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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 말 한마디에…세상을 떠난 아빠

[취재파일] 그 말 한마디에…세상을 떠난 아빠
경기도 수원의 반지하방에 5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 엄마 세 아들. 세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6살입니다. 아이들은 넉달 전 아빠를 잃었습니다. 마흔 살 가장은 아주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차장에서 일하면서 벌이가 넉넉치 않았지만 막내 아들이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은 꼭 사주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평소 정의감이 투철하고 봉사도 열심히 해서 표창도 받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아빠가 너무 황당하게 숨을 거뒀습니다. 지난 7월 21일 새벽, 아빠는 일을 마치고 세 아들이 기다리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날따라 막내 아들이 유독 칭얼대며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아빠는 돈을 쥐어 들고 아내와 막내 아들과 함께 집 근처 편의점에 갔습니다.

편의점에서 아들이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사려고 했는데 돈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아빠는 엄마에게 기다릴테니 집에 가서 돈을 좀 더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고 아빠와 아들은 편의점 앞에 서서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끔찍한 사건은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졌습니다. 편의점 앞에 침을 뱉는 청소년을 보고 아빠는 침을 뱉지 말라고 나무랐습니다. 그러다가 시비가 붙었고 아빠는 청소년 2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습니다. 6살짜리 막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빠는 어린 학생들에게 정신을 잃을만큼 두들겨 맞았습니다. 아빠는 머리를 크게 다쳤고, 편의점에 돌아온 엄마는 처참한 모습의 아빠를 발견하고 경악했습니다. 편의점 직원이 119에 신고해 아빠는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수술을 받았지만 엿새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상상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아빠가 이렇게 세상을 떠나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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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살인을 저질렀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아빠 장례를 치른 뒤에도 가해 학생들은 버젓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엄마와 세 아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아빠가 구타당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막내는 그날 이후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잠깐 집 밖에 데리고 나가도 편의점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 합니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막내는 그 어리고 작은 가슴에 너무나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막내는 요즘 지자체의 도움으로 근처 시설에서 놀이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에게 훈계 한번 했다가 건강했던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습니다. 술 먹고 시비를 건 것도 아니고 이유없이 손찌검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어른으로서 나이 어린 학생에게 상식적인 선에서 충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결과는 너무나 처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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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엄마는 이제 겨우 33살입니다. 남편이 죽고 난 뒤 시어머니와 세 아이들은 온전히 엄마가 책임져야 하는데 수입이 없으니 엄마는 살길이 막막합니다. 지금은 친정의 도움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친정 도움도 하루이틀이지 엄마는 빨리 직업을 찾아서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업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아직도 아빠를 잃은 상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는 아이들을 두고 집 밖을 나설 수가 없습니다.

엄마는 어제 남편이 쓰던 승용차를 폐차했습니다. 아이들 할머니가 아들이 남긴 마지막 물건이라며 보관하고 싶어했는데, 차를 갖고 있다보니 수급자 대상이 안되고 이런저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11월 13일 오후, 할머니와 엄마 세 아이들이 사는 집은 참 추웠습니다. 겨울이 시작되고 기온은 뚝 떨어졌는데 이 가족이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취재를 마치고 뒤돌아 나오며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막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오토바이라고 하는데 아이들 집에 장난감이라곤 고장난 자동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하고 모르는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선뜻 손을 내밀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시청자 여러분, 많은 도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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