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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화려한 조명에 미니스커트…북한, 개혁 개방의 신호인가?

[취재파일] 화려한 조명에 미니스커트…북한, 개혁 개방의 신호인가?
            [화려한 조명과 파격적인 의상으로 화제를 불러 온 모란봉 악단의 시범공연,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제1비서가 7월 6일 관람한 모란봉 악단의 시범공연이 화제다. 북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화려한 조명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출연자,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배경화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조선중앙TV가 11일 방송한 ‘공연 녹화실황’을 보면, 미국영화 ‘록키’의 주제음악과 영화 장면,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까지 등장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여동생 또는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성과 이 공연을 지켜본 뒤 대만족을 표시했다. ‘공연이 두 시간 넘게 진행되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고 또 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의 보도에 따르면, 모란봉 악단은 ‘문학예술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김정은 비서에 의해 친히 조직된 것이라고 하니, 화제를 불러 온 파격적인 공연의 상당 부분이 김 비서의 구상에서 비롯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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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제1비서가 공연이 끝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대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화려한 공연 모습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김정은 제1비서가 이 공연과 관련해 지시했다는 언급이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비서가 ‘우리 인민의 구미에 맞는 민족 고유의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과 함께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의 음악예술을 세계적 수준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한다. 일각에서 김정은 시대의 개혁, 개방 기대감이 다소 성급하게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조선중앙TV’도 큰 변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변화는 사실 공연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등극한 이후 북한의 조선중앙TV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뉴스의 배경화면이 우중충한 분위기의 갈색에서 밝은 분위기의 하늘색으로 바뀌었고,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상단 옆부분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담은 작은 박스화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남녀 앵커가 대화를 하면서 뉴스를 진행하는 방식도 선보이고 있다. 남쪽의 뉴스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촌스럽지만, 과거의 북한 뉴스에 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꾀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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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중인 조선중앙TV 보도.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비서는 또, 최근의 현지지도에서 ‘세계적 추세’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평양양말공장 현지지도(3일 보도) 당시 ‘세계적 추세에 맞게 양말의 색깔과 문양’을 만들것을 지시했는가 하면, 평양항공역(평양 순안공항) 현지지도(5일 보도) 때에는 ‘항공역이 하나의 위성도시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한 것으로 조선중앙TV는 보도했다.

주체를 강조했던 이전 시기에 비해 세계적 추세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한 김정은 비서의 언급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하고 일본의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던 성장기의 경험이 반영된 것일까? 어찌 보면, 김정은 비서의 눈높이가 서구문물을 거의 경험한 적이 없는 김정일 위원장의 눈높이와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일 지도 모른다. 세계적 수준에 뒤떨어진 북한의 현실이 김 비서에게는 촌스러워보였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김정은 체제, 개혁 개방 준비하고 있나?

그렇다면, 김정은 시대의 이러한 변화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암시하는 징후일까?

최근 들어 제기되고 있는 개혁조치 임박설, 눈으로 보기에 파격적인 모란봉 악단의 공연 모습 등이 이러한 기대감을 부쩍 높이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체제가 집단소유나 계획경제 같은 본질적 부분의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11일 ‘음악공연에 디즈니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경제건설의 현장에서 세계적 추세에 대한 언급이 되풀이돼도 조선(북한)에는 적대국이 기대하고 바라던 변화는 없다’고 단언한 부분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좌초 위기의 북한이라는 배를 다소 급작스럽게 넘겨받은 김정은 제1비서. 김 비서 입장에서는 뭔가 변화가 필수적이다. 침체되고 낙후된 왕국을 그냥 방치하다가는 배가 완전히 좌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어느 수준에 이를 것인 지, 모란봉 악단의 화려함으로 그 수준을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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