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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난방비 1천만원 쓰는 교실, 왜 이리 추울까"

[취재파일] "난방비 1천만원 쓰는 교실, 왜 이리 추울까"
가끔씩 ‘나도 방학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한 달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학은 학창시절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입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공감하지 않는 듯합니다. 주5일제 도입 이후 방학이 크게 줄어든데다, 방학특강이다 방과후수업이다 해서 방학기간에도 학교를 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희집 아이도 거의 매일 학교를 갑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취재하다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더군요. 두터운 점퍼를 입고 담요를 덮어썼지만, 여전히 춥다는 게 아이들의 얘기였습니다. 손이 곱아서 글씨쓰기가 불편하다고 인터뷰한 학생의 손을 잡아보니, 정말 얼음장처럼 차더군요. 마음이 저릿했습니다. 실제로 교실 온도를 측정해보니 11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교실에 30분 정도 서있었는데 손이 시릴 정도였습니다.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도 오전 8시부터 시작하는 겨울방학 특강이 너무나 괴롭다면서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수업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셨습니다. 교감 선생님은 햇볕이 잘 드는 남향 교실만 방학에 사용해서 그나마 나은 편이라면서 11월, 12월에는 동향 교실에 있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스템상으론 실내온도를 18-20도에 맞춰서 난방을 하는데다, 이미 한 달 난방비로 1천만 원 이상 쓰고 있어서 더 강하게 난방기를 돌릴 수도 없는 실정이라는 겁니다. 특히 올해는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돼서 동절기 난방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 컸습니다.

난방비를 한 달에 1천만 원 넘게 쓰면서 난방기를 돌리는데도 따뜻하지 않다면, 분명히 효율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해보니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구식 알루미늄 새시로 된 창틀은 물론, 벽과 바닥을 통해서 열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난방기의 온풍 배출구만 20도가 넘었을 뿐입니다. 이런 문제는 시도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 모두 모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걸 개선할 계획은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오히려 학교들이 에너지 절약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난방이나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난방비도 많이 나오고, 효과도 없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래서 학교 전기요금의 기준이 되는  ‘최대전력수요’를 억제하는 제어장치를 각 학교에 설치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단열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전기요금 줄이겠다고 ‘최대전력수요 제어장치’를 달면 어떻게 될까요? 전력부하가 걸릴 때 자동적으로 난방기 작동이 중지되니 최대전력수요치는 낮출 수 있겠지만 교실의 아이들은 벌벌 떨게 되지 않을까요? 열효율을 높이는 단열공사 대신, 1천만 원짜리 ‘최대전력수요제어장치’를 달겠다고 나서는 교육당국을 보니 입맛이 썼습니다.

리포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 역시 방과후학교 수업을 받을 때 추웠다고 말하더군요. 당장 그만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님 혹한기 극기 훈련 받는 셈 치고 계속 보내야하는 건지, 제 리포트를 보신 여러 학부모님처럼 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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