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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배구 러시앤캐시 "무과장, 수고 많았네!"

[취재파일] 프로배구 러시앤캐시 "무과장, 수고 많았네!"
'무과장'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몇 년전부터 TV와 지면 광고 등에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스포츠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무대리'와는 다른 인물로 요즘 광고를 보면 중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더군요. '무과장' 광고는 현재 지상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지상파 3사에서 대부업체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는 할 수 없지만 러시앤캐시라는 이름은 지난 해부터 지상파에 심심찮게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스포츠뉴스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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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앤캐시는 지난 해 8월부터 프로배구 드림식스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아왔습니다. 1년 넘게 모기업을 찾지못해 한국배구연맹의 관리를 받던 드림식스에 1년간 17억원을 지원하고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러시앤캐시로서는 드림식스 스폰서를 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러시앤캐시가 이번 시즌 돌풍을 일으키면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인지도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직원들 사기 진작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사채업'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던 러시앤캐시가 코트 위에서만큼은 대기업 계열 금융사인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 그리고 삼성화재까지 꺾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말입니다.

다음 시즌 V리그에서는 러시앤캐시를 볼 수 없습니다. 배구단 스폰서 효과에 고무된 러시앤캐시가 아예 드림식스 구단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계획을 추진했지만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우리금융지주와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자산 규모 410조원에 달하는 국내최대금융그룹과 자산 2조원도 안되는 대부업체의 인수 경쟁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에 비유됐고,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우리금융의 승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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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인수 금액만 놓고보면 러시앤캐시도 만만치않은 베팅을 했습니다. 연맹이 공식적으로 금액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앤캐시는 인수 금액 25억원에 배구발전기금 25억원 등 총 50억원을 써냈고, 우리금융지주는 서울 연고권 20억원을 포함하고도 러시앤캐시보다 약간 적은 금액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앤캐시가 드림식스 인수 경쟁에서 패배한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부업체'라는 이미지의 한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러시앤캐시가 드림식스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할 당시부터 대부업체에 스폰서를 맡겨서야 되겠냐는 팬들의 여론이 만만치 않았고, 기존 구단들 역시 러시앤캐시를 같은 식구로 맞아들이는데에 대한 거부감이 컸습니다. (프로배구에는 유난히 금융사가 운영하는 구단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새로 참가하게 된 우리 금융까지 포함하면 12개 구단 가운데 절반을 차지합니다.)

인수 기업이 결정되자 드림식스 선수단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대기업인 우리 금융이 새 주인이 된데 대해 반기면서도 러시앤캐시의 탈락을 무척이나 아쉬워했습니다. 선수들에게는 어려울때 손을 내밀어준데 대한 고마움이 컸던 것입니다. 실제로 러시앤캐시는 이번 시즌 내내 단순히 스폰서가 아니라 모기업과 다름없을 정도로 선수단을 세심하게 챙겼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러시앤캐시가 배구계에 미친 긍정적인 역할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6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남자배구에서 드림식스가 해체될 경우 리그 운영은 파행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섰습니다. 그 결과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드림식스는 '가장 뜨거운 팀'으로 변신해 올시즌 배구 코트의 최대 화제가 됐고, 결국 새 주인도 찾게 됐습니다.  러시앤캐시는 인수 경쟁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 기회에 다시 배구계로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는 어제(12일) LIG손해보험과 시즌 마지막 경기를 이겨 올시즌을 4위로 마감했습니다. 선수들이 러시앤캐시 유니폼을 입고 치른 마지막 V리그 경기였습니다. 다음 시즌부터는 '우리카드'라는 새 이름으로 리그에 참가합니다.  어제 러시앤캐시 응원단의 플래카드에 적힌 한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러시앤캐시는 드림식스를 영원히 응원하겠습니다." 

배구 담당 기자이자 배구팬의 한 사람으로 러시앤캐시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군요. "무과장, 수고 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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