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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법 주차 해법…주차장 축소냐 확장이냐?

[취재파일] 불법 주차 해법…주차장 축소냐 확장이냐?
광화문, 신영시장, 봉천 사거리, 남대문 시장, 청량리….

서울 시내에서 불법 주차 단속 건수가 제일 많은 곳들입니다. 공통점은 상업 밀집지역이고, 유통인구에 비해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당국이 도보 단속과 카메라 단속 차량, CCTV 등을 동원해서 입체적인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불법 주정차는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 동안 남대문 시장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카메라 단속 차량을 타고 시장을 따라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남대문로 3, 4차선엔 공영주차장과 버스 전용차로가 설치돼 있는데, 주정차 중인 화물차와 시장 방문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단속 차량 모니터에는 카메라에 찍힌 차량들의 번호판이 실시간으로 뜹니다. 1차 적발된 차량들이 5분 뒤에도 그 자리에 있으면 주차 위반으로 분류돼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제가 시장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무려 42대의 차량들이 1차 적발됐습니다. 눈치 빠른 차주들은 단속 차량이 지나가자마자 2차 적발에 안 걸리려고 차를 빼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단속 효과는 아주, 아주 잠시 뿐이었습니다. 차주들은 한 자리에서 5분 이상 있으면 안 된다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약간만 자리를 이동한 채 불법 주정차를 계속했습니다. 짐을 올리고 내리는 화물차들은 그냥 대놓고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단속이 능사는 아닙니다. 남대문 시장을 좀더 들여다보면 불법 주정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차장 부족 때문입니다. 하루 평균 40만 명이 찾는 시장은 주차장 수용 규모가 공영을 포함해 400대 분이 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반 주차장 이용요금은 대부분 10분당 1천원 꼴. 2시간을 주차한다고 하면 1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상황에서 주차장을 늘려야하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부 해법은 정반댑니다. 오히려 주차장을 줄이겠단 겁니다.

정부가 말하는 주차장 축소 논리는 이렇습니다. 주차장이 없어야 차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특히 교통 과밀 지역일수록 주차장을 없애서 주차난과 교통난을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선진국처럼 교외에 차를 세워두고 도심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얘깁니다.

이러한 주차장 축소 방침과 밀접한 사례가 바로 청계천입니다. 10년 전 청계천은 왕복 4차선 고가도로와 8차선 청계천로, 모두 12차선의 대형 도로가 깔렸던 곳이었습니다. 도로는 넓은 데도 불법 주정차는 극심했습니다.

반면 지금의 청계천은 왕복 4차선으로, 8차선이나 줄었습니다. 이른바 '도로 다이어트'를 한 겁니다. 과거에 비해 불법 주차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통행 흐름은 훨씬 좋아졌습니다. 도로가 좁아진 청계천에 차를 세울 만한 데도 없거니와 막힐 염려가 있다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정부에선 도로 다이어트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서울시는 도심 교통혼잡지역 11곳에 주차 상한구역을 설치해 주차장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지역에 있는 건물들에 대해선 다른 지역보다 주차장 설치 규모를 절반 이내로 제한하고, 공영 주차장 요금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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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이같은 주차장 축소 방침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최소한 주차 적정수요를 조사해야 하지 않았겠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주차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나 시도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이 관계자는 주차와 관련한 예산은 많지만, 수요조사를 위한 예산 책정은 번번이 밀려났다고 합니다. 주차장을 과연 얼마만큼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엄밀한 조사는 생략되고, 일단 줄여놓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심산이었던 겁니다.

또, 불법 주정차 중 상당수가 생계형 화물차량입니다.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단 지적도 있습니다. 남대문 시장 근처 공영 주차장의 경우 일반 승용차들이 점거하고 있다보니 화물차가 혜택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화물 조업용 주차 공간을 마련해서 합법 주차를 유도하는 길의 모색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차장 축소냐, 확장이냐. 햄릿의 고민처럼, 그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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