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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보호구역 지정해놓고 갯벌 파헤치는 인천시

GCF 유치 자랑하는 인천시의 갯벌 관리 실상

[취재파일] 보호구역 지정해놓고 갯벌 파헤치는 인천시
인천 송도 국제 신도시는 송도 갯벌을 매립해 만들었다. 지금은 원래 갯벌 2000만 평 가운데 1700만 평을 매립한 상태다. 그리고 남은 300만 평 가운데 200만 평을 추가로 매립할 예정이며, 남은 100만 평에 대해 인천시가 지난 2009년 12월 31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할 당시 인천시는 환경단체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송도 갯벌을 모두 매립해 놓고 겨우 송도 갯벌의 5%에 불과한 100만 평에 대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이 '눈가리고 아웅'이고,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생색내기 용이라는 비난이었다.

하지만 개발을 거의 마친 상황에서 그나마 남은 갯벌이라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것이야, 속내는 어떠하든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에 환경단체들은 더 이상의 반발없이 넘어갔다. 남은 습지보호구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오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최근 그나마 남은 습지보호구역에 포크레인이 등장했다. 갯벌을 파헤치고, 갯벌층 아래의 황토까지 퍼올렸다. 황토를 갯벌 위에 쌓아놓으며 갯벌 생태계를 헤치고 있었다. 원래 있던 갯벌 내 자연 물길이 매립돼 새로 갯벌을 파헤쳐 인공 수로 공사를 해야만 한 것.

그런데 이 수로 공사는 습지보호구역 지정 이전에 이미 송도 매립계획에 포함돼 있던 공사 중 하나였던 것이다. 수로를 내지 않으면 폭우에 매립지가 잠길 우려가 있어 수로를 만들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훼손할 계획이 있었으면서도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스스로 보호구역을 지정해놓고, 스스로 보호구역을 훼손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안내판까지 설치해 놓고,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잘못한 것도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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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보호구역 이전에 허가를 받았으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인공수로를 내 갯벌을 훼손할 계획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했으니 '눈가리고 아웅', '생색내기'라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꼭 맞아 떨어진 것이다.

황토는 갯벌에겐 쥐약이다. 황토가 바다에 퍼지면서 갯벌에 가라앉고, 수많은 갯벌 생물들은 황토를 마시고 죽어갈 수 있다. 갯벌 생물이 사라지면, 당연히 그것을 먹고 사는 철새들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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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갯벌 바로 옆에는 남동 유수지가 있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희귀조류인 저어새가 번식하는 곳이다. 저어새의 번식지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고, 남동 유수지는 그 중 한 곳이다. 이 저어새는 유수지에서 번식하고, 바로 옆 송도 갯벌로 날아와 먹이를 구한다. 지금은 여름철새인 저어새는 볼 수 없었지만, 가마우지와 검음머리흰죽지 수백 마리를 망원렌즈를 통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 새들이 먹을 갯벌 생물이 사라진다면 이들도 이곳을 더 이상 찾지 않을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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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평생을 조개잡이하며 살아온 할머니들 얘기를 들어보면, 하루에 10만 원 어치 이상 줄었다고 얘기한다. 수로를 내야 인간이 살아가는 건 당연하고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 맞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어색하고 정당하지도 못하다. 최근 인천시가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을 위한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했다고 떠들썩했다. 대통령까지 직접 찾아와 축하하기도 했다. 경제적 효과가 대단한 국제기구이고, 송도는 대단한 먹거리를 찾았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그런데 이것이 자연 환경에 대한 인천시의 실상이다.

GCF는 이런 상황을 알고나 있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 비용은 더 들겠지만, 수로에 대한 기본 계획을 수정하고, 남은 100만 평의 습지라도 살려야 하지 않을까. 2000만 평 가운데 1900만 평을 인간을 위해 썼다면, 나머지 100만 평은 원래 주인이었던 철새들과 갯벌 생물들을 위해 온전히 남겨두는 게 GCF 유치도시의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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