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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12 영화계 이슈…A급 스타들, 떼거리로 나오는 게 유행?

[취재파일] 2012 영화계 이슈…A급 스타들, 떼거리로 나오는 게 유행?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톱스타들이 한 영화에 한꺼번에 출연하는 겁니다. 류승범, 하정우, 이병헌, 강동원, 김수현, 박해일, 브래드 피트… 이 모든 배우들이 한 영화에 나온다니! 상상만 해도 즐거운데요 ^^ 그런데 이런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요즘 영화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 바로 '톱스타 동반출연'입니다.

'베를린'(하정우, 류승범, 한석규, 전지현 등) - 1월말 개봉예정,
'신세계'(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송지효 등) - 2월 하순 개봉예정,
'관상'(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김혜수 등) - 9월 개봉예정.

어떠십니까. 올 2013년 화제작들의 출연진 면면이 정말 화려하죠. 평소 한 영화에서 한꺼번에 보기 힘든 스타들이 뭉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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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둑들'과 '범죄와의 전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최근 '타워'까지….
국내 100억원대 대작 영화들마다 소위 'A급'이라 불리는 톱스타 5~10명 이상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게 유행입니다. 단지 많이 나오는 차원이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해 서로 다른 캐릭터가 앙상블을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 일으키는 건데요,

제작비와 배우간의 주연 경쟁을 조정하느라 (예컨데, 크레딧에 누구 이름이 먼저 올라가냐 같은 민감한 문제) 톱스타들 여럿이 함께 출연하는 일이 어려웠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지 않습니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상업 영화들은 원톱, 기껏해야 투톱 시스템이었는데 말이죠.

(*항간에선 이런 영화계 '톱스타 동반 출연'을 '멀티캐스팅'이라 부르기도 하는데요, 사실 멀티캐스팅이라는 단어는 한 역을 두고 여러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뜻으로, 뮤지컬과 연극 같은 공연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죠. 특히 1년 가까이 장기 공연되는 뮤지컬에서 인기입니다. 영화계에선 톱스타 동반 출연을 일컫는 멀티캐스트가 공연계에선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으니, 이를 어쩐다... 먼저 찜하는 사람이 임자라고 일단 공연계의 뜻을 존중해 이 글에선 멀티캐스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 

근래 들어 특히 톱스타 동반출연이 선호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영화 산업이 거대해지면서 흥행이 실패할 경우 타격이 커졌기 때문이겠죠. 배우나 제작사 모두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낸 자구책이라는 겁니다. 지난 2011년, 송강호와 전도연 등 A급 중에서도 A급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의 원톱 영화들이 실패한 사례만 보더라도, 이제 국내에서 어떤 배우도 출연 자체로 흥행을 보증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완벽한 스타가 사라지면서 따라오는 필수불가결의 선택이 바로 이 톱스타들의 동반 출연인 겁니다.

뿐만 아닙니다. 다양한 캐릭터로 입체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자체의 재미도 더해지고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톱스타들이 떼거리로 출연한다는 점이 관객의 흥미를 끌면서 홍보하기 편하겠죠.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이 있으니 바로 근래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주연급 조연입니다. 조성하, 성동일, 조진웅, 김정태, 박철민, 고창석… 주연급 조연배우들은 관객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출연 영화마다 긍정적인 기능을 담당합니다. 감초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늘어날수록 더더욱 영화 안에서 한, 두 배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도 줄어드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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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요인들보다도 우선하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배우들을 골고루 배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관객 연령층의 변화에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30-40 관객층의 증가'는 영화로 하여금 겨냥해야 하는 관객 타켓팅의 범위를 넓혀야 하는 부담을 가져왔습니다. 한 영화에서 특정 세대만 타겟팅해서는 늘어난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거죠.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최고 흥행작, '도둑들'에서 임달화-김해숙 커플이 등장한 겁니다. (국경까지 초월한) 매력적인 중년 커플이 목숨을 내놓은 애틋한 로맨스를 펼치면서 김윤석,김혜수,전지현, 이정재 같은 젊은 배우들 못지 않게 화려한 존재감을 뽐냈었죠. 임-김 중년 커플에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까지 호응하면서 도둑들이 천 삼백만이라는 기록적인 숫자의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 그럼 톱스타들이 한꺼번에 나오는만큼 스타 1명당 출연료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거죠. 영화 전체로 놓고 봤을 때엔 배우 1명이 출연하는 시간이나 비중이 그만큼 줄어들 테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NO'입니다.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고 해도 어차피 영화 속 줄거리도 함께 그만큼 복잡해지고 다층화되기 때문에 영화 하나당 배우가 할애하는 시간이나 노력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고 하네요. 결국 늘어난 제작비는 온전히 제작사의 몫, 자연스럽게 손익분기점이 높아지고, 영화는 더욱 흥행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겠죠.  

전통적인 멜로나 드라마에서 벗어난 신선한 기획, 장르가 사랑받으면서 이를 표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캐릭터가 필수적인 조건이 됐습니다. 영화 한 편당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손익분기점도 높아졌고, 조금이라도 안전한 장치로서 톱스타 동반출연이 선호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2012년은 다른 어느해보다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고, 2013년 올해에도 이 현상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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