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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들은 왜 인공호흡기를 달고 떠돌아야 할까 ②

-병원 전전.. 갈 곳 없는 난치병 환자들-

전편에서 한 병원에 제대로 머물지 못하고 떠돌거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난치병 환자들, 특히 희귀 근육병 환자들의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렸는데요. 환자들이 이런 처지에 내몰리는 이유는, 한 마디로 병원 입장에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검사할 게 많거나 치료가 많이 들어가거나 해야 치료비가 계속 나오겠죠? 그런데 난치병 환자들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태 유지와 관리가 관건입니다. 그렇다 보니 역설적으로 병원에 머물면서 상태 관리가 잘 되면, 속된 말로, 입원비 밖에 나오는 게 없는 겁니다.

게다가, 별다른 치료 없이 장기입원을 허용하고 있으면, 그나마 국가에서 병원으로 지급하는 보험급여도 삭감됩니다. 본래 장기입원에 따른 급여 삭감은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나온 정책입니다. 대부분의 병에는 합리적인 제도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희귀 난치성 근육병 환자들의 특수상황에는 걸맞지 않은데, 이들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종합병원의 경우 진단과 치료가 우선이니까,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게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간 입원과 관리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병원에서도 난치성질환은 불청객입니다. 희귀 근육병 환자 보호자와 환자 소견서를 들고 여러 요양병원에 가봤더니, 심지어 소견서를 써준 종합병원과 연계된 곳도 “협력병원에서 보낸다고 모든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저희를 돌려보내더군요.

상대적으로 환영(?)받는 질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대 중증질환 중에서도 뇌혈관 질환 –이를테면 뇌졸중- 환자의 경우, 재활치료를 계속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요양병원들이 가장 반기는(?) 환자죠. 그런데 난치성 근육병은 합병증이 오기 전까진 인공호흡기와 기타 소소한 처방 외에는 뚜렷한 치료가 없으니까, “자리만 차지하는” 환자 취급 받기 십상입니다. 그렇다 보니 병원들이 난치성 환자들은 기피하거나, 입원시킬 경우 “자리값”이 나오는 1~2인 병실 등 비급여 상급병실만 된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현 구조에서 병원 탓만 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병실과 인력과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치료하면 치료한 만큼 나오는 환자들이 우선”이라는 병원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긴 어렵죠. 희귀 난치성 질환 전문병동을 지역별로 만들고, 해당 지역의 환자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 아닐까요. 실제로 일본 등은 전국 27개 국립병원에 난치성 근육병동을 따로 둬서 맞춤지원을 하고, 해당 지역의 환자들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돈이 되지 않아도” “자리만 차지해도” 마음 편하게 가서 치료받을 수 있게 말입니다. 희귀 난치성 관련 전문인력이 이런 전문병동에 모이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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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도 치매의 경우엔 몇년전부터 장기요양보험, 치매 전문병원, 데이케어센터 등의 맞춤정책들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정말 많이 개선됐죠. 병이 서서히 진행되고 아직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는데다 가족의 고통이 크다는 점에서, 치매와 난치성 근육병이 상당히 비슷한 측면이 있으니,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치매대책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 국가에서 “돈” 문제는 일정부분 담당해 주고 있습니다. 국가에 신고해 희귀 난치성 근육병 산정특례가 들어가면, 집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투병할 경우, 매달 인공호흡기 70만원, 간병인 30만원 등 1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갈 경우 병실 보험급여 등도 일반 질환보다 높은 편입니다. 문제는, 이 환자들이 병원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인공호흡기에 보험급여 지원이 되고, 8인 병실에 머물 경우 일반 질환자들보다 보험급여 지원을 많이 받는다고 해 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병원들이 난치병 환자는 안 받고, 또는 보험이 안 되는 1~2인 병실을 써야 받아주겠다, 고 하면 그만인 걸요.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맞춤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훌륭한 복지는 무턱대고 액수를 올리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정교한 정책 수립을 통한 맞춤형 복지가 아닐까, 좀더 현실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고 관찰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배분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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