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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0년 만의 권력 교체…시진핑 시대 출범

[취재파일] 10년 만의 권력 교체…시진핑 시대 출범
중국의 권력 교체가 순조롭게 마무리됐습니다. 시진핑 부주석이 당내 권력 서열 1위인 총서기에 등극하며, 중국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했음을 전세계에 알렸습니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보다 우위로 당의 영도하에 국가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당 대표(총서기)교체는 바로 권력 교체를 뜻합니다. 이번 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는 신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중국 공산당원들의 전당대회였던 셈입니다.

프레지던트에 해당하는 국가 주석 자리는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후 주석으로부터 넘겨 받을 예정입니다. 전인대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합니다. 당 대회가 공산당원들의 행사라면 전인대는 공산당원 여부와 상관없이(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중국 인민을 대표해 선출된 사람들이 모여 국가 주석 등  최고 지도자를 뽑고 헌법과 법률 등을 제정합니다.

전인대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는 현재의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명목상 주석과 총리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4세대 지도부와 5세대 지도부가 그때까지는 '동거'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무게 중심은 당연히 시진핑과 차기 총리로 내정된 리커창 부총리에게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12월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고 내년 2월 취임 때까지 신구 정권이 동거하지만 힘은 새로 들어설 정권에 실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진핑 체제는 1세대 지도부인 마오쩌둥, 2세대인 덩샤오핑, 3세대인 장쩌민, 4세대인 후진타오에 이어 5세대 지도부입니다. 중국의 새 지도부 출범과 관련해선 워낙 많은 국내외 매체들이 의미와 배경 등등 다양한 분석 기사들을 쏟아내서 사실 보탤만한게 별로 없어 보이는데, 제가 보기에 특징이랄까 의미가 있다 싶은 것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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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진핑은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이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은 첫번째 지도자입니다. 덩샤오핑은 자신의 후임자로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차례로 낙점했습니다. 덩샤오핑은 우선 후임자가 자신의 뒤를 이어 계속해서 중국을 개혁 개방의 길로 인도하며 중국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된 상하이 출신의 장쩌민을 후계자로 삼아 계속해 경제 성장을 이끌도록 합니다.

장쩌민은 집권 10년간(1992~2002년) 덩샤오핑이 부여한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하게 되고 WTO에도 가입하게 됩니다. 덩샤오핑은 또 장쩌민의 후임자로 후진타오(집권 2002년~2012년)까지 미리 점지했는데, 그를 발탁한 이유는 균형 발전의 적임자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경제 성장을 하게되면 부작용 즉 도시와 농촌간 발전 격차, 인민들간 빈부 격차 등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할수 밖에 없다고 보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며 중국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낙후지역인 안후이성 출신의 후진타오가 적임자라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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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에겐 '성장'을 후진타오에겐 '균형과 분배'를 주문했던 겁니다. 후진타오가 주창했던 '조화로운 사회'는 빈부 격차 등 사회적 모순이 해결되는 사회를 말하는데 중국은 G2로 미국과 어깨를 견줄만큼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고 경제적으로도 세계 2위의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후진타오 집권 10년 동안 사회 양극화는 더 심해졌습니다.

어쨋든 시진핑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덩샤오핑이 지명한 후계자 2명에 이어 처음으로 당내 계파간 경쟁 끝에 평화롭게(?) 권력을 승계받은 인물이 됐습니다. 밀실에서 몇몇 공산당 지도부와 원로가 최고 지도부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말입니다.
 
시진핑은 또 권력 승계 과정에서 당권과 군권을 한꺼번에 넘겨 받은 첫번째 지도자입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했던 마오쩌둥은 죽을때까지 군사위 주석 자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후임자인 덩샤오핑 역시 1987년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1989년 천안문 사태때까지 군 통수권을 이양하지 않았습니다. 장쩌민 역시 후임인 후진타오에게 2002년 총서기직을 물려준 뒤에도 군사위 주석직은 2년간이나 더 갖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후진타오 주석은 이번에 시진핑에게 권력을 넘겨주면서 당권과 군권을 한꺼번에 이양했습니다. 후진타오는 시진핑이 적격자라고 추켜세웠고, 시진핑은 후진타오가 '숭고한 인품'의 소유자라고 화답했습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서구 언론 역시 후진타오가 퇴임 뒤에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악습'을
이참에 끊었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일각에서는 후진타오가 자신의 집권 기간 내내 '상왕' 노릇을 했던 장쩌민 등 원로그룹의 정치 개입,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자기가 먼저 솔선수범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후진타오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결과론적으로는 깔끔하게 권력 교체가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당 대회는 10년 만의 권력 교체가 예고됐던만큼 역대 최다인 170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였습니다.  중국의 달라진 위상이 반영된 결과이고,  중국 당국은 이런 취재 열기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진핑은 취임 인사 말미에서 "중국은 세계를 더 이해해야 하고  세계도 중국을 더 이해해야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방점은 뒷부분에 있는 듯 들렸습니다. 중국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서 벗어나 또 서구적 잣대만 들이대며 평가하지 말고 중국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얘기입니다. 중국의 부상을 마땅히 경계하고 대비해야하지만 그의 지적처럼 중국을 '제대로' 보고 전달하고 있는지
요즈음 제 스스로에게 자주 묻고 있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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