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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두만강변 북-중 국경을 가다

[취재파일] 두만강변 북-중 국경을 가다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입니다."

두만강변 북-중 접경 지역인 훈춘에서 만난 한 중국인이 건넨 말입니다. 사업차 북한을 왕래한다는 그 사람은 북한에 갈 때마다 마치 중국의 6-70년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두만강 건너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북녘의 풍경은 실제로 그랬습니다. 잘 닦인 도로와 곳곳에 들어선 전망대를 비롯한 관광 시설, 번듯한 건물이 늘어선 중국 쪽 풍경과는 달리 북녘은 한 눈에 보기에도 황량하고 띄엄 띄엄 늘어선 회색빛 저층 건물은 남루하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두만강이 마치 건널 수 없는 강인 것처럼 강의 이쪽과 저편 세계를 그렇게 갈라놓고 있었습니다.

훈춘 시내에서 1시간 거리인 취안허 세관 앞에는 화물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취안허 세관 뒤편은 두만강이 흐르고, 이 두만강 다리만 건너면 바로 북한의 원정리에 닿습니다. 북-중 최접경지인 만큼 취재, 촬영은 금지여서 차 안에서 몰래 취안허 세관의 '겉모습'만 카메라에 담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정리에서 북한과 중국이 공동개발중인 나선 특구(나진·선봉 개발 특구)까지는 불과 53km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강 건너 원정리 쪽 도로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원정리에서 나선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최근 보수공사를 마쳤습니다. 도로가 새로 개통되면서 2시간 거리였던 원정리~나선 구간이 40여분으로
크게 단축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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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공사비 4백억 원은 모두 중국이 부담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도로까지 보수해주고 새로 깔아준 셈인데, 북한의 나진항을 동해 출구로 활용하려는 의도에서입니다. 중국으로선 북한의 나진항을 이용하면 동북 3성 지역의 곡물과 지하자원을 남부 지역에 훨씬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정리~나선의 도로가 새로 확장, 개통되면서 북-중간 인적, 물적 교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또 다른 도시인 연길시의 한 버스터미널에는 한달여 전부터 새 정기 노선이 생겼습니다. 연길에서 북한의 나선특구를 오가는 버스로, 매일 아침 6시 반에 출발하고 나선특구에서는 오후 2시 반에 돌아오는 노선입니다. 북한과 중국이 버스로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얘기입니다.

버스 승객들이 어떤지 보고 싶어 터미널에 아침 6시쯤 도착해보니 부산한 터미널 승객들 사이로 나선행 버스에 올라타는 승객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는 6시 반이 되자 정확하게 출발했는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만원이었습니다. 승객 대부분은  보따리 상인이거나 관광객들이었습니다. 연길에서 나선까지 이용 요금은 100위안 가량, 우리 돈으로 1만 8천 원 가량입니다.

지난 8월 북한의 실세인 장성택 부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압록강변의 황금평과 두만강변의 나선 특구를 북-중이 적극 개발하기로 합의한 이후, 실제로 나선 특구의 경우 개발에 탄력이 붙고 있는 모습입니다. 창춘에 이어 베이징에서 특구 개발 투자설명회가 열렸는데 북한 관리보다는 중국 관리와 기업인들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며 적극 홍보에 나섰습니다. 중국도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노동집약형 산업의 경우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북한의 인건비가 중국에 비해 많이 싸기 때문에 봉제 같은 노동 집약형 공장의 경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도 법인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선전하며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성과 여부와는 별개로 일단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소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개선 조치가 취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식 개혁 개방을 따를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아닌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는 경제난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등등 북한의 변화 시도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 방향과 폭 등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이번 경제 개선 조치로 인민의 주린 배가 조금이나마 채워지는 그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걱정에 앞서 두만강변을 따라 늘어선 허름한 북녘의 건물들과 황량한 산과 강,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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