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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10만 관중과 태극 전사

지난 17일 (수), 오전 1시 30분 이란(아자디 스타디움)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서 이란에 0-1로 패했다.

현장에서 본 아자디 스타디움은 표현하기 힘이 든다.

해발 1,200m 고지대보다는 100% ‘남자’들로 구성된 관중이다. 이란은 축구장에 종교적 이유로 ‘여자’는 들어갈 수 없다.

이란에서 축구는 ‘남자’들의 전유물이다. 최대 12만여 명을 수용하는 아자디 스타디움에

10만 남성이 외치는 함성과 야유는 고막이 찌릿할 정도였다.

한국의 붉은악마도 세계 최고의 서포터즈다. 하지만 이란 10만 ‘남성 응원단’의 포스도 만만치는 않았다. 남자들로 가득 찬 아자디 스타디움의 소음이 최대 105db(데시벨)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이 수치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치수다고 한다.

또한, 스타디움은 고지대이다. 해발 1,273m에 있어 산소량이 상대적으로 희박해 충분한 적응 기간을 거치지 않은 선수는 체력에 문제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 이란의 상식 밖의 홈 텃세는 하나부터 열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찌감치 고지대에 적응하고자 했던 최강희호는 이란의 비협조 속에 당일 아침이 돼서야 비자를 발급받는 촌극을 펼친 끝에 지난 8일 저녁 이란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어렵사리 이란 땅을 밟았지만, 수난은 계속됐다. 홈팀 이란은 원정팀 한국에 제대로 된 훈련장을 내주지 않았다. 철저한 홈 텃세였다. 훈련장을 3번이나 옮겨 다닌 최강희호는 현지 적응에 심히 애를 먹었다. 그마저도 조명 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잔디 또한 엉망이었다.

공사 중이라던 국립 아카데미 훈련장은 이란 축구 대표팀이 버젓이 사용하고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란이 원정올 때 한강 공원에서 훈련하게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홈팀의 우선 선택권을 이용해 전통의 하얀색 유니폼을 입는 대신 한국을 상징하는 빨간색 유니폼을 선택했다. 이란이 홈에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태극전사는 온 힘을 다했다. 현장에 온 많은 한국 응원단은 그래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국은 이듬해 6월 18일 안방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홈 텃세를 되갚아 줄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어제의 패배는 또 다른 도전을 만든다. 태극전사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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