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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술잔 씻는 김정은 부인 포착…'리설주 마케팅'

친절한 ‘설주’ 씨…‘리설주 마케팅’의 파급력

[취재파일]  술잔 씻는 김정은 부인 포착…'리설주 마케팅'
김정은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함께 9월 4일 평양 만수대지구 창전거리에 건설된 고층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만수대지구 고층아파트는 지난 6월 완공된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로 김정은 비서의 업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곳이다.

김 비서의 방문에 당연히 많은 수행원들이 따라갔겠지만, 조선중앙TV는 주로 김정은 제1비서와 부인 리설주의 모습만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공식 시찰이 아니라 최고지도자 부부가 새 집으로 이사간 노동자의 가정을 몸소 찾아보는 친근한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 가정 방문에서 보여준 김정은 제1비서의 모습은 ‘친근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김정은 비서는 소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무릎에 앉히고 볼을 어루만져주는가 하면, 가족들에게 일일이 술을 따라주고 세간 살림에는 문제가 없느냐며 세세한 것까지 챙겨주는 ‘자애로운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연출했다.

그런데, 김 비서의 이번 만수대지구 방문을 더욱 부각시킨 것은 리설주의 행동이었다. 리설주는 입주민 가정을 방문하며 손수 빚었다는 만두를 가져가는가 하면, 부엌에서 직접 술잔까지 씻는 ‘파격’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정은 제1비서가 선물로 가져온 술을 가족들에게 따라주려고 하자, 리설주가 부엌으로 달려가 술잔으로 사용할 컵을 씻기 시작했던 것이다. 최고지도자 부인의 ‘황송’한 행동에 당황한 안주인이 황급히 부엌으로 달려갔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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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는 9월 10일 ‘로동자 가정에 차넘친 크나큰 영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 비서 부부의 만수대지구 방문 후일담을 전하면서 리설주의 행동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안주인에게는 방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면서 (리설주가) 직접 술잔을 가지고 들어갔다’는 안주인의 증언과 함께, 당시 술잔으로 사용됐던(즉 리설주가 직접 씻었던) 유리컵의 모습을 화면에 내보낸 것이다.(아래 그림) 조선중앙TV의 기술을 인용하자면, ‘인민사랑의 뜨거운 화폭’이 펼쳐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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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중심 ‘리설주’


리설주가 7월 초 조선중앙TV에 등장한 이후 리설주는 북한 소식에서 화제의 중심이었다. 처음에는 리설주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됐고, 리설주가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으로 밝혀진 뒤에는 리설주의 옷차림과 손가방, 동작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치마를 입다 바지를 입은 것까지도 ‘변화의 상징’으로 해석될 정도였다.

리설주에 대한 남한과 외부세계의 이러한 관심은 아마도 북한 당국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을 것이다. ‘혁명무력의 대남 특별행동’이나 타격목표로 언론사 좌표까지 제시하는 노골적인 협박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남한 언론이 리설주의 패션과 행동 하나하나에는 상당한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전선동 부문 일군들이 대남 선전선동 방식의 효과에 대해 상당히 헷갈리고 있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농담 섞인 말은 리설주의 등장이 대외에 미친 파급 효과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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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리설주로 인해 북한 당국은 애초에 의도했던 것 이상의 효과를 달성한 듯 하다. 28살에 불과한 젊은 지도자에게 안정적 이미지를 보완하고, 폐쇄적 독재 체제인 북한의 이미지를 리설주의 준수한 외모로 상당 부분 가리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리설주 마케팅’은 대성공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이미지 변화’가 ‘실질적 변화’로 연결될까?

모란봉 악단의 ‘파격’적인 공연과 조선중앙TV의 세련된 변화, 김정은 제1비서의 스킨십 강화와 리설주의 의도적인 등장까지... ‘김정은 시대’는 이전 시기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변화를 지향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그 이미지의 변화가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될 것인가? 1차적인 판단의 시점이 조만간 다가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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