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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주당, 잇단 군부대 방문…왜?

안보가 먼저? 평화가 먼저?

[취재파일] 민주당, 잇단 군부대 방문…왜?
민주통합당 내에서 대선 패배 이후 뚜렷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확고한 안보 의지를 강조하며 연일 군 부대를 방문한 겁니다. 흔히 이를 가리켜 '안보 행보' 강화라고 부릅니다.

지난 5일 박기춘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당소속 국방위원들이 헬기를 타고 청주의 공군 제17 전투비행단을 찾았습니다. 작전 현황도 보고받고 병사들과 점심도 함께 하며 격려했습니다.

이튿날인 6일에는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가 최서북단 섬인 연평도를 찾았습니다. 추모공원을 찾아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으로 전사한 장병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민주당은 이 곳에서 비대위 회의를 열었는데요. '한반도 평화안보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해군 부대를, 4월에는 육군 전방부대를 찾는 등 매달 안보 행보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네요. 

북핵 위기 국면에 접어 들면서 최근 민주당은 당 지도부, 대변인, 원내 대변인이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쉴 새 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찾아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또 '한반도 평화안보특위'를 구성했습니다.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당내에 '한반도 평화특위'가 출범했었는데, 이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보면 될 겁니다. 소속 의원들은 물론, 전직 군 장성들까지 대거 포함시킬 예정이라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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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오늘 한반도 평화안보특위 설치를 출발점으로 철두철미한 안보 행보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민주당이 안보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북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당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겠지만요, 사실 대선 패배 이후 어느 정도 예고돼 있던 것이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NLL 논란과 제주 해군 기지 반대 당론 등으로 인한 '안보 불안 정당'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섭니다. 당내에서는 대북.안보관을 둘러싼 보수 진영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 내지 못해 대선에서 표를 빼앗겼다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문 비대위원장도 "대선에서 패배한 상당한 이유 중 하나가 안보 불안 의식이었다. 많은 국민은 민주당을
아직도 안보 불안 세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직설적으로 고백했네요.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변재일 정책위의장도 지난 주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변 의장은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 하나를 중도층 공략 실패에서 찾았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중도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도를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중도는 진보와 보수의 한 가운데 통일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에서는 진보 쪽에, 안보에서는 보수 쪽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이 살 길은 안보 면에서는 '우 클릭'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당내에서는 '안보 우클릭'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비대위가 구성하기로 의결한 '한반도 평화안보특위'의 이름은 당초 '한반도 안보평화특위'로 정하려고 했습니다.'안보'를 '평화'보다 앞에 세워 민주당의 변화를 보여 주려고 한 것이죠. 하지만 비대위 회의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고, 결국 '평화'가 '안보'보다 먼저 나오고 됐다고 하네요. 박용진 대변인도 특위 구성을 의결하기 전에 한 브리핑에서는 "기구 이름에서도 평화보다 안보가 먼저 나오는 것은 국가 철통 안보의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명칭을 변경한 이유가 궁금해서 원내 지도부인 한 의원에게 물어 봤습니다. "안보를 통해서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평화를 통해서 안보를 구축하는 것이 맞다"고요.

평화와 안보 모두 소중한 가치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어찌보면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말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 한다면 안보가 먼저 나와도 뭐가 대수이겠습니까? 안보는 신뢰에서 싹이 트는 것이라고 하죠. 신뢰를 얻기 위해선 일단 관심부터 끌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당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 뒤 발표하는 신중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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