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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인 "돈보다 권력"…공무원 시험 사상 최고 152만 명 지원

[취재파일] 중국인 "돈보다 권력"…공무원 시험 사상 최고 152만 명 지원
돈과 권력, 명예 3가지 가운데 무엇을 중시하냐는 질문, 살면서 한 번쯤 받아보신 적 있을 텐데요, 최근 중국에서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는데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사의 주간지, 인민논단이 중국인들을 상대로 조사했는데 권력을 가지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본위(官本位)’(관을 중심에 두는 사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8%가 “관본위 사상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72.3%는 “돈보다 권력을 좋아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호하는 직업으로 응답자의 68.5%가 ‘당정 기관의 공무원’을 꼽았습니다. 연봉이 훨씬 많은 ‘외국기업의 화이트칼라’, ‘국유기업 직원’ 등 다른 선호직업을 합쳐도 31.5%에 불과했습니다.

불경기에는 무엇보다 직업의 '안정성'이 중요할 수 있으니까 월급이 비록 높지 않더라도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선호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이나 공무원 선호 현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를 보고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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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직업으로 공무원을 꼽은 응답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73.7%는 선택 이유로  ‘회색수입’을 들었습니다. 회색수입이란 한마디로 '뇌물'을 뜻합니다. 공무원들이 각종 인허가권 등 갖고 있는 권한이나 직책, 직위를 이용해 아주 손쉽게 부정축재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식 월급은 적지만 부수입이 엄청나니, 낮은 연봉은 직업을 고를 때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달초 중국 남부 광저우시 산하 분국에서 적발된 한 공무원의 사례는 이런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점상 단속이 주 업무인 이 말단 공무원이 아내와 자녀 명의로 고급 빌라 등 주택을 무려 21채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네티즌이 폭로했습니다. 월급이 1만 위안(180여만 원)인데 무슨 돈으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부동산을 소유할수 있게 됐냐는 겁니다. 시가로 따지면 부동산 가격만 70억 원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크게 여론화되자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고, 1차 조사 결과 부정축재가 틀림없어 보인다는 게 당국의 판단입니다. 이 공무원은 현재 해임돼 정식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국 검찰과 공안부 등이 해외로 도피한 부정부패 공무원 자료를 발표했는데, 2011년까지 12년 동안 1만8천487명을 적발해 회수한 부패 자금만 542억 위안, 우리 돈으로 10조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수하지 못한 자금은 이 보다 10배나 많은 100조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인구와 영토 등 규모가 엄청난 중국에서 생활하다보면 보통 숫자 뒤에 '0' 하나쯤 더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해도 100조 원이면 언뜻 가늠하기도 힘든 액수입니다.  

중국에서는 또 공무원들이 월급 외에 이른바 '3공(公)' 경비라고 해서 관용차 구입 및 유지비, 접대비, 출장비 등을 거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습니다.

인민논단은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일반인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은 공무원이 지닌 특권 뿐 아니라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며 “정부에서 강조하는 ‘이민위본(以民爲本)', ‘인민을 위한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렸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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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에선 요즘 구직자들이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습니다.

어제 마감된 올해 중국 공무원 시험 응시생 숫자가 사상 최고인 152만 6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충칭시 조사총대 조사원의 경우 1명의 직원을 뽑는데 무려 9천 411명이 지원해 최고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중국 전국적으로는 109개 자리에서 경쟁률이 1천대 1을 넘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취업입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청춘들의 현실이 안쓰럽다는 생각과 함께, 큰 뜻(?)을 품고 공무원에 도전하는 응시생 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중국 TV 뉴스를 보며 한편으론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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