일어 서겠다며 '하청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사실상 어느 한 계파에 소속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약속을 못 지켰죠.

 이들이 말하는 '계파을 청산하지 않고 혁신할 수 없다는' 명제는 '혁신하지 않으면 계파 해체의 효과는 없다'는 명제와 결부됩니다. 우원식 의원은 "우리에게 진보 담론은 있었지만, 진보행동은 부족했다"고 지적했고요. 유은혜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라는 과제를 국민의 삶 속에서 실천을 하지 못했다"고 자성했습니다. '진보행동' 소속 상당수 의원들은 '하청 정치' 대신 '하방(下方)정치'를 내걸고 있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민원을 청취하고 해결하고,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다양한 방안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민주당이 정말 달라졌구나. 민주당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유럽식 정당 모델'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역위원회의 단일 구도를 지역위원회-직장위원회-대학생위원회 3개 경쟁 체제로 바꿔서 지역위원장의 기득권을 깨야 좋은 인재를 당에 끌어 들일 수 있다고 당 혁신안을 제시했습니다.

 '진보행동'이 모임을 해체하면서 민주당의 계파 청산 움직임은 확산되는 분위깁니다. 앞서 1월 말 비쥬류 의원들의 모임인 '쇄신모임'이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고, 지난 14일 초선의원 33명이 계파청산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당내 일각에서는 조금 미심쩍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비주류 진영 내 이런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486들이 친노.주류 쪽과 가깝다는 거죠. 비주류 진영의 한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구도가 친노.주류 대 비주류의 싸움으로 가면, 대선 패배의 책임이 큰 친노.주류가 불리하기때문에 갈등구조를 희석화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초선 의원 33명이 탈계파를 주장하면서도 특정 후보 지지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도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진보행동'이 노선과 가치, 정책으로 묶인 정파를 형성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것도 또 다른 계파를 형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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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진보행동'의 우상호 의원은 "친노라는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주장은 궁색하고, 친노에게서 당권만 획득하면 혁신이라는 논리도 빈약하다"고 친노와 비주류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또 정치 지도자라는 인물이 아니라, 같은 정책을 추구하는 사람끼리 집단을 이루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계파주의 청산이 얼마나 이뤄질 지, 또 당의 혁신은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민주당의 5월 전당대회를 보면 1차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일선에 뒤늦게나마 486들이 앞에 섰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지 486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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