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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중 접경도시 단둥의 새해맞이

[취재파일] 북-중 접경도시 단둥의 새해맞이
서울이 근래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의 접경도시 단둥도 영하 12도의 강추위속에 2013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작년 이맘때,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접경 도시의 새해 맞이 취재차 단둥에 일주일여 머문적 있었는데, 올해도 역시 연말 연시를 단둥에서 보냈습니다.

압록강변의 칼바람은 지난 해나 올해나 똑같이 매서웠습니다. 2013년 첫 해돋이를 찍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카메라를 준비했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일출 모습은 생각보다 벅찬 감동을 느낄수 없었습니다. 첫 해돋이를 그렇게 쉽게 허락할수 없다는 듯 구름속에 가려진 해는 잠깐 잠깐씩 감칠 맛나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미속 촬영으로 해돋이 장면을 촬영했지만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장엄한 장면은 결국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대신 카메라속에는 새해 첫날부터 구름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해가 담겨있었습니다.

압록강변의 북한 식당들에는 신년을 맞아 가족 단위로 식사하러 나온 북한 사람들을 많이 볼수 있었습니다. 취재차 들어간 한 식당의 경우 무역일꾼으로 보이는 남자들 7-8명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새해 첫날부터 건배를 외치며 새해 각오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이들 테이블 옆으로는 부인으로 보이는 아낙네들이 아이들과 따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새해 첫날 떡국을 먹지만 북한 사람들은 평양 냉면과 조찰떡 등을 먹는다고 합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들의 모습과 테이블 위에 차려진 넉넉한 음식에서 배고프고 굶주린 북한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속에서 들릴듯 말듯 반복된 '김정은' 이란 이름이 그들이 강건너 사람이란걸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이들처럼 북한 동포 모두가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 정도를 담당하는 만큼 북한 무역일꾼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경제강국'사업을 강조했는데, 단둥에 나와있는 무역일꾼들도 저마다 올 한해 북-중 무역과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둘러본 압록강 너머 북녘의 신의주 땅은 강추위 탓인지 인기척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보급품으로 보이는 포대 자루를 화물차에서 내리는 사람들과 이를 배에 싣는 주민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분주하게 놀리는 그들의 손놀림에서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1월 1일부터 3일까지 중국에서는 '원단'이라고 연휴여서 단둥세관도 문을 닫았습니다. 이 때문에 해를 넘기기전에 물품을 대려는 북한 무역상들과 운송일꾼들로 단둥세관앞 도로는 12월 31일 자정까지 길게 꼬리에 꼬리를 문 화물차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통관이 끝나면 서둘러 신의주로 넘어가는 차량들로 압록강 철교도 밤새 헤드라이트 불빛이 반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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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하구의 섬인 황금평은 북-중 경협의 상징으로 유명합니다. 철조망 너머 황금평 들녘에 쌓인 눈이 황량함을 더했지만 숨 죽인듯 고요한 이곳 황금평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1년 5월 북-중간 황금평 개발 착공식 이후 이렇다할 진척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세관과 출입국사무소 건물이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우선 개발구역내 관공서 건물부터 건설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이 원하는 관광과 유통, 공장단지 등 대규모 개발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고, 실제로 그렇게 개발될지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새해부터는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 같은 걸 엿볼수 있었습니다. 황금평까지 안내했던 택시 기사말로는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는 제법 많은 공사 차량들이 황금평으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추위가 풀리는 봄쯤에는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딘 진전을 보이고 있는 황금평과는 달리 신압록강 대교는 제법 빠른 속도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압록강 가운데 튼튼히 자리 잡은 신압록강 대교의 대형 주탑은 머지 않아 북-중 관계가 더욱 단단해 질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가 들어섰고 한국에서도 박근혜 새 정부가 이제 곧 출범하게 됩니다.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중국과 한국의 기존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그러면 정책도 바뀔 여지가 그 만큼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소원해진만큼 북-중관계는 가까워지고 친밀해졌습니다. 겨우내 몰아친 칼바람 속에 잔뜩 움츠리고 꽁꽁 언 단둥과 신의주, 황금평 등지에도 곧 봄이 오겠지요. 올 봄에는 얼어붙은 남북관계도 풀리기 시작했다는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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