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대 출신이라고 속여 사기를 쳐 온 40대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대학 졸업식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고, 동창회에도 이름을 올려놔서 아무도 의심하지 못했는데요, 심지어는 가족들도 20년 동안 속았습니다.
KBC 이계혁 기자입니다.
<기자>
레저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지난해 말 만난 한 남성으로부터 투자를 권유 받았습니다.
서울대 출신의 금융인이라는 말을 믿고 3차례에 걸쳐 1억 5천만 원을 건넸지만 결국 되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박 모 씨/피해자 : 법률적인 용어나 하다못해 계산하는 거나 이런 걸 보면 상당히 명석하게 잘했기 때문에 다 믿었죠.]
투자자 6명으로부터 3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43살 김 모 씨.
알고보니 그의 화려한 이력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최종 학력이 고졸인 김 씨가 명문대 출신으로 둔갑하는데는 각종 치밀한 방법들이 동원됐습니다.
실제 대학 졸업식장을 찾아가 친척과 함께 찍은 사진, 검증이 소홀하다는 점을 이용한 총동창회 회원 명부 등록, 그리고 동창회비 납부 고지서.
이런 자료들 때문에 피해자들은 그의 출신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김현길/광주경찰청 수사2계 팀장 : 피해자들이 피의자들에 대한 신뢰가 너무 높아가지고 피해 진술을 회피하거나 보류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지난 20년 동안 김 씨의 부모와 형제들까지도 그의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갔습니다.
김 씨는 피해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면 대학 동창 중에 사회 고위층이 많아 법적으로 대응해봤자 필요 없을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지난 4년 동안 전국을 돌며 생활해 왔던 점으로 미뤄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